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꼬리표 땐 타다…남은 불씨 어쩌나

▲ 이재웅 쏘카 대표가 지난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타다' 불법 운영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후 법원을 나오면서 기자들 질문을 받고 있다.


[스페셜경제=윤성균 기자]이재웅 쏘카 대표가 모처럼 활짝 웃었다. 지난 19일 타다의 무죄 판결을 받고 법원을 나오면서다. 검찰에 기소된 이후 지난 4개월간 고충이 어느 정도였는지 가늠하게 하는 장면이었다.

법원은 타다가 불법 콜택시가 아닌 합법 렌터카가 맞다고 봤다. 그간 불법 영업 논란으로 타격을 입었던 타다의 사업에 본격적으로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쏘카는 재판이 진행 중이던 지난 12일 타다를 쏘카로부터 인적분할해 독립법인으로 만들겠다는 공격적인 전략을 수립했다. 타다를 승차공유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적극적인 투자 유치에 나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법원이 손수 불법 꼬리표를 떼 줬으니 모빌리티 유니콘도 더는 꿈이 아니다.

하지만 타다가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이번에도 택시업계가 문제다. 이번 무죄 판결 이후 택시업계는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며 크게 반발했다. 검찰이 항소할 가능성도 크고, 4월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반응도 우호적이지 않다. 이러다가 모빌리티 산업 탄압 ‘시즌2’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법원 “타다, 콜택시 아닌 렌터카 맞다”
택시업계·정치권 반발 여전…갈길 머네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박상구 부장판사는 19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웅 쏘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자회사인 브이씨앤씨(VCNC)의 박재욱 대표와 양벌규정에 따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쏘카, VCNC에도 무죄가 선고됐다. 차량공유 서비스 ‘타다’가 합법이라는 법원의 첫 판단이 나온 것이다.

재판정 오른 ‘스타트업’ 타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0월 이 대표 등을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이들이 타다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11인승 승합차와 운전기사를 이용해 면허없이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을 운영했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또 쏘카 등이 자동차대여사업자로서 법률상 허용되지 않은 유상여객 운송을 한 혐의도 제기했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르면 자동차대여사업자의 사업용 자동차를 유상으로 운송에 사용하거나 남에게 대여해서는 안 되며, 운전자 알선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같은법 시행령에서 정원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의 승합차를 빌리는 경우 예외적으로 운전자 알선을 허용하고 있다.

타다는 이 예외조항을 적용해 호출 서비스를 제공해왔지만, 택시 업계는 타다 서비스가 불법 여객운송이라며 지난해 2월 이 대표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이 대표와 박 대표에 각각 징역 1년을 구형했다.

 

 

법원 “타다 합법 맞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법원은 타다가 합법인 이유로 크게 네 가지를 들었다. 첫째는 죄형 법정주의다. 박상구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타다처럼 운전자 알선이 허용되는 승합차 임대 계약까지 ‘자동차대여사업자의 유상 여객 운송 범위’에 포함하는 것은 형벌 법규를 지나치게 확정적으로 유추한 것”이라며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죄형법정주의는 어떠한 행위가 사회적으로 유해하고 비난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법률로 규정되어 있을 때 한해 범죄로 규정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사회적 비난은 가능하더라도 이를 처벌할 수 없다는 형사법의 대원칙이다. 고전적인 이동수단의 오프라인 영업에 적용되는 처벌 조항을 타다 서비스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또 법원은 타다를 ‘초단기 렌터카’로 봤다. 재판부는 “타다 서비스는 이용자가 직접 운전 없이 이동 편의를 높이기 위해 분단위 예약 호출로 쏘카가 알선한 타다 드라이버가 운전하는 승합차를 임차하는 일련의 계약”이라며 “이용자와 쏘카 사이 초단기 임대 계약이 성립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는 줄곧 타다가 면허 없는 콜택시 영업이라고 주장한 택시업계와 검찰의 입장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재판부는 타다가 출시 전부터 적법성 검토 과정을 거쳤고, 국토교통부 담당자와 수차례 사업방향에 논의한 것도 합법의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서비스 출시 전 로펌 등에 적법성 검토를 거쳤고, 국토교통부 서비스와 담당 공무원과 협의 과정에서 위법성에 대한 논의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타다의 이용이 늘고 있는 것은 시장의 선택이라는 점에도 주목했다. 판결문에는 “택시보다 비싼 요금을 지출하고도 타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들이 증가하는 것은 시장의 선택인 점을 비추어 보면 승차공유가 각종 경제 체제를 막론하고 다양한 모습으로 수용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썼다.

기사회생 타다, 갈 길 멀어
법원이 무죄를 판결하자 타다 측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 대표는 이날 “타다는 무죄고 혁신은 미래”라면서 “혁신을 꿈꾸는 이들에게 새로운 시간이 왔다”며 감격했다. 이어 “이제 쏘카와 분리된 타다가 빠르게 움직일 것”이라면서 “새로운 도전자의 의무와 위치를 각인하고 새로운 경제, 모델, 규칙을 만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무죄 판결로 타다 앞길이 평탄한 것만은 아니다. 당장 택시업계가 무죄 판결에 반발해 오는 25일 총파업에 나선다. 전국 택시노동조합연맹 등 택시 업계 4개 단체는 공동 성명에서 “타다를 이용하는 그 누구도 렌터카를 임차한다는 인식 없이 택시를 이용하는 것과 다름없는 방식으로 차량을 호출하고 이용하고 있음에도, 이를 불법 여객운송행위가 아닌 합법적인 자동차 대여로 해석했다”며 “우리 100만 택시가족은 이러한 법원의 판단을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택시업계의 주장대로 현재 국회에는 일명 ‘타다 금지법안’이라고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이번 개정안은 일반 운수 목적에 렌터카 사용 제한과 차량 면허 총량‧기여금 규모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타다 등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은 사실상 운영이 불가능해진다.

해당 법안을 대표발의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입장문에서 “타다의 문제는 충분히 관련 업계와 정부, 국회 차원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해 풀 수 있었던 문제였고, 그렇게 했어야 맞다”며 “사회적 합의를 정책적이고 제도적으로 이행하는 단계에서 사법적 판단이 먼저 있게 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토로했다.

타다 금지법을 가장 먼저 발의했던 김경진 무소속 의원도 “타다 무죄는 법원 오판이 명백하다”며 “사법부는 입법부가 만든 법률을 기반해 위반행위를 심판해야 한다. 입법부가 만든 법률을 무시한 채 자의적 행동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도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여객법 개정안 통과를 바탕으로 타다를 택시와의 상생안으로 끌어드리려는 계획이 사실상 무산됐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해당 법안이 가능한 한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기존 방침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업계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와 국회가 택시업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타다 등 모빌리티 플랫폼에 대한 비판 수위가 더 높이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사진제공=뉴시스, 타다)

 

스페셜경제 / 윤성균 기자 friendtolife@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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