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성격상 콕 집어 구체적 요구할 수도…재계 긴장


[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오는 29~30일 1박2일 일정으로 방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내 기업인들과의 회동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5일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G20정상회의 및 방한 관련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30일 한국 재계 지도자들과 만날 예정”이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만남의 목적이나 구체적 내용에 대해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기업인들에게 대미 투자 확대 및 화웨이 압박 촉구 등에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6일에는 미 국무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주한 미국 대사관을 통해 삼성·SK·롯데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구체적인 대미 투자 현황을 파악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내 주요 그룹들은 아직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에 대해 따로 연락을 받은 바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이들 그룹은 미국의 요청이 있다면 만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이 여전히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며 화웨이를 다방면에서 압박하고 있는 만큼, 5G이동통신 장비를 사용하는 LG유플러스와 화웨이에 메모리 등을 납품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 반화웨이 전선 구축 동참에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재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어떤 요구를 할지 긴장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상 특정 기업을 지목해서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일본 국빈방문 당시에도 첫 일정을 일본 주요 기업인들 30여 명과의 만찬으로 잡고 공정무역과 대미투자를 압박하기도 했다.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정권 출범 후 미국 정부가 우리 기업에 직접 압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잦아졌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해 9월 남북 정상회담 당시에도 주한 미 대사관은 문재인 대통령과 동행한 주요 그룹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해 대북사업계획 관련 질의를 위한 전화회의를 진행하겠다는 것을 알리며 방북 전후로 검토한 대북사업현황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가 하면, 미 재무부는 국내 7개 은행과 전화회의를 갖고 ‘대북제재에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하지 말라’는 취지의 경고를 날리기도 했다.

지난 5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는 대사관이 주최한 회의에 참석해 국내 IT업체들 앞에서 “5G 보안 측면에서 신뢰할 만한 공급자를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간담회는 30일 오전10시 서울의 한 호텔에서 주한 미국 대사관과 주한 미국 상공회의소 공동주관으로 열린다. 경제인들과의 간담회가 끝난 후 트럼프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이어갈 예정이다.

<사진제공 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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