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스페셜경제=신교근 기자] 문재인 정부가 지난 2017년 8·2대책과 지난해 9·13대책 등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한 규제를 쏟아냈던 가운데, 이 시기에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수십억원대 부동산 투자를 한 사실이 28일 확인돼 논란이 일자 결국 하루만인 29일 사의를 표명했다.

김 대변인이 재개발 지역 흑석동에 위치한 26억원 상당의 건물을 구입한 데 대해 속칭 ‘몰빵(?) 투자’가 가능했던 이유를 두고 제기된 의혹은 ▶청와대에서 먼 지역도 아닌 종로에 살았던 김 대변인에게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관사를 이례적으로 제공해 전셋집 보증금까지 투자할 수 있었던 점 ▶은행에서 RTI(이자 대비 임대료)를 훌쩍 넘는 10억2000만원을 대출 받은 점 ▶청와대 대변인에 재직 중이면서 재개발 지역 ‘흑석9구역’에 투자한 점 등이다.

“하여간 뭐 찾아 먹는 데는 도사들”

28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2019년도 공직자 정기재산변동사항 신고내역’에 따르면, 김 대변인은 지난해 7월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 소재한 2층짜리 복합건물(주택+상가)을 25억7000만원에 매입했는데, 그는 이 건물을 구입하기 위해 총 16억4579만원의 빚을 졌다. 아내 명의로 KB국민은행에서 10억2029만원을 대출받았고, 아내 명의의 ‘사인 간 채무’도 3억6000만원이 발생했으며, 흑석동 건물 세입자에게서 받은 보증금 2억6500만원도 건물을 매입하는 쓰인 것으로 추정되며, 이 지역은 ‘흑석뉴타운 9구역’으로 2022년 신축 (고급)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라고 이날 <뉴데일리>가 보도했다.

또한 28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김 대변인은 작년 2월 대변인에 임명된 직후 서울 종로구 옥인동 전세를 정리하고 청운동에 있는 청와대 관사 ‘대경빌라’로 입주했다. 과거 문재인 대통령은 충남 공주가 지역구인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을 위해 관사 입주를 권유했었지만, 청와대 코앞인 옥인동에 전세를 냈던 김 대변인이 가족과 함께 관사에 입주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 일각에서는 ‘청(청와대)테크’라는 말도 나왔다.

이에 자유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나도 청와대 대변인을 2년 했지만 대변인 관사가 있다는 건 꿈에도 몰랐다”면서 “하여간 뭐 찾아 먹는 데는 도사들”이라고 비꼬았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재개발 지역인 '흑석 뉴타운 9구역'에 있는 주택과 상가로 이뤄진 복합건물을 매입한 사실이 28일 확인돼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휩싸여 결국 29일 사의를 표명한 김 대변인의 서울 동작구 흑석동 건물이 보이고 있다.


현행 RTI대비 6억원이 한도, 그러나 ‘金’은 10억원대 대출?

아울러 해당매체는 김 대변인이 10억원의 은행 대출을 받는 과정에 대한 의혹도 제기했다. 정부는 작년 5월부터 RTI(이자 대비 임대료) 규제를 도입, 은행이 상가에 대출을 내줄 때는 이자가 임대료의 67%를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대출을 허용할 것을 권장했지만, 김 대변인 건물은 매입 당시 1~2층 총 월세가 275만으로써 원칙적인 대출 한도인 월 이자 184만원을 넘지 않는 6억1000만원 수준에서 이뤄져야 했으나 이를 훌쩍 뛰어 넘는 10억2029만원을 대출받았다는 것이다.

이에 KB국민은행 관계자는 “RTI는 작년 10월부터 강제 적용됐고, 이전까진 예외가 허용됐다”고 해당매체를 통해 해명했지만,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시 비록 RTI가 권장 사항이었지만, 금융감독원이 검사에 나설 가능성이 컸기 때문에 은행들이 웬만하면 이를 준수했다. 김 대변인 건물이 우리 은행이었다면 6억원 정도가 대출 한도”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대변인으로서의 자격…결국 사의 표명한 ‘金’

이같이 ‘논란’이 될 수도 있는 부동산 거래를 과거 <한겨레신문> 기자 출신이던 김 대변인이 고위 공직자들의 재산이 1년에 한 번씩 공개되는 것을 몰랐을 리가 없는데 왜 청와대에 재직하면서 이 같은 일을 진행한 것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사실상 ‘2주택자’가 아닌 김 대변인은 이번 투자가 법적으로는 문제될 것은 없다. 다만, 청와대 대변인이라는 ‘신뢰성’이 중요한 위치에 있는 고위공직자가 결국 부동산 투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어린 국민의 시선은 상당하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청와대에서 물러나면 집도 절도 없는 상태여서 집을 산 것이다. 투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며 “제 나이에 나가서 또 전세 생활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고 건물 구입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재개발구역 내 건물을 구입한 이유에 대해선 “제가 산 건물은 재개발이 완료되면 아파트와 상가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아는데, 청와대를 나가면 달리 수익이 없기에 상가 임대료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팔순 노모가 혼자 생활하고 있어 전세 생활을 하며 어머니를 모시기 쉽지 않아 넓은 아파트가 필요했다”고 주장했다.


구입자금과 관련한 수십억원대 대출과 관련해서는 “건물가격 25억원에서 제 순재산 14억원을 뺀 11억원이 빚이다. 은행에서 10억원 대출을 받았고, 형제들과 처가에서 빌려준 돈과 빌린 돈 등을 계산하면 1억원의 사인 간 채무가 더 있다”며 “은행대출 10억원은 상환할 방법이 있었다. 하지만 이는 가정사와 관련한 문제여서 밝힐 수 없다”고 일축했으며, 김 대변인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다른 행동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는 구체적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이 같은 논란에 결국 김 대변인은 청와대 출입기자단에 보낸 메시지를 통해 “아내가 상의 없이 내린 결정이다. 다 제 탓”이라며 29일 사의를 표명했다. 한겨레신문 기자 출신인 김 대변인은 지난해 1월 29일 대변인에 내정 발표됐고, 2월 2일부터 공식 임명돼 지난 28일까지 ‘대통령의 입’으로 일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재개발 지역인 '흑석 뉴타운 9구역'에 있는 주택과 상가로 이뤄진 복합건물을 매입한 사실이 28일 확인돼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휩싸여 결국 29일 사의를 표명한 김 대변인의 서울 동작구 흑석동 건물을 방문한 자유한국당 운영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다음은 김 대변인의 입장 전문이다 -

싸우면서 정이 든 걸까요. 막상 떠나려고 하니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얼굴이 맨 먼저 떠오릅니다. 돌이켜보면 저 같이 ‘까칠한 대변인’도 세상에 없을 겁니다. 기자들의 질문에 얼굴을 붉히고 쏘아붙이기 일쑤였으니 말입니다. 걸핏하면 설전이 벌어졌다고 묘사하는 기사도 있었습니다. 불친절을 넘어서 강퍅하기 그지없는 대변인이었습니다.

춘추관에 나와 있는 여러분 뒤에 있는 보도 책임자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보수 언론들이 만들어내는 논리에는 정면으로 반박하고 싶었습니다. 그렇지 않은 언론사라도 잘못된 주장에 휩쓸리지 말라고 외치고 싶었던 겁니다. 하려고 했던 건 ‘언론과의 건강한 긴장관계’였습니다. 하지만 번번이 감정적으로 흐르고 날선 말들이 튀어나왔습니다. 다 제 미숙함 때문입니다. 깊이 사과드립니다.

생각이 다른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국내 정치적인 문제는 서로 이해관계가 엇갈리기에 타협하고 절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반도 문제는 다릅니다. 민족의 명운이 걸려있고, 우리가 사는 터전의 평화 번영과 직결돼 있습니다. 사실 하노이 회담 이후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자칫 어그러질 경우에는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겁이 납니다. 너와 내가 따로 있을 수 없습니다. 위에서 내려오는 지시에 한번만 의문을 달아주시기 바랍니다. 기사를 작성하면서 한번만 더 생각하고 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선배들은 머리가 굳어있어 생각을 바꾸기 쉽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젊지 않습니까. 내일의 주인공은 여러분들입니다.

제 문제도 하나 덧붙이겠습니다. 어제 여러분들 앞에서 해명을 하면서도 착잡했습니다. 여러분의 눈동자에 비치는 의아함과 석연찮음을 읽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니 다 좋은데, 기자생활을 30년 가까이 한 사람이 이런 일이 벌어질지도 몰랐던 거야?” 그런 의문이겠죠. 너무 구차한 변명이어서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떠나는 마당이니 털어놓고 가겠습니다. “네, 몰랐습니다.” 아내가 저와 상의하지 않고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제가 알았을 때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지경이었습니다. 이 또한 다 제 탓입니다. 내 집 마련에 대한 남편의 무능과 게으름, 그리고 집 살 절호의 기회에 매번 반복되는 ‘결정 장애’에 아내가 질려있었던 겁니다. 궁금한 점이 조금은 풀렸기를 바랍니다.

여러분들의 보도를 보니 25억을 주고 산 제 집이 35억, 40억의 가치가 있다고 하더군요. 사고자 하는 사람을 소개시켜주시기 바랍니다. 시세차익을 보면 크게 쏘겠습니다. 농담이었습니다. 평소 브리핑 때 여러분들과 농담도 주고받으면서 가볍고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얘기하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했습니다. 이렇게라도 풀고 갑니다. 건승하십시오. 멀리서도 여러분의 기사를 관심 있게 지켜보겠습니다.

까칠한 대변인 드림.

<사진제공=뉴시스>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