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만 두들겨 패’…‘논란 불거지자 또 경쟁사 탓’

[스페셜경제=김다정 기자]보툴리눔톡신 균주를 둘러싼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에 치열한 공방이 4년 만에 종지부를 향해 가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대웅제약 측에 보툴리눔톡신 ‘나보타’ 균주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제출하라고 명령하면서 조만간 양측의 해묵은 법적 공방이 결판날 예정이다.


향후 ITC가 어떤 결론을 내리느냐에 따라 다른 한 쪽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악의 경우 둘 중 하나는 자사의 주력 제품의 시장철수와 각종 소송까지 휘말릴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양측 모두 이번 균주 논란에 사활을 걸고 대응하고 있다. 그러면서 양사의 갈등은 소송을 넘어 상대에 대한 음해와 비방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언론에서는 메디톡스가 자사 보툴리눔톡신 ‘메디톡신’ 제품 제조와 허가 과정에서 불법을 저질렀다는 보도가 연일 터져 나오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메디톡스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히는 동시에 의혹을 제기한 배후세력으로 대웅제약을 지목했다. 언론 보도의 진위를 놓고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것에 더해 제보자를 지목하며 비난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때문에 핵심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없이 제보자를 공개적으로 특정하고 경쟁사의 음해로만 화살을 돌리는 메디톡스의 행태에 대해 비판 여론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회사의 사활이 걸렸음을 감안하더라도 과한 분쟁과 비난이라는 지적이 일면서 기업의 신뢰도와 도덕성에도 타격을 주는 모양새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소송을 넘어 감정싸움으로 이어지고 있는 메디톡스의 각종 의혹에 대해 짚어보기로 했다.

 

‘신뢰도 직격탄’…허가과정 논란부터 생산공정 조작 논란
‘효자 상품’ 메디톡신, 허가취소 위기 직면…기업윤리 비판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보툴리눔톡신 균주’ 전쟁은 이제 절정으로 치닫았다. 이 과정에서 메디톡스는 일생일대의 위기를 맞게 됐다.


최근 언론에서는 메디톡스의 주력제품인 ‘메디톡신’과 관련된 각종 의혹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메디톡스가 메디톡신의 제조번호를 마음대로 바꾸고 실험용 원액을 쓰는 등 생산공정을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JTBC>는 지난 16일 메디톡스가 기준 미달·실험용 원액을 국내외에 불법 유통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불량으로 폐기된 제품 1만6000여개 제품 번호를 정상제품으로 바꾸고 실험용 원액까지 제품으로 만들어 판매했다고 보도했다.


메디톡스가 처음 메디톡신을 생산할 당시 생산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2006년 6월까지 18차례에 걸쳐 모두 4만7000여개의 제품을 생산했다. 전체 생산량 중 3분의 1에 달하는 1만6000여개는 효과미흡 등 불량으로 폐기됐다.


그러나 이후 생산된 제품들에 기존 폐기제품의 번호가 나란히 기재돼있었다. 이는 불량으로 폐기된 제품번호들을 정상 제품번호와 바꿨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불량률이 높으면 제품의 안전성을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를 통해 불량품 규모를 고의적으로 줄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인위적인 과오의 최소화와 고도의 품질보증체계를 확립한다는 우수 의약품 품질 관리 기준(GMP)에 반하는 심각한 사안으로 볼 수 있다.

 
이어 비슷한 시기 작성된 다른 생산내역서에는 원액 배치란에 실험용이라는 ‘SBTA’ 표시가 있었으며, 이런 실험용 원액을 사용해 만든 제품 일부는 국내외에 팔린 것으로 돼 있었다.


2013년 작성된 생산내역서에는 원액 배치란에 또 다른 원액 번호가 적혀 있으며, 바뀐 원액은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기 이전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함께 이 같은 내용을 메디톡스 정현호 대표와 일부 임원이 이메일 등을 통해 인지하고 있었다는 정황도 포착되면서 논란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보툴리눔 톡신에 사용되는 균은 맹독성 물질로, 1g만으로도 실험쥐 10억마리를 죽일 수 있는 위력을 가졌다. 때문에 의료용 보툴리눔 톡신은 극소량만 사용하며, 자칫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이같은 맹독성 제제로 분류되는 보툴리눔 톡신을 안전성 등을 검증을 받지 않은 실험용 원액을 사용해 판매했다는 점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이다.

‘맹독’ 멸균처리 없이 유통했다?

이와 함께 메디톡신이 생산과정에서 제대로 된 멸균처리 없이 10년 이상 상당 수 판매돼 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23일자 <뉴스1>보도에 따르면 메디톡스 전직원 A씨는 최근 제조사 메디톡스에 대한 약사법 위반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같은 내용 등을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에 공익신고 했다.


A씨는 지난 2008년부터 최근까지 메디톡신의 생산 과정에서 필요한 동결건조기 멸균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메디톡스가 이같은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실제 멸균처리를 한 것처럼 차트를 조작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메디톡신의 경우 동결건조기로 바이알(Vial) 안에 들어있는 보툴리눔톡신균주 등 액상성분을 분말가루로 만들어 생산되기 때문에 지속적인 멸균 작업은 필수적이다.


문제는 메디톡스 오창1공장에서는 멸균 과정 없이 오염된 제품 생산이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현재도 이런 제품이 일선 병원에서 유통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철저한 조사를 요구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메디톡신은 오창1공장·오송3공장에서 국내·수출용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이중 오창1공장은 공장 생산규모를 늘리는 과정에서 공결건조기 용량이 적어 전 제품의 멸균 작업을 진행할 수 없었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오창1공장의 가동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또 메디톡신의 유효기간이 3년인 것을 감안하면, 오송3공장이 준공된 2017년 전인 2016년 생산된 제품의 경우, 유효기간은 올해까지 적용된다.

이에 대해 메디톡신 측은 공식입장문을 통해 “메디톡신의 품목허가를 받은 2006년 3월 이후, 수 차례의 내부 시험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철저한 국가출하승인 절차를 통과해 ‘적합’ 판정 받은 의약품을 출하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즉, 메디톡신의 일부 물량이 생산되고 있는 오창1공장은 식약처의 의약품 제조 및 품질에 관한 GMP를 2004년 11월 승인받았으며, 현재까지 총 29회의 엄격한 외부기관의 GMP심사(현장 실사)를 통해 적합판정을 받은 우수의약품제조시설이라는 것이다.

 


‘메디톡신’ 인·허가에 모종의 거래 있었나?

여기에 메디톡스가 메디톡신을 개발할 때, 당시 식약청장 등을 주주로 끌어들여 허가에 도움을 받았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이번 의혹은 메디톡스 정현호 대표와 양규환 전 식품의약품안전청장 사이에 미심쩍은 주식거래가 핵심이다.


생산공정 의혹과 함께 가 공개한 메디톡스 주주명부 자료에는 주주 이름과 개인정보, 지분율이 담겨있는데 개인 중 3번째로 지분이 많은 인물은 B씨로 주석에는 제3대 식약청장을 지낸 ‘양규환’이라는 이름이 거론됐다. 주주 명부에는 당시 식약청 산하였던 독성연구원 길광섭 전 원장의 이름도 있었다.


자신을 양규환 전 청장의 조카라고 밝힌 B씨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주식을 살 돈도 없었고, 메디톡스라는 회사도 처음 들었다”고 말했다.


만약 B씨의 이야기가 사실일 경우 양 전 청장이 차명으로 주식을 샀다는 것이 증명되는 셈이다.


양 전 청장이 주식을 취한 시점은 식약청 산하 국립 독성연구원장으로 재직 중이던 2000년 7월이고 그로부터 1달 후에는 제3대 식약청장으로 취임했다.


여기서 미심쩍은 부분은 메디톡가 2002년 2월 국산화에 성공한 메디톡신의 조건부 제조를 식약청에 신청했고 결국 2달 후에 허가를 받았다는 점이다. 허가를 받은 주식 일부는 이듬해 3배가 넘는 가격에 팔렸다.


메디톡스 정현호 대표의 스승인 양 전 청장은 보툴리눔 톡신의 원료인 보톨리눔균을 국내에 최초로 가져온 인물이다.


실제로 양 전 청장이 정대표의 청탁을 받고 메디톡신 인·허가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줬다면 ‘커넥션’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단 양 전 청장은 언론을 통해 전혀 모르는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으며, 길 전 연구원장도 “공무원 시절 주식을 일체 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본질 흐리는 악의적인 행위”…‘경쟁사 음해’로 화살 돌려
균주로 시작된 독한 소송전, 결국 진흙탕 난타전으로 번져

“대웅제약과 결탁한 과거 직원”…‘제보자 공개’ 물타기?

겹겹이 터지는 의혹에 메디톡스의 주가는 연일 하락세를 치고 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각종 의혹에 메디톡스에 대한 신뢰도마저 타격을 입고 있다는 점이다.


제기된 의혹이 모두 사실로 밝혀질 경우 메디톡스는 제품의 판매 정지 또는 허가 취소와 함께 기업 윤리 문제로 커다란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더욱이 메디톡스는 이번 의혹들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핵심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없이 제보자를 공개적으로 특정하고, 경쟁사의 음해로만 화살을 돌리는 듯한 모습으로 지탄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메디톡스의 행태에 대해 일각에서는 제보자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소위 ‘물타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적지 않다.


언론을 통해 불거진 의혹에 대해 메디톡스는 홈페이지 입장문을 통해 “메디톡스는 자사 보툴리눔 톡신 제제 생산과 관련해 어떤 위법 행위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메디톡스는 모든 의혹의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을 하지 않은 채 해당 제보자의 ‘신뢰’에 의문을 제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회사와 정현호 대표이사를 상대로 권익위에 신고된 약사법 위반의혹에 대해서도 전면 부인하며, 제보자 A씨를 공개적으로 ‘범죄자로 특정했다.


메디톡스는 “해당 제보자는 대웅제약과 결탁한 메디톡스의 과거 직원”이라며 “해당 제보자는 메디톡스 균주를 훔쳐 불법 유통을 한 범죄자로 제보 자체의 신뢰성에 매우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대웅제약은 소송의 본질을 흐리려는 악의적인 행위를 중단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대웅제약 측은 “메디톡스는 관련 이슈에 대해 본질을 회피하고 있다”며 “메디톡스의 제품 제조와 허가 등과 관련된 보도 내용은 대웅제약과는 전혀 연관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메디톡스는 관련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판단한다면 보도에서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명확히 해명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현재 메디톡스는 의혹과 관련된 어떤 후속보도에도 “세세한 의혹에 대해선 일일이 대응하지 않을 방침”이라며 일관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메디톡스는 이번에 불거진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모든 책임을 경쟁사인 ‘대웅제약’에 돌리면서 도덕성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때문에 향후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사진제공=메디톡스 홈페이지 캡쳐]

스페셜경제 / 김다정 기자 92ddang@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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