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신인’에 꾸준히 제기되던 도전장…‘내 사람’ 만들기 나섰나
보수통합 필요성은 절실…유승민 거부로 친박에 눈 돌리나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9.12.18. (사진=뉴시스)

[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다가오는 총선의 영향일까. “나는 계파가 없는 사람”이라 단언했던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발언이 무색하도록 당내 계파성은 점점 짙어지는 모습이다.

이런 의심은 처음에는 친황(親黃)체제 구축이라는 말로 등장했다. 올 2월 제1야당 대표라는 직함으로 정계에 첫 발을 내딛은 황교안 대표는 꾸준히 리더십 도전을 받아왔다. 한국당 의원들의 잇단 막말 논란이 이어질 당시 황 대표가 자제할 것을 주문했지만 원내외를 가리지 않고 반발이 터져 나온 것이 첫 번째다.

당시 차명진(경기 부천소사 당협위원장) 전 의원은 세월호 유족들을 향해 “자식 죽음 세간 동병상련을 회 쳐 먹고, 찜 쪄 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먹고 진짜 징하게 해 처먹는다”는 발언으로 유족들에게 고소당한 데 이어 당 윤리위원회에도 회부돼 당원권 3개월 정지 처분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차 전 의원은 자신의 SNS에 “30년간 몸 담아온 당에서도 쫓겨났다. 내가 몸 던져 보호하려 했던 사람조차 나를 적들의 아가리에 내던졌다”고 적었고, 차 전 의원의 정치 선배인 김문수 전 경기지사도 황 대표의 막말 경고 메시지를 겨냥한 비판의 메시지를 이어갔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에서 총체적 국정실패 규탄을 위한 단식 투쟁에 들어간 뒤 김문수(왼쪽) 전 경기지사, 차명진 전 의원의 도움을 받아 점퍼를 입고 있다. 2019.11.20. (사진=뉴시스)

이런 가운데 6월 임시국회 소집에 대한 여야3당 교섭단체 합의가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퇴짜’를 맞으며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 황 대표를 위시한 한국당 지도부 간 갈등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같은 의심은 지난 10월에는 나 전 원내대표의 ‘공천 가산점’ 발언에 황 대표가 “한 번 더 공천룰 발언 시 당무감사위에 회부하겠다”는 경고메시지를 보낸 데서 사실상 확실시 된다.

이대로는 안 된다, 친황 체제 정립 시도?

황 대표 본인은 최근까지도 계파색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해명과 달리 당은 조금씩 코드에 맞춰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다.

6월 검찰개혁법안 등을 담당하던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새 위원장에 유기준 의원을 임명한 것이 첫 번째 예다. 유 의원은 남경필 전 경기지사가 폭로한 ‘진박(眞朴) 9인’ 중 한 명으로, 해양수산부 장관까지 지내는 등 ‘해양 전문가’를 자처해왔다. 그럼에도 해양과는 무관한 검찰개혁을 논의하는 사개특위 위원장으로 지명된 과정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당내 목소리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7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된 김재원 의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김 의원 역시 박근혜 정부에서 정무수석까지 지낸 친박(親朴)계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특히 이번 예산안 심사는 내년에 총선이 있는 관계로 지역구 ‘쪽지예산’이 예년과는 다른 힘을 발휘할 수 있어 예결위원장직은 더욱 의미가 큰 자리다.

사실 주요 당직을 친박계가 장악하고 있다는 지적은 일찍이 제기되던 문제다.

장제원 의원은 “변하지 않는 보수는 수구다. 당이 개혁노선을 표방해야 한다”고 했으며, 홍준표 전 대표도 “보수 빅텐트를 만들어도 좌파연합을 이기기 어려운 판인데 한국당이 극우만 바라보며 ‘도로 친박당’으로 쪼그라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황 대표는 당시 주요 당직을 친박계가 장악해간다는 비판에 대해 “나는 친박에 빚진 것이 없다. 내가 박근혜 정부에서 일했다는 것이지 그 때 정치를 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럼에도 계파색은 점점 짙어져 가는 모양새다. 지난달 17일 김세연 의원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며 한국당에 대한 작심 비판을 가했다. 김 의원은 당시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도 자신이 맡고 있던 여의도연구원장직은 내려놓지 않았다. 여의도연구원은 한국당 정책연구소로, 총선이나 여론조사 등 정책과 전략을 마련하는 기구다.

김 의원이 이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는 가운데 지난 2일 박맹우 사무총장 등 한국당 당직자 35명이 일괄 사퇴했다. 여기에는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도 포함돼 있었다. 황 대표는 즉각 사퇴를 수리하고 신임 당직자 7명을 임명했지만 나머지 28명은 모두 유임했다. 김세연 의원은 7명 중 한 명에 속했다.

이어 3일에는 황 대표 주재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나경원 전 원내대표의 임기를 연장하지 않기로 의결했다. 원내대표는 의원들이 직접 선출함에도 의원총회가 아닌 최고위원 의결만으로 이같은 결정을 내린데 대해 당시 김태흠 의원은 “나도 나경원을 안 좋아하지만 최고위 결정은 너무 황당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당 최고위의 ‘불신임’ 결정에 나 전 원내대표가 승복함에 따라 지난 9일 치러진 신임 원내대표 경선에서는 ‘비황(非黃)’으로 분류되는 5선의 심재철 의원이 선출됐는데 여기에는 소위 ‘비주류’의 견제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나경원 원내대표의 임기 연장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다음날인 4일 나경원 원내대표가 의총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오른쪽). 황교안 대표가 이날 나경원 원내대표를 만난 뒤 국회를 나서고 있다(왼쪽). 황 대표는 나 원내대표에게 고생 많았다. 당 살리는 일에 함께하자고 말했다고 밝혔다. 2019.12.04. (사진=뉴시스)

한국당, 황교안과 친박 아래 놓일까

황 대표가 친박계로 구성되는 친황 체제를 공고히 한다는 의심은 더욱 짙어진다. 원내대표 경선이 치러지던 날 한국당 최고위는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를 김세연 의원의 후임으로 임명하기로 의결했다. 여의도연구원장직이다.

성 원장의 정체는 중앙대 교수라는 것 외에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는 교수 외에 사단법인 미래전략개발연구소의 소장을 지내고 있다.

문제는 미래전략개발연구소가 과거 서청원 의원(현재 무소속)이 2008년 만든 ‘친박연대’의 싱크탱크라는 것. 연구소는 친박연대가 해체된 뒤에도 서 의원의 사조직으로 지속된 것으로 전해진다. 성 원장은 2012년 총선 전 중앙대 출신인 서 의원과의 인연으로 연구소를 맡았고, 황 대표와는 서 의원을 통해 친분을 쌓은 것으로 추측된다.

특히 이 연구소의 부소장이던 김 모 씨가 최근 황 대표의 상근특별보좌역으로 임명된 점은 이러한 추측에 더욱 힘을 보탠다. 이미 연구소 자체가 친박+친황조직으로 구성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연구소가 황 대표의 ‘비선’이라는 얘기도 나온다고 한다. 최근 여의도연구원은 당내 총선후보 파악 및 분석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지난 16일 국회 난동사태에서 한국당이 진박 9인 중 두 명(조원진·홍문종)의 현역 의원이 있는 우리공화당과 같은 날 규탄대회를 벌였다는 점도 의심스럽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열린 공수처법 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19.12.17. (사진=뉴시스)


황 대표가 유승민 의원 등 새누리당(한국당 전신)을 탈당한 비박계, 현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의원 모임인 ‘새로운 보수당(새보수당·가칭)’에 러브콜을 보냈음에도 유승민 의원이 △탄핵의 강을 건널 것 △개혁보수로 나아갈 것 △낡은 집 허물고 새 집 지을 것 등을 내세우며 통합에 차질을 빚자 친박계로 눈을 돌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황 대표를 겨냥해 “의회 민주주의라고 할 수 없는 딱 광화문 태극기부대의 정체성”이라며 “제1야당 대표가 태극기부대의 극우 정체성으로 무장하고 오기·증오의 정치에 사로잡히는 것은 우리 정치의 중대한 불행”이라 지적했다.

 

황 대표는 계속해서 선을 긋고 있지만 현재까지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는 당내 상황으로 보건대 친박의 색채는 점점 뚜렷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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