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은 유사명칭 사용 가부…與野, 선관위 결정 따라 선거전략 수정 불가피


[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이 지난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이른바 비례정당 창당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3일 정당 명칭에 ‘비례’를 포함시키는 안의 가부를 결정한다.

선관위는 이날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비례자유한국당’ 등 기존 정당명에 ‘비례’를 붙이는 것이 정당법상 유사명칭 사용을 금지하는 조항(제41조)에 저촉되는지 여부 등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자유한국당은 지난해 12월 27일 선거법이 본회의를 통과하자 공식적으로 비례정당 창당을 선포했고, 지난 2일 선관위에 ‘비례자유한국당’으로 위성정당을 등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례자유한국당은 아직 공식 창당된 것이 아닌 ‘가칭’으로, 창당준비위원회 단계에 머물러 있다.

 

◆ 결정 : 可能 = 이날 선관위의 결정에 따라 여야의 비례정당 창당을 통한 선거전략은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핵심은 비례대표 47석 중 연동 캡(상한)이 적용된 30석으로, 선관위가 비례정당 창당을 허용할 경우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맞불전략을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 선관위의 결정이 도마 위에 오르기 전 한국당의 비례정당 창당 선포에 민주당 내부에서는 “우리도 비례정당을 창당해 맞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더러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군소야당들과 함께 이번 선거제 개편을 ‘정치개혁’이란 명분으로 추진해온 민주당이 똑같이 비례정당을 창당해 대응할 경우, 결과적으로 민주당과 한국당의 양자 대결로 끝날 공산이 큰 관계로 스스로 개혁을 좌초시켰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민주당·한국당이 현 개정안대로 총선을 치를 경우 예상 획득 의석은 민주당 137석(+8석), 한국당 103석(-5석), 바른미래당 12석(-8석), 정의당 11석(+5석)으로 나타난다.

한국당만 비례정당을 낼 경우에는 민주당 130석(+11석), 한국당 118석(+10석), 바른미래당 9석(-11석), 정의당 6석(-)으로 나타났고, 민주당과 한국당이 모두 비례정당을 내면 민주당 141석(+12석), 한국당 108석(-), 바른미래당 9석(-11석), 정의당 5석(-1석)으로 계산됐다.

즉 민주당과 한국당이 모두 비례정당을 창당할 경우 군소야당들의 지분은 오히려 현재보다 줄어들게 된다.

이 결과는 지난 9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정당 지지율을 득표율로 계산해 비례정당이 기성정당의 득표율을 모두 가져가고 각 정당들이 현 지역의석을 그대로 획득한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 최대의석을 예상한 것이다. 나머지 정당은 봉쇄조항 3%에 걸리는 것으로 간주해 포함시키지 않았으며 새로운보수당은 발표된 지지율이 없는 관계로 제외했다.

※조사의뢰 YTN. 조사기간 1월 6~8일. 조사대상 1,506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5%p. 자세한 결과는 리얼미터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 권순일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지난해 10월 25일 오후 경기 수원시 권선구 선거연수원에서 열린 '2019 유권자 정치페스티벌' 개막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19.10.25. (사진=뉴시스)

◆ 결정 : 不可 = 한편 선관위가 비례정당 창당을 불허하면 비례정당을 공식적으로 추진 중인 한국당으로서는 난감한 처지에 몰리게 된다. 이 경우 ‘비례자유한국당’은 물론 이보다 앞서 등록된 ‘비례한국당’과 ‘비례민주당’ 등 기등록된 정당들과 유사한 명칭으로 신고된 창준위 전체가 새로운 명칭을 사용해야 한다.

‘자유한국당’과 뚜렷이 구분되는 비례정당 창당을 강행한다면 한국당은 유권자들이 스스로 이를 인지해 비례정당으로 투표해주길 기대할 수밖에 없다.

현행법은 정당 활동의 자유를 ‘특정정당 등을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지 않고 자당 정책 등의 홍보 및 당원 모집활동’이라 규정(정당법 제37조)하고 있다.

또 선관위 관계자에 따르면 한 정당은 다른 정당에 대한 선거운동이나 홍보 등을 펼칠 수 없다. 한국당이 ‘정당투표를 한국당이 아닌 비례정당으로 해달라’고 말할 수 없다는 의미다. 비례정당이 스스로 한국당의 위성정당임을 내세우기는 것도 어려울 수 있다.

때문에 한국당 내부에서는 선관위가 불허 결정을 내린다면 총선전략을 원점부터 다시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장 지도부는 선관위에 대한 압박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총선을 앞두고 선관위의 정권 편들기가 노골화되고 있다”며 “이전에 비례정당 명칭 사용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꿨다. 이 정권이 조해주를 선관위원으로 보낸 민낯이 드러난 것”이라 말했다. 조해주 위원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지난해 1월 선관위 상임위원으로 임명됐다. 당시 국회는 한국당의 반대로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았다.

이날 선관위 회의는 선관위원 9명 중 과반수 출석으로 열려 출석위원 과반 이상 찬성으로 결정된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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