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 = 김봉주 기자] 인수·합병(M&A)의 주역으로 최근 사모투자펀드(PEF)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있지만 인수기업에 대한 실적악화나 투자부진 등 실패사례들도 나오고 있다. 9일 금융감독원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화승 딜라이브 등은 최대주주가 PEF로 바뀐 뒤에도 실적부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유선방송업체 딜라이브는 실적이 저조해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를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2008년 MBK는 맥쿼리와 함께 특수목적법인인 ‘국민유선방송투자(KCI)’를 설립하고 딜라이브 지분 93.8%를 매입했다. 인수를 위해 금융권으로부터 2조2000억원의 대출을 받은 터라 적극적인 투자가 어려워졌다. 2008년 딜라이브의 CAPEX는 4609억원이었으나 2009년 998억원으로 급감했고, 작년에는 1033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2010년 307억원이었던 순이익은 지난해 9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포화 상태인 국내 케이블 업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인수대금도 과도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2015년 산업은행과 사모펀드 KTB PE가 이끄는 사모투자합자회사(KDB KTB HS)에 인수된 화승은 올해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처지가 됐다. 화승은 르까프, 케이스위스 등 스포츠 브랜드 업체인데 PEF가 주도하게 된 이후 실적이 악화됐다. 2015년 당시 185억원이었던 당기순손실은 지난해 468억원으로 적자가 늘었다. 별도의 투자 없이 기존 중저가 제품에 안주해 끝까지 수익성이 살아나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IMM PE에 인수된 대한전선은 사모펀드로 매각된 뒤 재무건전성은 나아졌지만 사업 확장에는 실패했다는 평가다. 대한전선은 국내 전선업계 2위 업체였던 2000년대 초 무분별한 사업 확장으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다 2015년 IMM PE가 대한전선에 3000억원을 수혈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대한건설은 부실계열사·비영업자산을 정리하고 재무건전성 확보에 힘쏟았다. 남부터미널 용지, 독산동 용지 등이 매각됐고, 평촌스마트스퀘어 개발사업을 마치면서 우발채무가 일부 채소되기도 했다. 하지만 2015년 인수 당시 대한전선의 연간 연구개발(R&D) 투자비는 30억원이었지만 작년 말 18억원으로 반 토막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스페셜경제 / 김봉주 기자 seraxe@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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