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부채표’ 영광은 어디로…연이은 악재에 실추된 기업 이미지

[스페셜경제=김다정 기자]부채표 ‘까스활명수’로 유명한 동화제약은 올해로 창립 122년을 맞은 제약업계 최장수 기업이다. 한국 최초의 제약사라는 명성에 걸맞게 그간의 동화약품의 업적은 화려하다.


최초의 의약품 ‘활명수(活命水)’를 개발하고, 회사의 상징이 된 ‘부채표’를 최초로 상표등록하는 등 국내 제약 역사의 한 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동화약품은 일제강점기 당시 만병통치약으로 이름을 떨친 활명수를 판매한 금액으로 독립자금을 조달하는 등 독립운동에 힘쓴 ‘민족기업’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동화약품의 행보를 보면 국내 최고(最高)의 제약사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좋은 약이 아니면 만들지 말라’는 일념으로 경영에 나섰던 선대 회장들과 달리 최근 동화약품의 오너일가는 일감몰아주기, 잦은 전문경영인(CEO) 교체 등으로 각종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다.


최근에는 미등록 제조판매업자 상태로 화장품을 제조·판매한 정황이 뒤늦게 드러나 미숙한 경영과 부실한 내부관리에 대한 잡음도 나오고 있다.


심지어 이런 상황에서도 오너일가는 4세 경영승계에만 몰두하면서 동화약품을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민족기업이라는 착한 이미지에 가려진 동화약품의 각종 논란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지난 2011년 더마사업부를 신설하면서 화장품 사업에 진출할 당시 미등록 제조판매업자 상태로 화장품을 제조·판매한 정황이 뒤늦게 드러났다.  

 

<메디파나>는 지난 18일자로 “동화약품이 2013년 8월부터 약 6개월 동안 화장품을 제조판매업자 미등록 상태로 제조했다”고 보도했다.  

 

2013년 8월 당시 동화약품은 병·의원용 화장품 브랜드 ‘레다(LEDA)’의 샘플링을 제조하고, 같은해 10월 탈모샴푸인 ‘네버세이굿바이’를 제조·판매했다. 

 

현행 화장품법에 따르면 화장품을 제조·판매하기 위해서는 화장품제조업으로 등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무등록 제조로 적발될 경우 형사고발 대상이 된다.  

 

이에 대해 회사 측에서는 당시 담당 직원이 숙지하지 못했던 ‘행정적 실수’라는 입장이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화장품 사업이 제조판매업으로 허가 등록했으나, 세부적으로는 당시 실제 진행하던 수입 판매업 부문만 먼저 등록했다”며 “이후 OEM(주문자위탁생산) 제조 및 판매도 시작하면서 직접제조 또는 위탁제조 등록도 했어야 하는데 당시 담당자의 행정 착오로 세부 등록을 늦게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다만 당시에 해당 제품에 대한 불만 신고나 부작용 컴플레인은 없었다”고 말했다.  

 

일부 언론을 통해서는 화장품 사업 진출 당시 얼마 지나지 않아 법이 개정되면서 제대로 등록조치 하지 못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회사가 화장품사업에 진출할 시기에 화장품법이 화장품 제조판매업자 ‘신고제’에서 ‘등록제’로 개정되면서 동화약품은 무자격자가 됐다는 것이다. 

 

회사 측에서는 담당 직원의 단순 행정적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회사가 화장품 사업에 진출하면서 기본적인 행정 절차 조차 제대로 모르고 누락했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는 회사가 단순히 직원의 개인적인 문제로 책임을 돌려 불거진 문제를 회피하거나 축소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더욱이 이 법안은 2011년 8월 4일 개정된 이 법안은 2012년 2월 5일부터 시행됐고, 2013년 2월 4일까지 유예기간을 줬다. 법 개정 후 유예기간 종료까지 약 1년 반의 긴 시간이 있었음에도 회사가 이를 파악조차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경영 관리 부실’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무자격 상태로 화장품을 제조·판매하는 것은 엄밀히 따지면 불법행위이며 행정처분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만큼 기업 내부의 관리 소홀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화장품 ‘무등록’ 제조 논란…

미숙한 경영관리 도마에 올라
‘CEO들의 무덤’ 오명 쓴 사연은?…

오너일가의 아집 때문?’

 

10년 사이 7번 바뀐 CEO…“경영 안정화 어려워”

동화약품의 미숙한 경영과 내부관리 소홀 문제를 뒷받침하는 또 다른 근거는 ‘CEO들의 무덤’이라 불리는 오명에서도 찾을 수 있다.  

 

동화약품의 전문경영인(CEO)은 최근 10년 사이 7명이나 사퇴했다. 가장 최근 이설 전 대표는 한 달 만에 돌연 CEO직을 사임하고 물러났다.  

 

과거 동화약품은 오너 3세인 윤도준·윤길준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되다가 지난 2008년 2월부터 오너-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

 

초대 CEO로 평사원 출신 조창수 대표가 임기를 1년 앞두고 낙마한 이후 외부에서 영입한 여섯명의 전문경영인들도 줄줄이 중도 사임하면서 ‘CEO 단명 잔혹사’를 이어가고 있다.  

 

2013년 박제화 사장, 2015년 이숭래 사장, 2016년 오희수 사장, 2018년 손지훈·유광렬 사장에 이어 올해 이설 사장까지 다들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회사를 떠났다. 이들의 평균 임기는 1년 6개월에 불과하다. 최장수 제약사라는 명성과 반대되는 행보다.  

 

업계에서는 동화약품의 잦은 전문경영인 교체의 원인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오너일가가 은둔경영을 하기 위해 전문경영인을 방패막이로 삼는다거나 오너 중심의 기업 분위기로 인해 전문경영인과 오너인 윤도준 회장의 마찰이 잦았다는 등의 소문이 돌고 있다.  

 

회사 전반에 대한 경영은 전문경영인이 맡고 있음에도 오너의 의사결정권이 절대적인 지배구조 때문에 마음 놓고 능력을 펼칠 수가 없어 전문경영인들이 모두 제 발로 사임하고 나갔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회사 내부적으로 경영 리더십 안정화가 어려워졌고 그 결과, 크고 작은 구설수에 휘말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막강한 가족 경영진의 권력 하에 합리적인 의사결정구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경영진의 짧은 임기로 인해 미처 회사 전반의 경영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 동화약품 윤도준 회장


물러난 오너 3세 ‘윤도준’ 회장…4세 경영은 계속 된다

그럼에도 동화약품 오너일가는 경영 안정화를 꾀하기 보다는 경영권 승계에만 몰두하고 있어 비난 여론이 거세다. 현재 동화약품은 오너 3세 윤도준 회장을 넘어 그의 딸인 윤현경 상무와 장남인 윤인호 상무가 4세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윤현경 상무는 지난 2008년 동화약품 입사 후 광고홍보실 주임, BD실(신제품 개발) 차장을 거쳐 현재 더마톨로지 사업부를 총괄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재경·IT실 과장으로 입사한 윤인호 상무는 입사 4년 만에 지난해 생활건강사업부와 OTC 사업 담당 상무로 고속 승진을 했다.  

 

업계에서 나도는 뒷말을 의식한 것일까? 지난 21일 윤도준 회장이 임기 1년을 남겨두고 14년 만에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동화약품은 21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박기환 사장을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키고, 이사회에서 박 사장을 단독 대표로 임명했다. 동화약품의 전문경영인 체제 가동은 1999년 이후 20년 만이다. 

 

동화약품 측은 언론을 통해 “윤도준 회장이 새로 취임한 전문 경영인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대표이사에서 사임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이번 윤 회장의 사임으로 동화약품의 가족경영이 끝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번 주주총회에서 윤 회장의 아들인 윤인호 상무가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됐기 때문이다.  

 

이번 윤도준 회장의 대표이사 사임이 표면적으로는 단순히 전문경영인 체제를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드러난 이유와 달리 오너 4세 승계를 가속화하기 위한 의도가 숨어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윤도준 회장이 대표이사 자리에서는 물러나지만 내년 3월까지 사내이사 임기가 남아있는 만큼 여전히 회사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구조다. 여기에 오너 4세가 경영 전면에 등장할 발판을 마련하면서 이사회에서 오너일가의 입김을 더 강해졌기 때문이다.  

 

윤 상무는 2013년 입사한 이후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며 누나인 윤현경 상무보다 먼저 이사회 멤버로 합류한 만큼 후계구도에서 한발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윤인호 상무가 부친인 윤 회장과 함께 이사회에 참여하며 경영 수업을 본격적으로 받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동화약품은 4세 경영권 승계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윤 회장이 대표이사에 사임하면서 표면적으로는 오너일가의 영향력이 줄어든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본다”면서 “윤 회장이 사임하기 무섭게 장남인 윤 상무가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됐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장남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 물러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다정 기자 92ddang@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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