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993년 '신경영'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스페셜경제=최문정 기자]“국제화 시대에 변하지 않으면 영원히 2류나 2.5류가 될 것입니다. 지금처럼 잘해봐야 1.5류입니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꿉시다.”

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별세했다. 그는 지난 1987년부터 2014년 입원 전까지 약 30년 동안 삼성을 이끌었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경제위기 등을 이끌어 온 이 회장은 무엇보다 위기 속의 변화를 강조해 왔다.

먼저 이 회장은 1987년 12월 회장 취임사에서 ‘제2의 창업’을 선언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 국내외적으로 수많은 시련과 도전이 몰려드는 격동의 시대를 살고 있다. '삼성 제2의 창업'의 선봉으로 혼신의 힘을 다하여 그 소임을 수행할 것”이라며 “삼성이 지금까지 쌓아 온 훌륭한 전통과 창업주의 유지를 계승하여 이를 더욱 발전시켜 나갈 것이며, 미래 지향적이고 도전적인 경영을 통해 삼성을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의 강력한 의지로 추진된 사업이 반도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산업은 전대 회장인 이병철 회장 당시 시작했지만, 실제로 D램 메모리 반도체 산업을 삼성전자의 주요 사업으로 키워낸 것은 이건희 회장이었다.

이 회장은 반도체 산업을 시작하며 “언제까지 그들(미국, 일본)의 (반도체) 기술 속국이어야 하나? 기술 식민지에서 벗어나는 일, 삼성이 나서야 한다. 내 사재를 보태겠다”고까지 말했다. 일본통인 이 회장은 매주 일본으로 건너가 신 기술을 배우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품질의 삼성’이라는 가치를 만들어 낸 것도 이 회장의 의지였다. 이 회장은 1993년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삼성은 이제 양 위주의 의식, 체질, 제도, 관행에서 벗어나 질 위주로 철저히 변해야 한다”며 신경영 선언을 했다.

이후 1995년에는 품질이 불량한 휴대전화를 폐기하며 “휴대폰 품질에 신경을 써라. 고객이 두렵지 않나? 비싼 휴대폰, 고장나면 누가 사겠나? 반드시 1명당 1대의 무선 단말기를 가지는 시대가 온다. 전화기를 중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고른 인재 채용도 강조했다. 그는 1997년 에세이를 통해 “여성이 사회생활을 하는데 따르는 경제적 부담을 줄여 줘야 한다”며 “기업도 여성에게 취업 문호를 활짝 열고 취업 활동을 지원하는 인프라를 구비해 줘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위기 속에서도 끊임없는 변화가 이어져야 한다는 그의 정신은 2010년대에도 이어졌다.

이 회장은 2010년 3월 경영 일선에 복귀하면서 “지금이 진짜 위기다. 글로벌 일류 기업들이 무너지고 있다. 삼성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앞으로 10년 내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라며 “다시 시작해야 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앞만 보고 가자”라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2014년 1월 신년사에서도 이 회장은 "다시 한 번 바꿔야 한다. 변화의 주도권을 잡으려면 시장과 기술의 한계를 돌파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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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경제 / 최문정 기자 muun09@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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