[이건희 별세] 사회에 울림 남긴 회장님의 유언장, 이번에도 나올까

변윤재 기자 / 기사승인 : 2020-10-27 18:3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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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별세 둘째 날인 26일 오후 대구 중구 인교동 삼성상회 옛터에서 열린 이건희 회장 추모식에 참석한 류규하 중구청장과 주민들이 헌화와 분향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유언장 존재 여부에 재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회장의 유언장이 존재한다면 이에 따라 지분 등의 상속이 이뤄질 터, 이 회장이 보유한 지분 가치를 고려할 때 내용에 따라서는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 2억4927만3200주(4.18%) △삼성전자 우선주 61만9900주(2.90%) △삼성생명 4151만9180주(20.76%) △삼성물산 542만5733주(2.88%) △삼성SDS 9701주(0.01%)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시세로 환산하면 18조2000억원 가량이다. 상속세 규모만도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의 법정상속인은 배우자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4명이다. 유언장이 없을 경우 배우자는 1.5, 자녀들은 1의 비율로 상속된다. 이에 따라 홍 전 관장인 4.5분의 1.5를, 이재용·이부진·이서현 3남매가 각각 4.5분의 1을 받는다. 

 

다만 유언장이 변수다. 삼성 측은 유언장 존재에 대해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향후 상속을 둘러싼 분쟁을 없애고 승계구도를 명확히 하는 차원에서 유언장을 남겼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실제 롯데그룹의 경우, 지난 6월 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유언장이 공개됐다. 20년 전 작성된 유언장에는 차남인 신동빈 회장을 후계자로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경영권 다툼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는 역할을 했다. 

 

이 회장이 2014년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6년 넘도록 와병생활을 했기 때문에 유언장이 작성됐다면 그 이전일 것으로 여겨진다. 삼성은 1990년대부터 후계 준비를 해왔다. 2000년 승계를 위해 에버랜드 전환사채(CB)를 헐값에 발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을 만큼 승계 준비기간이 길었다. 미리 유언장을 작성했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만약 유언장이 존재할 경우, 경영권 승계를 위해 주식 대다수는 이 부회장에게 몰아줬을 가능성이 크다. 대신 부동산과 예금 등 현금성 자산은 두 딸에게 다수 상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LG그룹은 유족들 간 상의를 통해 법정 비율과는 다르게 상속이 이뤄졌다. 구광모 당시 상무(현 회장)가 구본무 회장이 보유하던 ㈜LG 주식 11.28% 중 8.8%를 상속받았고 장녀 구연경씨와 차녀 구연수씨는 각각 2%, 0.5%를 받았다.

 

삼성이 창업주 시절부터 유언장을 남기지 않은 점을 들어 유언장이 없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2012년 이병철 창업주의 상속 소송 재판에서도 상속재산분할협의서를 공개됐지만, 유언장은 끝내 등장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회장이 수십년 전 이뤄진 상속과 승계를 놓고 법정다툼에 휘말린 경험은 오히려 유언장과 같은 법적 효력이 있는 문서의 필요성을 각인시켰을 수 있다. 비록 이 부회장이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삼성물산의 지분 17.33%를 보유하며 후계 구도를 굳히고 가족 간 협의가 이뤄졌더라도 만에 하나 있을 분쟁의 싹을 없애는 차원에서 고인의 뜻을 어떤 형태로든 남겨놓지 않았겠느냐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더군다나 현재 재계에서는 경영권 승계 문제로 머리가 아픈 기업이 적지 않다. 한진그룹은 공동경영을 하라는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유지에도 불구하고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도 고령에 접어든 조양래 회장이 차남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에게 지분을 넘기는 과정에서 장남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과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자발적으로 이뤄진 것인지 의심스럽다’며 서울가정법원에 한정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했다. 

 

한편, 지분 상속 외에도 유언장이 있다면 이 회장이 어떤 메시지를 담았을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최종현 SK그룹 선대 회장과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은 귀감이 되는 메시지를 남겨 울림을 줬다. 최 회장은 경영권이나 재산 상속 대신 “내가 죽으면 반드시 화장하고, 훌륭한 화장시설을 지어 사회에 기부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구 회장 역시 “50억원을 복지·문화·상록재단에 기부하라. 폐 끼치지 말고 번거롭지 않게 가족장으로 하라”고 유언해 노블레스오블리주 정신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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