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서 사전투표 1‧2위 결과 뒤집혀…“구성원 의견 묵살…납득 안 돼”

 

[스페셜경제=윤성균 기자]연세대학교 제19대 총장선임 결과를 두고 학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교수, 직원, 학생 등 학내 구성원들이 참여한 연세대 총장추천위원회 정책평가단투표 결과가 이사회에서 뒤집혔기 때문이다.

특히 연세의대에서는 이병석 세브란스병원장이 정책평가단투표에서 큰 표차이로 1위에 올라 8년 만에 의대 출신 총장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을 보였던 터라 더욱 충격이 큰 상황이다.


31일 교육계에 따르면, 연세대 지난 28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제19대 연세대 총장으로 서승환 상경대학 경제학부 교수를 선임했다.

앞서 연세대 총장후보추천위원회 정책평가단은 이경태 국제캠퍼스 부총장 교수(경영학과), 이병석 세브란스병원장(의과대학), 서승환 상경대 교수(경제학부) 등 3명을 이사회에 추천했다. 이사회는 만장일치로 교수를 신임 총장으로 낙점했다고 밝혔다.

이를 놓고 학내 구성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이사회가 정책평가단이 1순위로 추천한 후보가 아닌 2순위 후보를 신임 총장에 낙점했기 때문이다.

정책평가단은 큰 표차로 이병석 병원장을 1위 후보에 올렸다. 이사회가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깡그리 무시한 것이라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사회의 독단…사전 선거 왜 했나?
 

▲ 서승환 상경대학 경제학부 교수

 

이번 총장선거는 정책평가단에 교수‧직원‧학생 등 내부구성원이 참여한 첫 사례다. 총장 선임에 앞서 이사회와 교수회는 논의를 걸쳐 정책평가단에 교수뿐만 아니라 직원‧학생 등 내부구성원이 참여하는 것에 합의했다.

또 정책평가단의 사전 투표로 최종 후보를 결정해 이사회에 올리면 이사들이 투표를 거쳐 신임 총장을 임명하기로 했다. 정책평가단의 사전 투표로 신임 총장을 선임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사회에서 이를 반영하겠다는 암묵적 동의가 있었다는 게 연세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로 교수 408명(85%), 직원 48명(10%), 학생 24명(5%)로 구성된 정책평가단은 지난 21일 치러진 총장 후보 선거에서 5명의 후보 중 이병석 병원장, 서승환 교수, 이병태 부총장을 최종 후보로 압축했다.

당시 이병석 병원장은 총 463표 중 151표를 득표해 102표를 얻은 서승환 교수를 79표 차이로 눌러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연세의대는 7-8대 이우주 총장, 13대 김병수 총장, 16대 김한중 총장 이후 4번째 의사 출신 총장 탄생에 기대감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사회에서 결과가 뒤집혔으니 충격도 그만큼 컸다.

연세대 의대 A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사회는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은 안중에도 없었다”며 분노했다.

그는 “이사회와 합의를 거쳐 선거제도를 마련한 만큼, 암묵적으로는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메시지가 있었다”며 “1차, 2차 선출 과정을 거쳐 이사회로 넘어갔을 때 내부구성원을 비롯해 어느 누구도 1위 후보가 총장으로 선임될 거라고 생각했지 2, 3위 후보가 선임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1차, 2차 투표는 쓸데없는 짓을 한 게 됐다”며 허탈감을 드러냈다.

A교수는 만장일치로 결정됐다는 이사회의 발표에도 의구심을 표했다. 그는 “논란을 피하기 위해 만장일치로 하자고 내부적으로 이야기한 것 아니겠느냐. 이사회 1차에서 5:2:2, 2차에서 7:5로 표가 갈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역시 내부 구성원을 무시하는 처사다”라고 꼬집었다.

국정농단 연루된 서 교수, 과오 없나? 


▲ 국토교통부 장관 당시 서승환 교수의 모습

일각에서는 신임 총장으로 선임된 서승환 교수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서 교수는 지난 박근혜 정권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수위원을 거쳐 국토교통부 장관을 지냈다.

서 교수는 2013년부터 2년간 장관을 지내며 ‘행복주택’ 정책과 부동산 규제 완화 등을 추진하며 정권 초대 장관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평을 들었다.

문제는 장관 직을 마치고 교단으로 복귀한 다음 불거졌다. 대통령 탄핵의 빌미가 된 국정농단사건에 연루된 것이 밝혀져서다.

지난 2013년 9월경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시 장관이었던 서 교수에게 밤 늦게 전화를 걸어 “2018년 평창에서 동계올림픽도 열리고 하니 서울 근교에 복합 생활체육 시설을 만드는 게 좋겠다”며 대상 부지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서울에서 평창 가는 길목인 미사리쯤이 어떠냐”고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이 지목했다는 미사리 일대는 국정농단인의 주범인 최순실 씨가 2008년 7월 34억5000만원을 들여 사둔 건물과 토지가 있는 곳으로부터 500여 미터 떨어진 곳이다.

국토부는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내려진 지 한 달 만인 지난 2013년 10월 복합 생활체육 시설 대상지 3곳을 골라서 청와대에 보고했다. 그러면서 미사리에 가장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이 사업은 실제로 실행되지는 않았지만, 최씨는 지난 2015년 7월 이곳 부동산을 매각해 17억5000만원의 차익을 거뒀다.

서 교수는 당시 정황에 대해 검찰 조사에서 증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서 교수의 잘못이 있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교단에 서는 지식인으로서 부동산 개발과 관련된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것 자체로 도덕적 흠결이 된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연세대 총장추천위원회 정책평가단에서는 서 교수의 이러한 과오가 충분히 인지됐고, 그 평가가 선거결과에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이사회는 1위 후보는 제쳐두고 2위인 서 교수를 신임 총장에 앉혔다. 내부 구성원들의 요구대로 이사회의 “납득되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에 대해 이사회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연세대 법인사무처에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끝내 담당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사회가 침묵하는 상황에서, 연세의대 교수들을 중심으로 공식적인 문제제기가 이뤄질 전망이다.

후생신보에 따르면, 연세의대 교수평의원회는 내달 초 임시회의를 열고 총장 선출과 관련 법인이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A교수는 “연세의대 내에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며 “차라리 이럴거면 세브란스를 분리하자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사회의 결정이 “세브란스를 무시한 처사”라며 “그렇지 않으면 설명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이사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고 있는 중”이라며 “내부 불만 목소리를 듣고 묵살하는지, 납득이 되는 설명을 하는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가시방석 앉은 연세대

신임 총장을 놓고 논란이 지속되면서, 연세대도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연세대는 최근 경쟁력 저하와 재정적 위기를 겪고 있다는 평이다. 신임 총장 선임을 통해 분위기를 쇄신해보려는 학교 입장에서 총장 선임 논란은 뼈아픈 부분이다.

특히 연세대는 지난 7월부터 2차례에 걸쳐 교육부로 부터 종합감사를 받고 결과 발표를 기다리는 입장이라 안팎으로 ‘가시방석’에 있다. 연세대가 종합감사를 받은 것은 개교 이래 처음이다.

(사진제공=뉴시스, 연세대)

 

스페셜경제 / 윤성균 기자 friendtolife@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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