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예산안 대해부…세금도둑 ‘공모자들’

김영일 기자 / 기사승인 : 2019-11-24 12:5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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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겨냥한 초 슈퍼예산 편성?…그들만의 관행과 법칙
▲ 김재원 (왼쪽 두번째)예결위원장이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 등 조정소위원회에 참석해 3당 간사와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은 전해철 (왼쪽 부터)더불어민주당 간사, 김재원 예결위원장, 이종배 자유한국당 간사, 지상욱 바른미래당 간사

 

[스페셜경제 = 김영일 기자] 국가의 한 해 수입과 지출 계획을 세우는 것을 ‘나라살림’이라고 한다. 정부는 매년 국민에게 세금을 얼마나 걷을지, 걷은 세금을 어떻게 쓸지를 정하는데 그 과정은 이렇다.

각 정부 부처는 매년 1월말이면 당해 연도부터 5년간의 신규사업과 주요 계속 사업이 포함된 중기사업계획서를 국고관리와 재정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에 제출한다. 기재부는 이를 바탕으로 향후 재정운용의 기본방향과 목표, 세입규모 등에 대한 전망, 분야별 예산 배분 계획 등이 담긴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수립한다.

이는 다음 연도 예산편성의 기본 틀이 되는데, 기재부는 3월말까지 각 부처에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토대로 한 다음 연도 예산안 편성지침을 통보한다. 각 부처는 이에 따라 예산요구서를 작성해 5월말까지 기재부에 제출하고, 각 부처로부터 예산요구서를 제출받은 기재부는 심의 과정을 거쳐 다음 년도 예산안을 편성한다.

내년도 예산안이 편성되고 나면 국무회의 의결을 걸쳐 통상적으로 9월 2일 또는 3일까지 국회에 제출한다. 이는 국회가 정부의 예산안을 심의하기 때문이다. 국회는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삭감할 부분은 삭감하고, 증액할 부분은 증액하는데, 집권여당의 경우 정부 원안을 고수하고, 야당은 대폭 삭감을 주장하는 게 대체적이다.

예산 편성과 관련된 경제·재정 및 국정 전반에 대한 철학이 담긴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그리고 정기국회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국정감사가 지난달 모두 마무리되면서, 11월 국회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예산안 심사에 박차를 가하는 ‘예산안 정국’이 한창이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초 슈퍼예산이라 불리는 ‘2020년 예산안 이모저모’를 짚어봤다.
 

재정적자에도 확장적 재정정책‥적자국책 발행
자립-혁신성장-경제 활력-포용국가-건강 증진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내년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재정의 과감한 역할이 어느 때 보다 요구된다”며 “저성장과 양극화, 일자리, 저출산 고령화 등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 해결에 재정이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미·중 무역분쟁과 (미국의)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세계경제가 빠르게 악화되고,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도 엄중한 상황을 맞고 있다”며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여 대외충격의 파고를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해야 하고, 나아가서는 우리 경제의 활력을 살리는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며 확장적 재정정책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확장적 재정정책을 강조한 것처럼 기획재정부가 지난 9월 3일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을 보면, 단군 이래 최대 규모다.

당시 기재부는 “내년도 예산안은 일본 수출규제 등 경기 하방위험에 적극 대응해 경제활력을 제고하고 경제체질 개선과 미래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혁신성장 가속화 등을 위해 확장적으로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가 편성한 내년도 예산은 올해 대비 43조 9000억원(9.3%)이 증가한 513조 5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500조원을 돌파했다.

1970년 당시까지만 해도 채 1조원이 안 되는 9000억원(예산총계 기준) 수준이던 재정 규모는 ▶1996년 102조원 ▶2006년 200조 9000억원 ▶2011년 309조 1000억원 ▶2017년 400조 5000억원에서 내년에 500조원을 돌파하는 것이다. 초 슈퍼예산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 지난 10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0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수입은 줄어드는데 지출은 늘리는 文 정부…국가채무도↑

문재인 정부는 내년에 쓸 예산으로 513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슈퍼예산을 편성했지만, 소득세와 법인세, 관세 등의 ‘국세수입’과 벌금·과태료 및 국민연금·고용·산재 보험 등의 ‘국세외수입’이 더해진 총수입은 482조원으로 책정했다. 수입보다 지출이 많다는 의미다.

물론 정부가 전망한 내년도 총수입은 올해 총수입(476조 1000억원)보다 5조 9000억원(1.2%)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으나, 이는 2014년(-0.9%)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특히 내년도 국세수입(292조원)은 올해 국세수입(294조원 8000억원)보다 2조 8000억원(0.9%) 감소했는데, 이는 2010년(-2.9%) 이후 10년 만이다.

지출은 늘어난데 반해 수입이 줄어든 이유는 반도체 업황부진과 2020년 지방소비세율 추가 인상계획 등에 따른 세수둔화 영향이라는 게 기재부의 설명인데, 국회예산처는 정부 전망치보다 더 낮게 책정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 10월 발간한 ‘2020년도 예산안 분석 종합’에 따르면, 내년도 총수입은 477조 2000억원으로 예측됐다.

이는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의 총수입(482조원)보다 4조 7000원 낮은 규모다. 국세수입은 288조 8000억원으로 전망했는데, 정부 전망치보다 약 3조 3000억원이 감소한 금액이다.

수입은 줄고 지출은 더 늘어남에 따라 정부는 내년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수지 적자폭을 올해 37조 6000억원에서 내년 72조 1000억원(-1.9%→-3.6%)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재정수지란 정부의 수입(세입)과 지출(세출) 차이로, 수입이 지출보다 많으면 재정흑자, 반대로 수입보다 지출이 많으면 재정적자라고 한다.

GDP 대비 내년도 국가채무도 805조 5000억원(39.8%)에 달할 것이란 게 기재부의 분석인데, 이는 올해 740조 8000억원(37.1%, 본예산 기준)보다 64조 7000억원 늘어난 규모다.

흔히 재정적자일 경우 정부는 부족분을 메우기 위한 방편으로 국채를 발행하는데, 문재인 정부도 내년 적자국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발행규모는 올해 33조 8000억원에서 26조 4000억원 늘어난 60조 2000억원(예산 대비 11.7%)으로 추산했다.

내년에 발행할 적자국채 60조원 가운데 34조원은 만기가 돌아오는 물량을 대체하고 순수하게 발행하는 규모는 26조원이라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 (좌)국가채무 및 재정수지 전망 (우)2020년 국세 수입 예산안


분야별 예산 배분과 중점 투자 계획

문재인 대통령이 확장적 재정정책을 주창한 만큼, 문재인 정부는 모든 분야에서 올해 보다 재정 지출을 늘렸다.

분야별 예산 배분을 살펴보면 ▶보건·복지·노동 분야 예산은 올해 161조원에서 내년 181조 6000억원으로 20조 6000억원(12.8%) 증가했고 ▶교육 분야는 70조 6000억원→72조 5000억원(1조 8000억원↑, 2.6%) ▶문화·체육·관광 7조 2000억원→8조원(7000억원↑, 9.9%) ▶환경 7조 4000억원→8조 8000억원(1조 4000억원↑, 19.3%) ▶R&D(연구개발) 20조 5000억원→24조 1000억원(3조 6000억원↑, 17.3%) ▶산업·중소기업·에너지 18조 8000억원→23조 9000억원(5조 2000억원↑, 27.5%) ▶SOC 19조 8000억원→22조 3000억원(2조 6000억원↑, 12.9%) ▶농림·수산·식품 20조원→21조원(9000억원↑, 4.7%) ▶국방 46조 7000억원→50조 2000억원(3조 5000억원↑, 7.4%) ▶외교·통일 5조 1000억원→5조 5000억원(5000억원↑, 9.2%) ▶공공질서 안전 20조 1000억원→20조 9000억원(8000억원↑, 4%) ▶일반·지방행정 76조 6000억원→80조 5000억원(3조 9000억원↑, 5.1%)이 증가했다.

늘어난 예산은 (1)핵심 소재·부품·장비 자립화 (2)혁신성장가속화 (3)경제 활력 제고 (4)포용국가 기반 공고화 (5)생활편의·안전·건강 증진 등에 중점적으로 투자한다는 게 문재인 정부의 구상이다.

(1)핵심 소재·부품·장비 자립화를 위해 정부는 대규모 R&D와 신속한 성능평가 지원, 기술개발·설비투자 등을 위한 자금 공급으로 수입 의존도를 획기적으로 낮추고 산업체질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 6대 분야에서 총 100개 품목 자립화를 위해 대규모 R&D에 집중 투자키로 했고, 기술보유 기업에 신속한 성능평가 지원으로 최대한 단기간 내 수입산을 국산소재로 전환토록 지원한다.

또 소재·부품·장비 기업 전용투자 자금으로 1조 6000원을 공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8000억원대의 예산을 2조 1000억원으로 늘렸고, 추가적으로 재원이 더 필요할 경우 신속 대응을 위해 목적예비비 5000억원을 증액키로 했다.

(2)혁신성장가속화와 관련해서는 AI(인공지능) 사회로의 전환을 이끌 DNA+BIG 3에 집중 투자키로 했다.

DNA(Data-Network(5G)-AI) 핵심 인프라 집중투자로 4차 산업혁명 기반을 구축하고, 3대 핵심 산업(시스템반도체·바이오헬스·미래차)을 집중 육성해 혁신성장 성과를 조기 창출하겠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기존에 구축 된 데이터 플랫폼(10개) 및 센터(100개)의 활용을 확대하고, 플랫폼 간 연계로 데이터의 부가가치 제고 ▶AI 생태계 확충을 목표로 AI기업의 성장기반이 되는 데이터셋, 컴퓨팅파워 등을 지원 및 딥러닝 등 AI 기술 혁신을 위한 R&D 추진 ▶5G 기술을 활용한 재난·SOC 관리 분야 공공 선도투자 확대 및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한 AR/VR 콘텐츠 개발 지원하기로 했다.

시스템반도체·바이오헬스·미래차 등 3대 핵심산업과 관련해선 ▶시스템반도체 수요기업과 팹리스(반도체 생산시설 없이 설계‧개발만 수행하는 설계전문기업) 간 협력에 기반한 R&D 지원 및 중소 팹리스 기업을 위한 설계지원센터·전문인력 양성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100만명 수준) 구축 및 바이오의약품‧정밀의료기기 개발, 진단·치료 고도화 등 바이오혁신 추진 ▶충전속도 향상 및 주행거리 확대 등 전기·수소차 성능개선은 물론 구매보조금·충전소 등 보급기반 확충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3조 2000억원에서 4조 7000억원으로 예산을 늘렸다.


▲ 지난 8월 29일 정부는 올해 본예산 469조6000억원보다 43조9000억원(9.3%) 늘어난 513조5000억원 규모의 '2020년 예산안'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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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활력과 포용국가 그리고 생활·안전·건강 증진

(3)경제 활력 제고에 대해서는 수출과 투자 진작 위한 정책금융 확대하고, 문화·관광 콘텐츠·인프라를 보강하며, 생활SOC·균형발전프로젝트·규제자유특구 등 지역경제 활력 3대 프로젝트를 추진할 예정이다.

정책금융 확대를 위해 정부는 수입선 다변화 보증 및 단기수출보험 등 무역금융 자금을 4조 2000억원으로 확충하고, 중소기업 경영애로 해소와 산업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에 9000억원 출자키로 했다.

문화·관광 콘텐츠·인프라 보강을 위해선 관광거점과 국공립 문화시설(50개소)에 실감형 콘텐츠(VR, AR 등) 체험 공간을 조성하고, K-pop 공연장 확충(2개소), 대형 K-pop 콘서트 수시 개최, 국제 관광도시(광역 1개) 및 지역관광거점도시(기초 4개) 육성할 계획이다.

지역 경제 활력 3대 프로젝트는 생활SOC 명목의 안전투자와 복합화 시설을 중심으로 10조 4000억원을 투자하고, 지역희망 주력산업 육성(999억원)과 스마트 특성화 기반 구축(567억원), 지자체와 대학 주도의 지역 혁신 플랫폼을 구축한다.

(4)포용국가 기반 공고화 정책은 사회·고용·교육 안전망 보강 및 취약계층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보강하고 국민취업지원제도 도입, 무상교육 확대 등 3대 안전망 보강 및 소상공인·청년·노인 등 취약계층의 자립을 지원키로 했다.

이렇게 되면 고용보험 사각지대 구직자(20만명)에게 최대 6개월간 월 50만원이 지급되고, 주거급여 지급대상도 중위소득 44%에서 45%로 확대된다.

이와 더불어 융자 확대 등 영세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 지원이 강화되고, 청년이 선호하는 역세권 임대주택 공급과 맞춤형 직업역량강화, 노인 소득기반 확충을 위한 기초연금 인상(하위 40%, 25→30만원), 노인일자리 13만개 확대(61→74만개) 및 기간 연장, 고령자 임대주택 확대 등이 추진된다.

(5)생활편의·안전·건강 증진과 관련해선 스마트 인프라를 확충하고 미세먼지 저감, 조현병 등 건강위험요인 예방·관리체계 구축에 중점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특히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산업·수송·생활 등 배출원별 저감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차질 없이 뒷받침하기 위해 국고지원 규모를 1조원 이상 확대키로 했으며, 정신질환자 조기치료 지원 및 정신건강 전문요원을 대폭 확충하기로 했다.

여기까지가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의 주요 내용이다.

 

▲ 지난 8월 29일 정부는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올해 본예산 469조6000억원보다 43조9000억원(9.3%) 늘어난 513조5000억원 규모의 '2020년 예산안'을 확정했다. 다음은 2020년 예산 주요 산업.

 

“내년 정부 지출 500조원 이하로 막겠다”는 한국당

문재인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에서 “내년도 예산안에는 더 활력 있는 경제를 위한 혁신, 더 따뜻한 사회를 위한 포용, 더 정의로운 나라를 위한 공정, 더 밝은 미래를 위한 평화의 목표가 담겼다”면서 “이를 위해 513조 5000억원 규모로 편성했다”며 확장적 재정정책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무분별한 퍼주기 예산’, ‘소득주도성정정책의 실패를 국민세금으로 무마’, ‘세금중독예산’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당 정책위원회는 지난달 발간한 ‘2020년 예산안 100대 문제사업’을 통해 “서민들의 삶의 개선, 청년일자리 문제, 양극화 해소, 성장잠재력 확충 등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서 국민세금만 낭비하고 그 부담을 고스란히 미래세대에 전가하는 무책임한 재정운용”이라고 비판했다.

513조원의 초 슈퍼예산을 지출하기 위해 60조원이 넘는 적자국채를 발행키로 한데 대해선 “기금과 특별회계 여유자금을 탈탈 털어 쓰고도 부족해 적자국채를 대규모로 발행함에 따라 차기정부에서는 재정운용의 제약을 넘어 재정재앙에 직면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했다.

국세수입이 줄어든데 대해서는 “세수결손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세수여건이 악화된 상태에서 불요불급하거나 선거용 선심성예산, 통계왜곡용 단기재정일자리사업 등은 대폭 삭감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가채무가 800조원을 넘어선 것과 관련해선 “국가채무가 800조원대로 진입하는 등 전반적인 재정운용이 실패해 곳곳에서 그 위험을 수치로 알리고 있다”며 “한국당은 현 정부 3년 만에 경제·일자리 쇼크를 넘어 마지막 보류였던 건전재정마저도 재정 쇼크 상태로 몰아넣은 상황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사업별 현미경 검토를 통해 현 정부가 무너뜨린 건전재정을 재확립하는 한편, 선거용 선심성예산은 전액 삭감하고, 국민이 필요로 하는 예산으로 민생예산은 적극적으로 증액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의 2020년도 예산안을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소득주도성장정책 예산 ▶민심을 읽지 못하는 선거용 선심성 예산 ▶통합재정수지 적자에도 퍼주기로 일관한 예산 ▶국회 심의 불복·사회적 논란에도 밀어붙이기 예산 ▶사전조치미흡·집행부진 등 재정문란 예산으로 규정하고, 국회 상임위원회별로 100가지 문제사업을 꼬집었다.

나경원 원내대표 또한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정책 간담회에서 “재정 지출 확대는 오히려 어깨가 무거운 청년과 미래 세대들 등골 휘게 하는 등골 브레이커 예산”이라며 정부 원안에서 14조 5000억원을 삭감해 내년 정부 지출을 500조원 이하로 막겠다고 했다.

의도적으로 법정 처리시한 넘기는 여야?

국회에 제출된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 처리시한은 12월 2일까지다. 통상적으로 법을 만드는 국회가 법정 처리시한 내에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는 여야의 고질병 같은 것으로 정부 원안을 고수하는 여당과 삭감을 주장하는 야당이 감액·증액을 놓고 이견차를 좁히지 못하기 때문인데, 올해도 준연동형비례대표제가 골자인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등 검찰개혁 법안이 맞물리면서 법정 시한 내 처리는 물 건너 간 상황처럼 보인다.

입법기관인 국회가 매년 법정 시한을 넘겨 예산안을 처리하는 것도 질타 받아야 마땅하지만 여야가 합심해서 국민 세금 나눠먹기에 골몰한다면 이는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오죽하면 여야가 의도적으로 법정 시한을 넘기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제기되고 있을까.

정부 예산안을 심의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정원은 50명으로 현재 더불어민주당 22명, 자유한국당 19명, 바른미래당 5명, 비교섭단체 4명으로 구성돼 있다.

예결위원장은 한국당 김재원 의원이 맡고 있으며, 민주당 전해철 의원과 한국당 이종배 의원,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이 각 당의 간사를 맡고 있다.

예결위원 50명 가운데 예산안을 주도적으로 심사하는 예결위 예산안조정소위원회(예산소위)는 민주당 7명, 한국당 6명, 바른미래당 2명 등 15명이다.

예산안 심사에 앞서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한 푼도 삭감할 수 없다며 정부 원안을 고수했고, 야당은 500조원 아래로 줄여야 한다며 대폭 삭감을 주장했지만, 지난 17일 기준으로 국회 상임위원회 17곳 중 12곳의 예비심사를 마친 결과, 정부 원안보다 10조 5950억원이 증액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물론 상임위 예비심사에선 여야의 예산확보 경쟁이 치열한 만큼 감액보다는 증액이 이뤄지기 마련이지만,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지역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지역구 의원들의 민원성 예산이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감액이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국회법에 따라 여야는 이달 30일까지 예산안과 부수 법안 등의 심사 및 예결위 전체회의를 열어 의결을 마쳐야 하는데, 여야는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선거법 개정안 및 검찰개혁 법안 등의 현안을 예산안과 결부시켜 정쟁의 대립각을 세우다 심사를 마치지 못할 공산이 크다.

이렇게 되면 예결위 활동 종료와 함께 12월 1일 정부 원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고, 국회의장은 정부 원안을 본회의에 상정한 뒤 이를 계류시키며, 언론은 법정 시한을 넘긴 여야를 겨냥한 비판을 쏟아내는 수순을 밟는다.

비판의 대상인 여야는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김과 동시에 예결위원장과 각 당 원내대표, 예결위 간사 등이 참여하는 비공식 협의체인 소소위를 열어 막바지 예산 심사 및 협상에 돌입하는 모양새를 연출한다.

소위의 경우 속기록이 남지만 소소위는 밀실에서 깜깜이로 진행되는 탓에 각 당 의원들의 민원성 예산이 오고가는 그야말로 ‘세금 나눠먹기’식이 돼버리고 만다.

여야가 매년 의도적으로 법정 시한을 넘기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이유다.

 

▲ 전해철(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예결위 간사, 김재원 예결위원장, 이종배 자유한국당 예결위 간사, 지상욱 바른미래당 예결위 간사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결위 예산소위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세금도둑과 공범…대한민국 국회의 현주소

당초 문희상 국회의장은 세금 나눠먹기식, 이른바 ‘쪽지 예산’, ‘카톡 예산’의 온상으로 지목되는 예결위 소소위를 금지하는 방안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을 검토했으나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로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올해 예산안 심사에 적용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한국당 주장대로 내년도 예산이 ‘국민세금만 낭비하고 그 부담을 미래세대에 전가하는 무책임한 재정운용’이라면 과감하게 삭감할 부분은 삭감해야 하고, 부족한 부분은 증액해야 하지만, 그게 아니라 총선을 앞두고 예산 확보를 홍보할 목적으로 ‘너도 늘리고, 나도 늘리는 식’이라면 여야 모두가 ‘세금도둑과 공범’이란 오명에서 자유롭지 못할 뿐이다.

선진국의 사례를 들어 예결위를 상설위원회 체제로 가동하고 심사 기간도 4~8개월 동안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으나, 여당이든 야당이든 이에 대한 적극적인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는다.

세금을 쏟아 붓고 있으나 경제지표는 물론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정책 전환 없이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우매한 짓을 반복하는 ‘세금중독 증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야당은 입으로는 브레이크를 건다고 하지만 뒤로는 여당과 ‘짝짜꿍’하며 국민 세금을 나눠먹기 하고 있다.

이게 대한민국 국회의 현주소다.

 

<사진제공 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영일 기자 rare0127@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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