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8개 카드사 "수험생 이벤트 없어"
명품브랜드.렌탈 등 '연말 마케팅' 집중

▲3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2021학년도 수능이 치러지는 가운데 국내 8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농협카드)가 수능 이벤트를 진행하지 않는다.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스페셜경제=이정화 기자]"넷플릭스·배민이나 요기요 같은 앱 혜택이라도 주지", "수능 끝나면 화장품 세일이나 휴대폰 약정 할인 받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이젠 수험표 들고 시내 돌아다니면 코로나 때문에 큰일난다", "생활체육비 이벤트도 취소됐다고 문자 왔다. 수험생 친구들 이번에 제대로 혜택 못누리는 거 아쉽긴 하다"


수능 이벤트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들은 소비자들의 반응이다. 49만 수험생들이 코로나19 속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마치고 나왔지만 신나는 할인 타임을 누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수험생 대상으로 쇼핑이나 외식, 여행상품 할인 등 각종 이벤트를 벌이던 카드사들이 올해는 '수능'아닌 '연말'을 겨냥해 보복소비 수요를 잡기 위한 제휴 마케팅에 한창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2021학년도 수능이 치러지는 가운데 국내 8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농협카드)가 수능 이벤트를 진행하지 않는다.

하나카드가 수능을 기념해 '공유미용실' 첫 방문시 최대 30% 할인해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으나 전 고객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수험생 이벤트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우리카드는 지난 2013년부터 진행해온 '대입설명회'를 올해 언택트 형식으로 실시한다. 수험생이 아닌 '학부모 고객'이 대상이다. 이벤트 응모에 참여한 고객 중 100명을 추첨해 줌(ZOOM) 화상 컨설팅을 진행할 방침이다.

매년 이맘때 카드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수험생 대상으로 어학·운전면허 학원, 콘서트, 유원지·에버렌드, 외식, 쇼핑, 여행 분야에서 할인을 제공하거나 경품 이벤트를 펼쳐왔다. '수험생'들을 미래 잠재고객으로 선점하기 위한 마케팅 대전이었던 셈이다.

올해 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따른 수익 급감 ▲실익(효율)이 크지 않은 대상 ▲금융당국의 일회성 마케팅 비용 축소 요구 ▲코로나19로 대면 이벤트 부담 등의 이유로 수능 이벤트를 자제했다는 입장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년 간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거듭 이뤄진 영향으로 카드사들이 수익 확보에 유례없는 난항을 겪고 있다"며 "금융당국도 일회성 마케팅을 줄이는 등 비용 축소를 요구해 수능 관련 이벤트를 축소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고 밝혔다.

수험생 동생을 둔 20대 A씨는 "내년에 안정기 찾는다면 작년 수험자까지 포함해서 이벤트 열면 좋겠다"며 "올해는 수능준비생들이 코로나 때문에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한 것 같다. 곁에서 지켜보면서 안쓰러울 떄가 많았는데 수험생만을 위한 이벤트가 꼭 카드사만이 아니더라도 다양하게 펼쳐졌으면 싶다"고 말했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고등학교에 마련된 시험장에서 수험생들이 손소독을 하며 입실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카드사들은 연말까지 남은 한달 간 보복소비를 겨냥한 이벤트 전개에 집중할 전망이다. 코로나를 고려해 항공권 혜택 등 오프라인 프로모션을 축소하는 한편 온라인과 언택트 중심 이벤트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보복소비(코로나19로 억눌렀던 소비 욕구를 한 번에 분출하는 현상) 양상은 꾸준히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코리아세일페스타' 진행 당시 7일 간 카드사 매출이 17조원 규모로 전년 동기 배기 8.4% 증가했다. 카드사들이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적극적인 마케팅비 투입에 나서는 이유다.

롯데카드는 최근 할인이 없는 명품 브랜드까지도 적립 혜택을 제공하는 '롯데백화점 플렉스 카드'를 출시했다. 삼성카드도 40여개 해외 명품 브랜드 구매 시 집중 혜택을 제공하는 '신세계인터내셔날 삼성카드'를 내놨다.

하나카드는 연말까지 자동차 결제 시 캐시백을 제공하는 '오토캐시백' 이벤트를 진행하고, 명품 온라인 거래 플랫폼 '파페치'내 제휴 이벤트를 실시한다. 삼성카드도 수입차 오토리스 계약 시 블랙박스 등을 제공하는 프로모션과 가전 렌털 이벤트를 펼친다. 현대카드는 기아차 신차 구매 시 캐시백 지급 프로모션을 연말까지 전개한다.

카드사 관계자는 "올해는 코로나19로 연휴, 추석, 여름 휴가를 겨냥한 이벤트들이 대폭 축소된 바 있다"며 "연말 이벤트와 온라인 중심 마케팅이 조금이나마 고객에게 즐거움을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수능이나 겨울 스키 등 일회성 마케팅을 펼치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수익성을 안정화시키기 위한 절차로 감수해야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스페셜경제 / 이정화 기자 joyfully7@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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