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의 인연·과거 행적으로 ‘공정성’ 도마 위에
대법관 시절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 무죄 의견
최근 언론 칼럼서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 옹호도
처남은 삼성서울병원장·최지성 전 실장과는 고교 동창

▲양창수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위원장 (사진=뉴시스) 
[스페셜 경제=변윤재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기소 여부를 판단할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의 양창수 위원장이 적격성 논란에 휘말렸다.

 

양창수 위원장과 삼성 측의 인연이 알려지면서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양 위원장에 대한 기피 신청이 필요하다며 그의 사퇴를 종용하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양 위원장은 2018년 출범한 초대 위원장에 위촉된 이래 수사심의위를 이끌어왔다. 검찰개혁의 처음부터 함께했던 그이지만 과거 행적이 알려지면서 도마에 올랐다.

 

그는 2008년부터 2014년까지는 대법관을 지내면서 삼성 측의 손을 들어준 이력이 있다. 20095월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CB) 발행 사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배임 혐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무죄 의견을 냈다. 당시 사건은 이번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의 시초가 된 사건이었다. 이건희 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위해 CB를 헐값에 이 부회장 등에게 넘겨 에버랜드에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를 받았다. 이후 CB 취득으로 이 부회장은 에버랜드 대주주가 됐는데, 그 뒤 에버랜드가 제일모직으로 이름을 바꾼 뒤 삼성물산과 합병하면서 이 부회장의 그룹지배력이 강화됐다. 양 위원장은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 2부 재판장을 맡아 ‘CB 저가 발행은 경영진 판단에 따른 조치이며 회사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았다며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양 위원장의 최근 언론 칼럼도 논란이다. 그는 한 경제신문 칼럼에서 아버지(이건희 회장)가 기업지배권을 자식(이 부회장)에게 물려주려고 범죄가 아닌 방도를 취한 것에 대해 승계자가 공개적으로 사과를 해야 하느냐라며 혹 불법한 방도라고 하더라도 그 행위의 당사자도 아닌데 거기서 이익을 얻었다는 것으로 자식이 사과를 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 부회장 측을 두둔하는 뉘앙스가 강했다는 지적이다.

 

삼성 측과의 직·간접적인 친분도 문제가 되고 있다. 양 위원장의 처남은 권오정 삼성서울병원장인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서울병원은 이 부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삼성생명공익재단에 속해 있는데, 이 회장이 6년째 입원해 있기도 하다.

 

여기에 양 위원장이 이번 사건의 핵심 피의자 중 명인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과 고등학교 동창 사이라는 점도 밝혀졌다. 두 사람은 서울고 22회 동창이다.

 

양 위원장의 재판이력이나 삼성과의 인연이 수사심의위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고 단정 지을 순 없다. 수사심의위 규정상 위원장은 회의를 주재하지만 질문을 하거나 표결에 참여하지 못한다. 다만 운영지침에 따라 기피대상이 될 순 있다. 11조에 따르면, 심의대상 사건의 관계인과 친분관계나 이해관계가 있어 심의의 공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기피 신청을 할 수 있다.

 

대기업 총수가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한 것도 처음인데다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하면 불필요한 논란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검찰이 양 위원장에 대한 기피 신청을 검토하지 않더라도 양 위원장이 잠시 위원장직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주장이 법조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사건의 신속한 진행을 위해서는 양 위원장이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운영지침에 의하면 양 위원장은 이 부회장 기소 여부를 검토할 현안위원회를 구성하는 역할을 맡는다. 위원명부에 기재된 위원 중 무작위 추첨을 통해 15명을 현안위 위원으로 선정해야 하는데, 양 위원장이 스스로 기피신청을 내면 다른 위원이 직무를 대행해야 하는데, 절차상 지연될 수 밖에 없다.

 

양 위원장을 견제할 장치도 있다. 현안위원 추첨 때 검찰은 중앙지검 검찰시민위원 2명을 선정해 추첨에 입회하도록 하고 있다. 위원장의 현안위원 추첨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한편, 대검찰청은 지난 12일 서울중앙지검에서 보낸 이 부회장 사건에 대한 수사심의위 소집요청서가 접수됨에 따라 수사심의위 소집을 결정했다. 수사심의위는 빠르면 2, 늦어도 4주 안에 열릴 전망이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