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호적인 관계서 만들어진 자리?” 해명에도 비판 일파만파


 

[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올리비아로렌‧인디안 등으로 잘 알려진 세정그룹(회장 박순호)이 하청업체에 대한 도 넘은 갑질로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3월 하청업체에 대한 불공정 계약 강요로 논란이 된 지 약 4개월 만에, 한 임원이 수년 동안 하청업체에 ‘룸살롱‧골프’ 향응 접대를 받아온 것이 드러난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세정 그룹 측은 “일반적인 식사자리에 불과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하청업체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부당한 요구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불이익이 무서워서 항의조차 하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일반적인 식사자리’라는 해명이 무색하게, 세정그룹 임원이 룸살롱 등에 하청업체 대표와 같이 동석했다. ‘갑을관계’가 명확할 수밖에 없는 원청의 임원과 하청의 대표가 같이 동석했다는 것은, 결국 접대성이 짙은 자리라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내주는 것이다.

특히 세정그룹은 올해 초에도 10년 동안 관계를 유지해온 하청업체에게도 불합리한 계약을 종용하면서 법정공방까지 벌이고 있는 만큼, 외부에서 이번 갑질 의혹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스페셜경제> 측은 하청업체 갑질 논란에 휩싸인 세정그룹에 대해서 낱낱이 살펴보기로 했다. 
 

하청업체 女 대표도 ‘룸살롱’에 동석시켰다…‘도 넘은 갑질’
10년 동안 관계 유지했던 하청업체에도 ‘불공정 계약’ 강요

18일 <이뉴스투데이>의 단독보도에 따르면 세정그룹의 김명수 재무담당 부사장은 협력업체로부터 밤늦게 룸살롱 향응이나 골프 라운딩을 등을 수년 동안 접대 받았던 것이 드러났다. 이에 따르면 김 부사장은 지난 2012년 5월 부산의 한 고급 일식집에서 협력업체 관계자와 식사를 가진 뒤, 룸살롱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협력업체는 고급일식집과 룸살롱에서 각각 30~40만원대의 선의 대금을 지불했다.

이에 대해 세정그룹 측은 “우호적인 관계 속에서 만들어진 일반적인 식사자리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원청과 하청 관계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이 만들어진 ‘접대 자리’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룸살롱까지 동행했던 협력업체 대표가 여성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세정그룹의 해명은 설득력이 없다는 쪽으로 무게가 쏠리고 있다.

심지어 김 부사장은 룸살롱 접대 뿐 아니라 협력업체를 통해 골프 라운딩 접대도 받았다.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김 부사장의 부름을 받고 경주 양산 소재 골프장에 와 약 20~60만원에 달하는 라운딩 비용을 대신 결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부서 회식에서 먹을 술을 특정 가게에서 구매하도록 지시하고, 이 같은 내용을 협력업체에 실무 직원에게 전달해 술값을 대납시켰다.

김 사장의 요구로 협력업체가 대신 결제한 목록에는 고가의 양주 발렌타인 30년산이 포함돼 있었으며, 이 때문에 적게는 회당 30만원에서 90만원 상당의 회식비를 협력업체가 결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김 부사장의 도 넘은 갑질은 지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이어져 온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임직원 행동지침’ 외면하고 ‘갑질 대잔치’

특히 김 부사장의 이러한 행태는 세정그룹이 명시한 ‘임직원 행동지침’을 위반했다는 점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행동지침에서는 ▲식사는 1인당 2만원이상, 술자리 총액 10만원이상 접대 받지 않는다 ▲부서 회식에 참석시켜 비용 전가하는 행위 ▲사치성 유흥업소에서 향응을 제공받는 행위 등은 금지한다고 명시돼 있다.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이러한 행동지침을 만들었다는 것은, 문제될 만한 소지를 원천차단하기 위함이다. 그럼에도 김 부사장은 ‘임원’의 위치에서 모범을 보이기는커녕, 회사의 지침을 반하는 행보를 수년동안 계속해온 셈이다.

세정그룹 관계자 측은 “세정은 유사한 일이 발생할 경우 엄격한 잣대로 조사에 들어가 자정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세정그룹 측에선 공정거래위원회에 충분한 소명자료를 제출했으며 자체 조사도 들어갔다. 시간을 주고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협력업체와의 회식 자리는 상호 파트너십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돈독한 분위기에서 만들어졌고, 비용 역시 같이 부담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러한 해명은 단순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말 원청의 입장에서 좋은 의도라고 하는 행동도 하청의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게 계약관계로 묶여있는 갑을 관계이기 때문이다”면서 “그런데 지금 골프라운딩, 룸살롱 접대, 회식비 대납 등을 돈독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했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정말 세정그룹의 주장대로 모든 비용을 반반 처리했다고 해도 하청업체 입장에서는 회식도 골프라운딩을 간다는 것 그 자체가 갑질일 수 있다. 가고싶지 않다고 생각해도 하청업체 입장에서는 원청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말 ‘갑’의 위치를 이용한 것이 아니라면 이러한 행보가 몇 년 동안 이어졌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면서 “세정그룹이 이번 사안을 확실히 짚고 넘어가기 위해서는 보여주기식 조사가 아니라 철저한 조사 끝에 낱낱이 파헤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스페셜경제> 측은 세정그룹 측에 취재를 시도했으나 연락을 받지 않앗다.


협력업체 갑질 ‘논란’ 처음 아니다?

사실 세정그룹의 하청업체 갑질 논란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올해 초 3월 10년 동안 관계를 유지해왔던 업체에게 부당한 계약을 강요하면서,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이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심지어 세정그룹은 하청업체 측에 “계약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식의 협박도 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세정그룹의 티셔츠 등을 납품했던 하청업체 현진어패럴은 지난 3월 10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세정그룹을 불공정 하도급 거래행위에 신고했다. 현진어패럴은 그동안 올리비아로렌, 앤썸, 데일리스트 의류를 세정그룹 측에 납품해왔는데, 세정그룹 측은 납품대금의 10~20% 가량을 매달 부당하게 떼어간 뒤 돌려주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서 현지어패럴 측은 “2008년부터 2019년 1월까지 무려 11년간 지속된 불공정 계약으로 현진어패럴의 미수령대금은 12억원에 이른다”면서 “지난 10년간 세정이 샘플의류를 의뢰해 제작해줬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샘플비를 정산해주지 않았다. 그 액수만 4억 2000만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세정그룹이 현진어패럴에 마땅히 주어야 함에도, 납품 대금의 일부를 주지 않은 이유는 세정 박순호 회장과 현진어패럴 김보경 대표의 친오빠 사이에 채무 관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부산에서 봉제공장을 운영하다 브랜드 론칭을 한 김대표의 친오빠는 세정 박 회장에게 약 15억원을 빌렸다.

그러나 해당 회사가 부도가 나면서 박 회장은 투자금액 만큼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친오빠의 채무를 인수한 적이 없음에도, 박 회장이 개인 간 투자관계에서 비롯된 채무 변제를 법인인 현진어패럴이 대신 해야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시작됐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세정 측은 현진어패럴이 채무 변제 불응 시 거래 중단 및 대금결제를 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이에 현진어패럴 김보경 대표는 “여태껏 친오빠의 채무 인수에 관해 서류상 작성한 적이 없었다”면서 “이러한 부당한 계약 관계에 관해 그동안 수십 번도 더 세정그룹 측에 호소했지만 동생인 제가 변제하지 않으면 작업 중인 옷들을 받지 않을 것이며, 결제 나가야할 대금도 모두 막겠다는 협박만 들었다”고 토로했다.

투자한 금액 대신 갚았지만?

결국 이러한 세정그룹의 압박에 현진어패럴은 박 회장이 투자했다 날린 금액 3~4억원 가량만 대신 갚아주기로 했다. 세정그룹 측에서 이 금액만 갚아주면 이 문제를 없던 일로 하고, 하청을 계속해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후 박 회장은 나머지 빚까지 전부 갚아야 한다고 했고, 현진어패럴 측은 현재까지 약 12억원의 납품대금을 제대로 정산 받지 못한 것이다. 이 때문에 현진어패럴은 세정에 선결제금을 받는 것은 물론 금융권도 모자라 사채까지 쓰면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김 대표는 “승계한 적이 없는 채무 변제 명목으로 12억원 가량을 일방적으로 빼앗겼다”면서 “간신히 유지해왔던 사업도 최근 더 어려워지면서 직원의 절반 이상이 퇴사했다. 또 국세지방세 체납에 외주업체 결제까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가압류 소송까지 받으며 회사는 부도 위기에 놓였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주장에 세정그룹 측은 “김 대표가 친 오빠의 채무를 인수했다는 것을 거래 계약상 명시해 놓은 것은 없다”면서도 “10년 간 채무 변제와 관련해 김 대표가 직접 협조문 등을 작성해 보내는 등 충분히 채무 인수 의사를 밝혀왔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동안 김 대표는 박 회장이나 회사 측에 자필 편지와 협조문을 보내 채무 변제에 대한 의사를 전달하고 밝혀왔다”면서 “무려 10년이 넘는 동안 채무 변제에 대해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가, 갑자기 내용증명을 통해서 채무 인수 사실을 모두 부인하며 미수금채권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에 의뢰해 본 결과 현진어패럴의 요구사항에 대해 이행할 어떤 법적인 의무도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세정 측은 오히려 현진 어패럴에서 선결제금을 받아간 뒤 물품을 제 때 납품하지 않았고, 이 금액만 16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또한 현진어패럴은 회사 운영이 더욱 어려워지자 그동안 부채로 상환한 금액에 대해서 ‘납품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게 하청업체에 대한 세정그룹의 갑질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논란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스페셜경제 / 선다혜 기자 a40662@speconomy.com

<사진제공 세정그룹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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