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여야 4당은 ‘전자 입법 발의 시스템’을 이용해 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법 등 ‘패스트트랙 4법’을 26일 발의했다. 전일 팩스로 보낸 사·보임안을 문희상 국회의장이 병상 결재고 이메일·팩스로 법안 제출을 시도한 것에 이어 헌정 사상 최초로 ‘전자 발의’라는 방식을 쓴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패스트트랙을 밀어붙이려고 불법과 탈법, 꼼수를 총동원하고 있다. 입법 쿠데타로 원천 무효”라고 밝혔다. 이날 4당이 사법·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개의를 시도한 것에 대해 한국당은 2일째 ‘진지 봉쇄작전’을 펼치며 맞섰다.

헌정 사상 초유의 ‘전자 입법 발의’

여야 4당이 이날 오후 5시 20분께 선거법 개정안 등을 ‘전자 발의’하자 한국당은 “팩스 사·보임, 병상 결재, 이메일 법안 제출에 이어 꼼수의 산을 쌓고 있다”고 밝혔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국회법과 국회법 해설례를 종합하면 의안은 반드시 서류로 접수해야 한다. 그 접수는 반드시 국회 의안과 701호를 방문해서 해야 한다”면서 “사·보임은 불법이고, 의안 접수도 가짜고, 이렇게 열릴 사개·정개특위도 가짜”라고 말했다.

정개특위 심상정, 사개특위 이상민 위원장은 이날 오후 8시 각각 질서유지권을 발동하고 회의를 소집했다. 한국당 의원들이 회의장을 막고 일부는 드러눕기도 했다. 두 위원장이 “회의 방해는 국회법 위반”이라며 진입을 시도했지만 한국당은 “헌법 수호 독재 타도” 구호를 외치거나 애국가를 부르며 대적했다. 4당 보좌진은 이에 “어이없네, 적반하장”과 “회의 방해 징역 5년” 등의 구호를 부르짖었다. 한국당에 “애국가 2절도 불러라. 2절 가사 모르지?”, “원하는 대로 다 끌어내 줄까?”라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었다.

4당은 장소를 옮겨가며 게릴라식 회의를 시도했다. 이상민 위원장이 오후 9시 18분경 국회 5층에 있는 문화체육관광위 회의장에서 사개특위 회의를 개최했다. 2층 사개특위 회의장이 한국장 의원들로부터 봉쇄돼 자리를 옮긴 것이다. 이상민 의원장은 공수처법 등 패스트트랙 지정 안건을 상정했지만 민주평화당 박지원의원과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의 불참으로 의결하지는 못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뒤늦게 “문재인 독재자”라는 구호로 항의했고, “도둑 회의, 도망 회의”라고도 했다.

이날 양측 국회 대치 과정에서 쇠망치와 빠루(노루발못뽑이) 등의 연장까지 등장했다. 오전 2시 30분경 망치와 빠루를 든 남성들이 한국당 의원들이 농성하던 국회 의안과 문을 망가뜨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국당의 저지로 민주당이 사무실에 진입하지는 못했다. 국회에 망치·빠루 등이 등장한 것은 11년 전 지난 2008년 한·미 FTA 비준안 상정 이후 처음이다.

다음날 아침 한국당은 민주당 재진입을 막기 위해 ‘방어 진지’를 구축, 모든 유리 출입구를 자전거자물쇠·철사·청테이프·노끈으로 봉쇄했다. 청테이프를 X자로 붙여 유리창 파손에 대비했고, 의안과 사무실 출입문은 망치질에 대비하기 위해 스티로폼을 3~4중으로 둘렀다. 당 관계자들은 “옥상에서 줄 타고 내려와 창문으로 접수하는 상황에 대비했다”고 전했다. 한국당은 ‘붉은 피아 식별띠’를 팔목에 두르기도 했으나 쉽게 구할 수 있는 띠라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에 관뒀다.

민주당·한국당 지지층 결집


여야는 지지층 결집을 시도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박정희, 전두환 독재와 싸울 때 생각 난다. 그 싸움에 비하면 지금은 한 줌도 안 된다”면서 “한국당은 거리의 조폭보다 못하다”고 말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공사장에 있어야 할 망치를 들고 국회 문을 때려 부수려는 정당과 민주당의 모습을 목도했다”고 했다.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은 과연 쇠망치와 빠루의 후예답다”고 말했다.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이 전쟁이 좌파에 의한 정변이자 반란이라고 말했다.

양당 지지층은 장외에서 결집했고, 민주당 지지층은 국회 생중계를 시청하며 “저 왜구들(한국당)을 다 쓸어버리자,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한·일전” 등의 댓글을 남겼다. 친문 커뮤니티에는 나경원 원내대표 등을 원숭이에 빗댄 게시물이 게시됐다. 보수층은 “문재인의 재조산하가 이런 것이었다니 섬뜩하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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