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합헌 결정 뒤 두번째 심판, 사회인식과 재판관 바뀌어 결과 주목


[스페셜경제 = 김봉주 기자] 낙태죄가 7년만에 두 번째 헌법의 심판대에 선다. 헌법재판소는 오는 11일 자기낙태죄인 헌법 269조 1항과 의사 등의 임신중절수술을 금지한 270조 1항에 대한 위헌 여부를 선고하겠다고 8일 밝혔다. 2012년 당시 4(합헌) 대 4(위헌)로 합헌 결정난 뒤 7년간 낙태죄 처벌이 여성의 건강권·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지속돼 왔다.

특히 최근 여성의 권리·기회의 평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낙태죄는 여성의 신체를 국가가 통제하는 상징적인 법조항이 됐다. 일부 여성들은 작년부터 이어진 집회에서 “낙태가 죄라면 범인은 국가다”라고 외치며 낙태죄 폐지를 주장해 왔다. 2012년 헌재는 “자기낙태죄 조항으로 제한되는 사익인 임부의 자기결정권이 (해당) 조항을 통해 달성하려는 태아의 생명권 보호라는 공익에 비해 결코 중하다고 볼수 없다”며 합헌을 결정했다.

다만 사회적 분위기가 7년전과는 상당히 달라졌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2017년 낙태죄 폐지 찬반에 대해 조사한 결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응답이 51.9%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응답(36.2%)보다 많았다. 2010년 리얼미터가 ‘낙태 허용 여부’를 조사한 결과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응답이 53.1%였던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지난 2월 조사에 따르면 만 15∼44살 여성 10명 가운데 7.5명이 낙태죄 조항 개정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낙태죄 폐지를 두고 찬반이 엇갈리는 양쪽 모두 합헌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위헌성을 인정하되 국회가 일정 시한까지 법을 개정할 것을 요구하는 ‘헌법 불합치’결정이 나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형법상으로는 ‘단순 위헌’이나 ‘한정 위헌’으로 낙태죄를 완전히 폐지하는것도 가능하다.

헌재 분위기도 달라졌다. 헌재는 2012년 결정문을 통해 모자보건법을 거론하며 “임신 초기 낙태나 사회·경제적 사유에 대한 낙태를 허용하고 있지 않은 것이 임부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지만, 시간이 흐른 뒤 지난해 9월 유남석 헌재소장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임신 초기 사회·경제적 사유에 따른 임신중절을 허용하도록 입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사회·경제적 사유로 지목되는 사항은 자녀 수, 경제적 상황, 양육 조건, 임부의 나이, 부모의 질병 등으로, 주로 임신한 미성년자나 비혼모 등의 임신중절을 허용하기 위해 거론돼왔다.



헌재 결정에 다가오면서 낙태죄 폐지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전월 30일 개최된 낙태죄 폐지 촉구 집회나 100일 넘도록 이어진 헌법재판소 앞 1인시위에서는 “(국가의)처벌도 허락도 거절한다”고 주장했다.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선택권으로 양분된 프레임을 넘어 여성의 신체를 ‘통제 가능한 물건’ 정도로 바라보는 관점을 전환해야 한다는 말이다. ‘안전한 임신중지’로의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확산하기 시작했다. 여성계는 형법의 처벌조항을 전제로 한 모자보건법 개정은 불가피하다며 “여성의 건강과 재생산권, 시민권 등 사회적 기본권 측면에서 임신중절을 전면 재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모두를 위한 낙태죄폐지 공동행동’(모낙폐) 나영 공동집행위원장은 “2010년부터 임신중절한 여성을 처벌하지 않을 것을 요구해왔다. 2016년부터는 ‘형법상 낙태죄 폐지’ 요구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모자보건법’도 국가에 의한 인구통제 역사를 담고 있는 법으로 인식해 내용과 틀 자체를 전면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요구로 변화했다”고 말했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도 작년 3월 모든 임신중절의 비범죄화와 처벌조항 삭제, 임신중절을 한 여성에게 양질의 의료접근권 제공 등을 한국 정부에 촉구한 바 있다.

 

스페셜경제 / 김봉주 기자 seraxe@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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