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선거제도 개혁 법안이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후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회의장 앞에서 패스트트랙 법안에 찬성한 의원들이 지나가지 못하도록 드러누워 구호를 외치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패스트트랙 난투의 열기가 채 식지 않은 30일 국회에서 여야는 제각기 다음 수를 고심 중에 있다.

21대 총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인 만큼 각 당은 지지층을 최대한 확보하는 동시에 결속을 다지기 위한 필승 전략 수립에 고심하고 있다.

선거제 개편과 사법개혁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두고 동물원을 연상케 하며 격하게 충돌했던 국회는 일단 패스트트랙이 지정된 만큼 당장의 소요는 진정된 모습이지만, 계속해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지, 합의를 위해 마주앉게 될지 고민 중인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패스트트랙 관철 여부에 있어 방향을 달리하긴 했지만 각자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투의 상흔’이 내부결속을 다지고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계기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비록 난장판으로 변한 국회 모습이 전국에 중계되며 온 국민의 지탄을 받긴 했지만, 저마다 취할 것은 취했다는 승부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저마다 사활을 걸고 투쟁에 임했던 만큼, 그 여파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개회식도 열지 못한 채 4월 임시국회를 패스트트랙에 올인한 여야가 곧바로 5월 임시국회 의사일정에 합의하기 어려운 이유다.

▲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이 3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민주당은 패스트트랙 지정에 동의하고 난장판이 된 국회의 모습에 우려를 보내는 여론을 등에 업은 채 장외투쟁을 전개하는 한국당을 ‘민생 포기 정당’으로 규정하고 압박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추경안과 쌓여 있는 민생경제 법안을 통과시켜 실질적 성과를 보여야 하는 여당에게 있어 우선 야당을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히는 것이 보다 나은 총선 전략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연유로 인해 다음달 8일 있을 차기 원내대표 선출을 기점으로 민주당이 협상 재개의 물꼬를 트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런 기류를 반영하듯 한국당이 국회선진화법을 위반했다며 책임론의 목소리를 높이던 민주당은 이날 한국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에 대한 3차 고발을 늦추며 강약조절에 들어갔다.

한편 한국당은 이번 정국에서 제1야당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보수층 결집에 성공했다고 판단, 내년 총선까지 이 분위기를 끌고 가겠다는 태세인 것으로 보인다.

일단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말에도 광화문에서 장외투쟁을 이어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전국을 순회하며 홍보를 강화할 방침이다. 또한 광화문 광장에 천막당사 설치 방안을 검토하는 등 다각도의 방안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일주일 가량 이어진 대여 투쟁으로 축적된 피로와 여론 역풍의 우려를 고려해 시기적절하게 출구전략을 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당장 5월 국회에 제출될 정부의 추경안 심사를 비롯해 여당의 민생입법 압박을 무시하고 대여투쟁을 전개할 경우 악화될 여론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란 부담감이 다가오는 것이다.

이번 사태의 중심에서 ‘캐스팅보터’ 역할을 하며 극단으로 치닫는 내홍을 겪은 바른미래당은 당내 갈등 수습을 일차적 과제로 선정해야만 할 것으로 관측된다.

오신환·권은희 의원에 대한 사보임 강행 등 막판까지 초강수를 둔 김관영 원내대표와 손학규 대표에 대해 바른정당계는 물론 국민의당 출신 일부 의원까지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 한동안 있을 수습 과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또한 손 대표 등 ‘3지대론’을 거듭 강조해 온 당 지도부는 3당의 존재감을 더없이 발휘했다고 보고 이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제공 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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