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윤성균 기자]공기압 밸브의 반덤핑 조치를 둘러싼 일본과 한국의 무역분쟁에서 한국의 반덤핑 조치가 협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세계무역기구(WTO)의 판결을 놓고, 한국과 일본이 서로 승소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WTO 판정 이후 서로 승소를 주장하는 것은 흔하지만, 이번 건에 대해 일본이 승소를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1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WTO 상소기구는 지난 11일 한국의 반덤핑 조치에 대해 일본이 문제 삼은 총 13건의 쟁점 가운데 10건에 대해 한국의 조치가 협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정했다.

공기압 밸브는 압축공기를 이용해 기계적인 운동을 발생시키는 공기압 시스템의 구성요소다. 자동차와 일반기계, 전자 등 자동화 설비의 핵심 부품으로 쓰인다.

이번 무역갈등은 지난 2015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우리 정부는 일본업체인 MC, CKD, 토요오키에서 생산하는 공기압 밸브에 대해 11.66~22.77%의 덤핑방지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이듬해 6월 WTO에 패널 설치를 요구하면서 WTO 제소 절차도 시작됐다.

WTO는 지난해 4월 대부분의 쟁점에서 우리나라 반덤핑 조치에서 WTO 협상 위배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정했다. 일본은 1심 판정에 불복하면서 지난해 5월 WTO에 다시 상소를 제기했다.

이번 따라 WTO 상소기구 심사는 1심에서 각하 판정을 받은 5개 쟁점에 대한 판정이 이뤄졌다.

WTO 상소기구는 4개 사안에서 우리 조치가 협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정했다. 다만 덤핑이 국내 가격에 미치는 효과 입증에 관한 1개 사안에서만 부분적으로 우리 조치가 협정에 위배된다고 봤다.

일본이 승소를 주장하는 것은 이 1개 사안에서 WTO가 일본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11일 “이 보고서(WTO 최종보고서)는 일본의 주장을 인정했다”며 “한국의 반덤핑 과세 조치는 손해·인과관계의 인정이나 과정의 투명성에 문제가 있어 WTO 반덤핑 협정에 들어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은 "WTO가 일본의 주장을 인정하고 한국에 대해 조치 시정을 권고했다"며 "만일 한국이 WTO 권고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일본은 WTO 협정 절차에 따라 이른바 ‘대항조치’ 발동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해관 산업부 신통상질서협력관은 “덤핑으로 인해 국내 산업이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했고, 이에 대해 가격적인 영향을 평가하는 방법론에 대해 WTO에서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협력관은 “일본이 제기한 13개 사안 가운데 10개를 확실히 이겼고 2개는 절차적인 사안”이라며 “나머지 1개도 문제점을 적절히 시정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패소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전인수격 해석”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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