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현대해상 'GA설립 논의中'
"GA 특성상 생·손보 전부 판매 취급"
"GA 영향력↑ 설계사 이탈 방지 일환"

▲2일 보험업권에 따르면 미래에셋생명이 전속 보험설계사 3300여명과 사업가형 지점장 등을 자회사형 GA 미래에셋금융서비스로 이동시키기 위한 채널혁신추진단을 출범했다. (사진제공=미래에셋생명)

 

[스페셜경제=이정화 기자]한 보험사에서 여러 보험사 상품을 비교·가입할 수 있을 전망이다. 국내 보험사들이 업황 악화 속에서 비용 효율화 전략의 일환으로 상품제조과 판매조직을 분리하는 '제판분리' 행렬에 뛰어들고 있다. 설계사 이탈율을 줄이고, 다양한 생·손보 상품을 함께 판매할 수 있는 법인보험대리점(GA) 특성을 이용해 소비자 편의를 도모할 전망이다.


2일 보험업권에 따르면 미래에셋생명이 전속 보험설계사 3300여명과 사업가형 지점장 등을 자회사형 GA 미래에셋금융서비스로 이동시키기 위한 채널혁신추진단을 출범했다. 내년 3월 제판 분리를 진행해 본사가 상품 개발과 자산운용을, 미래에셋금융서비스가 상품 판매를 전담하도록 할 방침이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인구구조의 변화와 디지털화 등 급격한 환경 변화로 소비자의 소비 유형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전속 채널 중심의 영업으로는 상품 경쟁력이나 다양성 확보에 한계가 있다”며 “다양한 보험사의 상품을 비교해 판매할 수 있는 GA 채널로 판매 주도권이 전환되는 흐름에 대응해 미래에셋금융서비스를 중심으로 판매채널을 재편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GA 채널 중심으로 변화하는 보험시장에서 기존 판매조직 중심의 운영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보험 제조와 판매가 분리되면 보험사는 영업조직이나 설계사 인력을 보유하지 않아도 되고, 상품개발과 자산운용 역량 강화에 집중할 수 있다. 소비자들도 다양한 보험 상품을 안내받고 구매할 수 있게 돼 선택권이 넓어진다는 설명이다.

보험사들은 이 같은 GA 장점을 살리기 위해 자사형 GA 개편 및 설립을 잇따라 논의하는 상황이다. 자사형 GA는 보험사가 100% 지분을 보유한 외부 판매채널이다.

한화생명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GA '한화라이프에셋'과 '한화금융에셋'을 합병해 규모를 확대하기로 했다. 본사 소속 설계사를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는 자회사형 GA 설립도 모색 중이다. 본사에 함께 있는 상품개발과 판매조직을 떼어놓는 제판 분리 운영을 선택한 것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본사는 상품개발과 자산운용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전속설계사 영업조직은 별도 법인에서 관리하면서 부문별로 전문성을 강화하고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목표로 전속설계사 채널 변화를 구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한생명은 자사형 GA인 '신한금융플러스'를 지난 8월 출범시켰다. 내년 7월 오렌지라이프와 통합을 앞두고 발생할 수 있는 영업조직의 이탈을 방지하고 시너지를 확대하기 위해서다.

최근 신한금융플러스는 대형 GA인 리더스금융판매의 일부 사업부에 대한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업력과 노하우를 갖춘 GA를 흡수해 몸집을 키우고 경쟁력 확보에 나서겠다는 포부다.

손보사들 중에선 현대해상과 하나손해보험이 자사형 GA 설립에 따른 판매 조직 분리를 검토하는 단계로 알려진다.

현대해상은 중장기 경영전략인 '비전 하이(Hi) 2025'에 맞춰 지난 10월 채널전략 TF(특별전담조직)을 꾸린 바 있다. 현재 자사형 GA 설립 여부와 시기 등을 논의 중이다.

하나손보는 지난달 이사회에서 보험대리 및 중개업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자회사 설립 안건을 통과시키면서 별도의 판매채널 설립을 공식화했다.

업계는 자사형 GA 중심의 논의가 계속해서 화두에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GA 채널의 영향력이 높아지는 데다 내년부터 보험설계사의 초년도 모집수수료를 월 납입보험료의 1200% 이하로 제한하는 규정이 시행되면서 고능률 전속설계사들이 GA로 이탈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대응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위 중·대형 GA의 신계약 건수는 전년(1278만건) 보다 약 14%(183만건) 오른 1461만건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중대형 GA의 수수료 수입도 무려 20%(1조2788억원) 증가했다. GA 채널 설계사(22만5000명) 인원은 지난해 기준으로 보험사 전속설계사(17만6000명)를 능가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사형 GA는 꾸준히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 국내 생손보의 자회사형 GA는 12곳이다. GA로 이탈하는 설계사를 막기 위해 설립하는 경우도 있지만 제판 분리를 위한 사전 단계로도 해석할 수 있다. 내년 설계사 수수료 개정안 시행을 대비해 계속해서 제판분리 등 GA 개편과 확장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병건 DB투자증권 연구원은 "GA들의 영향력 확대에 따라 보험업의 제판분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데 보유계약과 판매채널, 그리고 자산운용과 자회사 가치가 각각 평가받는 것이 오히려 생보사의 숨은 가치를 드러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현재 논란이 되는 것처럼 대형 보험사가 판매조직을 자회사 형태로 분리하게 된다면 업계 재편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스페셜경제 / 이정화 기자 joyfully7@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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