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쟁 심화됐는데’ 백척간두 놓인 이재용

변윤재 기자 / 기사승인 : 2020-06-26 11:41:43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26일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개최…경영권 불법 승계 재판에 변곡점
의견서·의견진술·질의응답 등 진행…6시 넘어야 결론날 듯
기소 때 경영 공백 불가피…대규모 투자·M&A 등 제동 우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행위혐의와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스페셜 경제=변윤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4년여 간의 사법리스크를 벗을 마지막 관문이 시작된다.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26일 오전 1030분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검찰 수사팀과 이재용 부회장 측의 의견 진술과 질의응답 등에 시간이 소요될 경우 예정시간인 550분을 넘겨 종료될 수 있다.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관련 재판에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삼성 안팎은 숨죽인 채 서초동을 주시하고 있다.

14명의 손에 달린 이재용의 운명찬반 동수 땐 기소 여부 판단 없이 종료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이날 오전 1030분까지 비공개로 진행된다.

 

수사심의위는 지난 2018년 검찰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개혁방안으로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쏠린 사건의 수사 과정을 심의한다. 안건에 따라 현안위원회와 수사점검위원회로 나뉘는데, 이 부회장의 경우 수사 계속 여부 등을 다루는 만큼, 현안위원회에 해당된다.

 

현안위원은 법조계와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등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수사심의위원 250명중에서 선정된다. 대검은 앞서 공 추첨기를 사용해 분야별로 3~4명씩, 15명의 현안위원을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격적인 심의에 앞서 양창수 위원장의 회피 안건부터 논의된다. 양 위원장은 주요 피의자인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과의 오랜 친분을 이유로 지난 16일 위원장직을 수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직무대행은 심의기일에 나온 위원 15명 중 호선으로 정하며, 실제 논의에는 위원 14명이 참여한다.

 

이후 검찰과 삼성 측의 의견서를 검토한다. 양측 각각 50, 100쪽의 의견서를 검토한 뒤 검찰의 의견진술을 끝으로 오전 회의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심식사 후 오후에 삼성 측의 의견진술을 청취하고, 양측을 상대로 한 질의와 내부 토론 절차를 거쳐 오후 늦게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최종 결론은 참석 위원들의 만장일치로 낸다. 의견이 일치하지 않으면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 다만 77로 찬반 동수가 될 경우 기소 여부에 대한 재심의 없이 그대로 회의를 종결된다.

 

현안위원을 설득하라’ PT 등 총력전치열한 공방전 예상

 

관련 서류만 20만쪽에 달하는데다 사안이 복잡하기 때문에 현안위원들을 짧은 시간 안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설득하느냐가 관건. 검찰과 삼성 측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프레젠테이션(PT) 방식 등을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핵심 쟁점은 검찰이 주장하는 이 부회장의 시세조종과 회계사기 등 혐의를 입증할만한 증거나 정황이 있는지 여부다. 검찰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이뤄졌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삼성 측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가 적법하게 진행됐으며,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무관하다는 점을 방어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증권거래법상 주식시장 안정을 위한 수단으로 자사주 매입을 활용할 수 있어서 시세조종 자체가 법적으로 성립되지 않는다고 반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내려질 권고는 강제성이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수사의 중립성을 확보하고 기소권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인 만큼 검찰은 수사심의위의 결정을 존중해왔다. 8번의 수사심의위 결과를 모두 따른 것도 이 때문이다. 불기소 권고가 나오면 표적 수사논란에 시달려 온 검찰로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기소 권고가 나온다면 삼성으로서는 글로벌 복합위기 속에 경영 공백에 놓이게 된다.

 

양측은 법정공방을 방불케 할 논리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관련 수사를 이끌어온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 이복현 부장검사를 비롯해 최재훈 서울중앙지검 부부장 검사, 김영철 의정부지검 부장검사 등이 직접 참석한다. 삼성 측은 김기동 전 부산지검장과 이동열 전 서울서부지검장 등 변호인들이 방어에 나선다. 이 부회장 등 당사자는 참석하지 않는다.

 

승부수 던졌지만...‘오너리더십 이해가 판단에 영향 미칠수도

 

이 부회장은 대기업 총수 중 최초로 수사심의위를 요청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검찰은 즉각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반격에 나섰지만 영장 기각에 이에 수사심의위 소집이 결정되며 2차례 고배를 마셨다. 내심 불기소 권고를 바라던 삼성으로서는 긍정적인 흐름이었다. 하지만 검찰의 반격은 만만치 않았다. 일부 언론을 통해 사실상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될만한 내용이 흘러나오자 삼성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안위원들의 객관적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물론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현안위원들은 시민위원과 다르게 각 분야 학식을 갖춘 전문가 집단이다. 여론에 흔들리지 않지만 위원 개개인의 정치적·경제적 입장이 분명하다. 오너 리더십의 필요성에 대한 이해가 판단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법조계 인사는 의견진술은 부수적일 뿐, 각자의 입장을 갖고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최근에 국정농단과 관련해 최서원씨 최종 판결이 난 부분, 수사심의위도 결국 검찰 산하 조직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삼성에 유리하다고만은 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했다.

 

이에 삼성으로서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검찰이 수사심의위 결과를 보고 기소 여부를 다시 판단하겠다고 입장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립서비스에 불과할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18개월이나 수사해놓고 이제 와서 기소하지 않는 건 애초 무리한 수사를 했다고 인정하는 꼴이라며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은 국정농단 재판과도 연관이 있는데, 현 정부의 출범과도 연계된 사안이기 때문에 검찰이 합리적 판단을 내릴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대외 악재로도 벅찬데 소환조사만 10차례사법리스크에 시달리는 이 부회장

 

수사심의위의 최종 판단과 관계없이 검찰이 기소할 경우를 상정해본다면 삼성은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 부회장은 201611월 이후 37개월 동안 사법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검찰 소환조사만 10차례, 구속영장실질심사도 3번이나 받았다. 국정농단 재판과 관련해 1심에서만 53차례를 포함, 70여차례나 재판에 불려갔다. 오전에 시작해 새벽에야 끝나는 재판을 준비하느라 이 부회장은 경영에 집중할 수 없었다. 삼성그룹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관련해 50여차례의 압수수색과 430여차례의 임직원 소환조사가 진행됐다. ·현직 임직원 110명이 줄줄이 검찰에 불려가면서 삼성 내부에선 출장 일정도 잡기 어렵다는 푸념까지 나왔다.

 

더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세계 경제가 마이너스의 늪에 빠진 가운데 미·중 무역분쟁, ·일 갈등 등 증폭되는 악재가 겹겹이다. 대내외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총수의 신속한 판단과 결단이 필요하지만, 또다시 재판에 휘말린다면 정상적인 경영에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

 

이 부회장은 20182월 석방 이후 숨가쁜 경영 행보를 이어왔다. 인공지능(AI)·5G·바이오·반도체 중심 전장부품 등 미래 4대 성장 사업(180조원·20188), 반도체 비전 2030(133조원·20194), 퀀텀닷(QD) 디스플레이(131000억원·201910), 극자외선(EUV) 파운드리·낸드플래시 메모리 생산라인 구축(18조원·20206) 등 굵직한 투자를 단행했다.

 

특히 열흘 사이 반도체·디스플레이(DS), IT·모바일(IM). 생활가전(CE) 등 삼성전자의 3대 사업 주요 경영진과 만나 직접 미래 전략을 챙겼다. “미래 기술을 얼마나 빨리 우리 것으로 만드느냐에 생존이 달려있다며 신기술 선점의 의지를 드러냈다.

 

스타트업·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을 꾀하는 프로그램에도 공들이고 있다. C랩 아웃사이드 운영, 클라우드 설계 플랫폼 출시에 이어 전날에는 반도체 업체 기술 개발·인재 양성·친환경 경영 강화 등으로 대한민국 반도체 생태계 확장을 꾀하는 ‘K청사진을 발표했다.

 

대외 신임도 하락으로 자금 조달 빨간불

 

글로벌 IT기업들은 미래전략을 짜며 앞서나가고 있다. 아마존은 영국의 화물 운송 스타트업인 비컨에 1500만 달러를 투자했고, 애플은 4월에만 가상현실(VR) 등 미래 기술 관련 스타트업 3곳을 인수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통신 소프트웨어 업체 메타스위치 네트워크인수하기로 했다. 공격적인 M&A를 통해 시장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에 돌입한 것이다.

 

대한민국 경제의 양 축 중 하나인 반도체를 향한 중국의 굴기는 두려울 정도다. 자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업고 이들은 삼성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고 있다. CXMT가 연내 17나노급 D램을 양산할 것으로 알려졌고 YMTC128단 낸드플래시 제품을 올 연말께 양산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중국의 파운드리 업체인 SMIC14나노 공정을 7나노 공정으로 높이기 위한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반면 삼성은 서초동의 입만 쳐다보고 있다. 삼성 경영 정상화가 기소 여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일본이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규제를 단행하자 곧장 현지로 가서 대체제 확보에 나섰다. 코로나19 때에는 국내외 현장을 찾아 직원들을 격려했다. 이 부회장이 기소된다면 이러한 신속한 대처는 기대하기 어렵다. 나아가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M&A), 인재영입 등도 추진력을 잃고 초격차 전략이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삼성은 2017년 전장기업 하만 이후 이렇다 할 M&A를 하지 않고 있다.

 

최근 해외 수주에 성공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물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수사의 직접적인 대상인 만큼, 두 기업의 대외 신인도 하락이 우려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공장 증설을 위해 3조원 이상 자금을 조달해야 하지만 은행 차입과 사모사채 발행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삼성물산이 추진 중인 사우디아라비아 키디야 복합 엔터테인먼트 개발 사업’(9조원 규모)네옴 스마트시티 개발 사업’(500조원 규모) 등 해외 수주에서도 이 부회장의 재판은 입찰 심사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과 정부간의 9300억원 규모 투자자국가소송(ISD)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 또한 제기된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정에 한국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해 77000만달러(9300억원)의 피해를 봤다며 ISD에 중재 신청을 한 상태다. 엘리엇이 검찰의 기소를 자신들에 유리한 방향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긴장하되 두려워하지 말자던 이 부회장이 1년 만에 가혹한 위기 상황이라고 불안감을 드러낸 것은 이처럼 삼성이 백척간두에 놓여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기업 구조지배 전문가는 삼성바이오는 IFRS(국제보험회계기준) 기준에 따라 적법하게 처리됐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도 민사 소송에서 문제가 없다고 판결이 났다. 시장의 원리상 시세조종도 불가능하다행위의 의도를 처벌하겠다는 건데, 코스닥 상장사 매출 4분의 1을 차지하는 삼성을 끌어내려 대한민국 경제에 내상을 입힐 수도 있다는 걸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저작권자ⓒ 스페셜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스페셜 기획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