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C 최종심 코 앞…LG화학-SK이노,극적 합의 '요원'

최문정 기자 / 기사승인 : 2020-09-24 16:5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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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경제=최문정 기자]전기자동차 배터리 원천기술 특허를 둘러싸고 지난해 4월부터 1년 6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법정공방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최종심을 앞두고 있다. 양사는 연일 입장문을 내며 서로를 강도 높게 비난하며 장외전을 이어가고 있다. 양사는 합의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진 않았지만, 팽팽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어 극적 합의는 요원한 상황이다.

한국의 대표 전기차 배터리 사업자인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법정 공방은 지난해 4월 시작됐다. LG화학이 미국 ITC와 델라웨어 연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 행위로 고소한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의 소송제기가 터무니없다며 바로 맞소송으로 응수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양사가 한국과 미국에서 진행 중인 법정 싸움만 9개에 달한다.

- 쟁점1: LG화학 “SK이노가 인력 빼갔다” VS SK이노 “정상적인 경력직 사원 채용 절차”

양사의 법정 공방의 첫 번째 쟁점은 인력 유출이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자사의 핵심인력을 조직적이고 대규모로 빼갔다고 주장했다.

LG화학은 ▲지난 2017~2019년에 자사의 연구, 생산 등 각 분야의 핵심인력 100여명이 SK이노베이션으로 대거 이직한 점 ▲LG화학 출신 경력직 면접 과정에서 기술 빼가기 시도가 있었던 점 ▲대규모 인력이동 이후 SK이노베이션의 수주 잔고가 크게 늘어난 점 등을 근거로 SK이노베이션이 회사 차원에서 주도적으로 LG화학 출신 인력을 데려갔다고 주장했다.

SK이노베이션은 면점 전형을 포함한 채용 과정이 일반 경력직 채용 과정과 다를 바 없었다고 반박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18년을 기준으로 505명이 더 나은 처우를 찾아 자발적으로 LG화학을 퇴사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 인력이 모두 SK이노베이션에 입사한 것이 아니라, 타사로도 이동했음을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은 “경력직 채용은 정상적인 검증 과정을 통해 이뤄졌고, 수주 증가도 SK이노베이션의 기술력과 고객사 확대로 이뤘다”고 반박했다.

- 쟁점2: LG화학 “원천 기술 도용해 특허까지” VS SK이노 “근거 없다. 자체 개발 기술”

양사의 법정공방 두 번째 쟁점은 기술 도용이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등록한 전기차 배터리 관련 원천기술인 ‘994특허’가 자사의 선행기술을 베낀 것이라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특허 발명자가 LG화학에서 이직한 연구원이며, 이 사람이 LG화학의 선행기술 배터리 관련 재료, 무게, 용량, 사이즈, 밀도 등 세부 정보가 담긴 문서를 보유한 점 ▲LG화학의 선행기술 배터리와 994특허와 직접적 연관이 있는 아이디어에 관한 논의 프레젠테이션 파일이 삭제됐었는데, 이를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복원하자 작성 일자가 크라이슬러가 LG화학의 A7 배터리를 채택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았던 점(2013년 5월 29일 작성) 등을 언급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러한 주장에 대해 ‘터무니없다’고 응수했다. SK이노베이션은 “자사의 A7 기술은 LG화학이 주장하듯 994특허의 선행기술이 될 수 없다. A7은 3면 실링을 적용했다고 하지만, 정교한 기술 설계가 반영되지 않았고, 스페이스 설계기술은 아예 적용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반박했다.

- 쟁점3: LG화학 “소송 이후 증거인멸 정황 드러나” VS SK이노 “여론전 멈추고 정정당당히 소송에 임해라”

마지막 쟁점은 소송 이후 증거 인멸 여부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이 이미 개발한 기술을 가져간 데 이어, 이를 특허로 등록한 것도 모자라 오히려 특허침해 소송까지 제기한 후, 이를 감추기 위해 증거인멸도 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특허 소송 시작 두 달 후인 지난해 11월까지도 ‘팀룸’ 휴지통의 자동 삭제 프로그램이 가동되고 있었으며, 이에 따라 수천개의 파일이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SK이노베이션은 증거 인멸을 시도한 적 없으며, LG화학 측이 여론전을 멈추고 정정당당히 소송에 임할 것을 요구했다. SK이노베이션은 “자사의 포렌식 전문가의 분석결과 LG화학이 발명자가 삭제했다고 주장한 주요 문서들은 한 건도 빠짐없이 정상 보존되고 있음을 확인하고 그 결과를 ITC에 증거로 제출했다”며 “발명자의 VDI(일종의 클라우드 업무시스템) 백업파일을 포렌식 목적으로 LG화학에 제공한 바 있음에도 LG화학은 이 같은 사실 왜곡해 문서 삭제라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LG화학이 자사가 지난해 4월 진행한 문서보안점검 건과 이번 994특허침해 소송을 연관 지어 문서 삭제를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문서 삭제는 회사가 정기‧수시로 진행하는 문서 보안점검이며, LG화학과 미국에서의 소송전을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상황에 미국법에 따른 문서 보존 의무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상식적으로도 SK이노베이션이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고 난 후 관련된 문서를 삭제할 이유가 전혀 없다. 이런 왜곡‧억지 주장을 하는 것은 LG화학이 근거 제시를 통한 정정당당한 소송전략이 아닌 말도 안 되는 문서 삭제 프레임에 의존하는 것으로 오해 받기 충분하다”고 응수했다.

 

▲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소송일지

 

양사가 이같이 좀처럼 입장을 좁히지 못하는 이유는 전기차 배터리가 가까운 미래의 핵심 수익 사업이기 때문이다. 또한 양사 모두 뚜렷한 수익도 없이 연구‧개발에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투자해온 점도 이유로 꼽힌다. 전기차 배터리의 미래 사업 가치만을 보고 투자를 이어오다 이제야 흑자 전환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지난 20년 간 이어진 집념의 투자 결실이다”라며 “지난 2000년 전기차 배터리 연구개발에 착수한 이후 매년 투자를 늘려왔다. 지난해엔 전체 연구개발 예산인 1조1000억원원 중 배터리 분야에만 30%를 투자했다. 시설 투자도 4조원 규모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LG화학은 올해 2분기에 들어서야 전기차 배터리 부문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SK이노베이션도 "배터리 사업을 38년 전인 1982년 시작했다. 당시 선경그룹이 인수한 대한석유공사가 사명을 ‘유공’으로 바꾸던 해로, ‘종합에너지 기업’이라는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에너지 축적 배터리 시스템’을 미래 사업으로 선정한 것이 그 출발선"이라는 설명이다.

화학 연료를 사용하지 않아 배기가스 배출에서 자유로운 전기차는 차세대 이동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대표적인 전기차 브랜드인 ‘테슬라’의 차량인 ‘테슬라 모델3’는 출고가가 약 5만달러(약 6000만원)에 달한다. 핵심 부품인 배터리가 상용화 초기 단계라 생산 단가가 높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지적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지난 23일(한국시간) ‘테슬라 배터리 테크놀로지 데이’에서 가격을 현재보다 절반 수준으로 낮추고 성능을 개선한 원통형 배터리 '4680'을 3∼4년 내에 내놓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국내 배터리 업계도 테슬라에 대항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시기에 접어 들었다. 이에 업계에서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극적 합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양사가 한국과 미국을 배경으로 장기간 펼쳐지고 있는 소송전에 비용과 시간 손해가 막심하다는 점에서다. 업계에서는 양사가 1년 6개월에 이르는 소송기간 동안 소송비용으로만 약 4000억원을 썼을 것이라 보고 있다.

특히 지난 17일 LG화학의 배터리부문 분사 소식에 일각에서는 양사가 내달 5일로 예정된 ITC의 최종심 이전에 극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양사 모두 합의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LG화학은 “소송과 관련해 합의는 가능하다. 다만 “객관적인 근거를 토대로 주주와 투자자가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수준이 제시돼야 한다”는 조건을 덧붙였다. SK이노베이션도 “LG화학이 배터리 산업 생태계와 국가 경제성장의 중요한 파트너라고 여러 번 강조한 바 있다. 소송에도 책임감 있게 근거를 제시하면서 정정당당하게 임하되, 대화를 통해 현명하고 합리적으로 해결해 나가자”고 말했다.

다만, LG화학이 기존에 주장하던 수조원 대의 합의금 대신 1조원대로 합의금을 조절했으며, 이를 SK이노베이션이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이 흘러나오기도 했지만 양사는 모두 사실이 아니라 선을 그었다. LG화학 측은 이같은 소문이 사실무근이며, 합의 내용도 진전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그러한 내용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

이에 따라 결국 양사의 배터리 전쟁은 내달 ITC의 최종심을 통해 승패가 결정될 전망이다. ITC는 지난 2월 LG화학의 영업비밀 침해호소에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 판결을 내리며 LG화학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스페셜경제 / 최문정 기자 muun09@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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