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언주 “판사가 ‘청와대 대변인’인 것 같아”
- 1989년 “남한을 미국의 신식민지로 규정·반미 민족해방 주장”
- 나경원 “임종석과 같이 ‘노동운동 했다’는 언론보도…의심된다”
-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영장전담판사…임종석 한양대 1년 선배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검찰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게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돼 지난 26일 오전 김 전 장관이 서울 송파구 서울 동부구치소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스페셜경제=신교근 기자] 검찰이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게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던 서울동부지법 박정길(사법연수원 29기)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과거 국가보안법과 집시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수배됐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런 가운데 박 부장판사가 영장전담판사로서 기각사유에 사실상 ‘본인판단’을 넣었다는 논란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박정길 영장전담판사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같은 대학 출신의 노동운동을 했다”는 발언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지난 29일 <뉴데일리>는 <한겨레신문>의 1989년 10월 13일자 11면에서 “서울시경 공안분실은 박정길(당시 한양대 법학과 4학년·현 부장판사) 등 6명을 국가보안법(이적표현물 제작 배포·찬양고무)과 노동쟁의조정법(제3자 개입), 집시법 등 위반 혐의로 수배했다”는 사실을 확인해 단독보도했다.

<한겨레신문> 보도에 따르면, 박 부장판사 등은 당시 한양대 서클 ‘삶과 노동’을 결성한 뒤 남한 사회를 미국의 신식민지로 규정하고, 반미·반파쇼투쟁 및 민족해방·계급해방을 주장하는 유인물 ‘횃불’ 1·2호와 호외를 각각 300~800부를 제작해 배포했다.

또한 박 부장판사가 활동했던 ‘삶과 노동’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 동방섬유의 파업현장에서 30여 차례에 걸쳐 2명 1조씩의 ‘규찰대’를 보내 외부 ‘구사세력’을 차단한 혐의도 받았다. 이에 박 부장판사와 함께 활동한 서클원 2명은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한겨레>19891013일자 신문 11면에 보도한 박정길 부장판사의 국보법 위반 수배 기사 (사진출처=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한겨레신문지면 캡처)


이언주 “판사가 ‘청와대 대변인’인 것 같아”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받는 김은경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박 부장판사는 기각당시 이례적으로 462자에 달하는 기각사유를 밝혀 논란이 일었다. 보통 50~100자 분량 정도의 영장 발부·기각 사유와 비교하면 일반적이지 않다는 게 법조계의 주장이다.

아울러 영장전담판사인 박 부장판사가 기각사유에 김 전 장관의 유무죄를 논하며 ‘본인판단’이 들어갔다는 논란도 제기됐다. 박 부장판사는 “최순실 일파의 국정농단과 당시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공공기관 인사 및 감찰권이 적절하게 행사되지 못했다”며 “새로 조직된 정부가 공공기관 운영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사직 의사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에 법률가 출신인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은 기각당시인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박 부장판사의 기각사유 표현을 꼬집으며 “국정농단이 있었는지 아직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지 않았는데 ‘최순실 일파의 국정농단’이라고 표현한 것은 무죄추정 원칙에 반한다”며 “정치논평할 때나 쓰는 ‘국정농단 표현’을 쓴 것 자체가 법리적 판단이 아닌 정치적 판단임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판사가 청와대 대변인처럼 블랙리스트가 아니라 체크리스트라고 그대로 받아들이고 쓴 것으로 이게 체크리스트면 김기춘, 조윤선은 왜 유죄판결이 나왔나”라며 “법원의 어용화, 정치화, 반(反)법치를 보여주는 심각한 것으로 법관이 기본적 판단조차 유탈한 어이없는 결정을 하는지 기가 막힌다”고 비판했다.

 

▲(왼쪽)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오른쪽)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


나경원 “임종석과 같이 ‘노동운동 했다’는 언론보도…의심된다”

이에 <뉴데일리>는 <한겨레신문> 보도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서울동부지법에 연락을 취했으나 “박 부장판사의 개인 신상 문제이기 때문에 확인이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전했다.

김은경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박 부장판사는 ▶1966년 경남 창녕 출신으로 마산중앙고를 졸업한 후 한양대 법학과 85학번에 입학 ▶1997년 사법시험(39회) 합격 후 사법연수원(29회)을 수료 ▶2000년 수원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서울동부지법·서울고법·서울북부지법·춘천지법·의정부지법 판사를 역임 ▶지난해 2월 법관 정기인사에서 서울동부지법에 부임했다.

이와 관련해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김 전 장관의 영장이 기각된 뒤 “박정길 영장전담판사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같은 대학 출신이면서 노동운동을 했다는 언론 인터뷰가 있다”면서 “결국 동부지법이 환경부 건을 다루는 것을 알면서 알박기로 이 영장전담판사를 임명한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임종석 전 실장은 한양대 무기재료공학과 86학번으로 전해진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신교근 기자 liberty1123@speconomy.com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