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악재에 마음 닫은 소비자들…쌓아 온 신뢰마저 ‘우르르’

[스페셜경제 = 김다정 기자] 4년 전 일명 ‘햄버거병 사건’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한국맥도날드는 지금까지도 리스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각종 구설에 휩싸이고 있다.


이 사건은 2016년 한 여성이 “아이가 맥도날드 해피밀 세트를 먹고 햄버거병(용혈성요독증후군)에 걸렸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맥도날드는 2년간의 수사 끝에 지난 2018년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해당 논란이 재점화되면서 검찰이 재수사에 돌입했다. 맥도날드는 뒤늦게 햄버거병에 걸린 어린아이의 치료 관련 비용을 모두 지원하기로 하면서 논쟁을 종결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이번 합의와 별개로 검찰을 수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맥도날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대리점과의 문제도 다시 부각됐다.


최근 중소기업벤처부는 대리점 갑질 혐의로 맥도날드 등 5개 업체를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요청했다.


몇 년 사이 회사가 일련의 사건들로 위기를 맞자 지난달 조주연 대표이사가 돌연 사퇴했다. 이어 앤토니 마티네즈 신임 대표를 선임하면서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아직까지 맥도날드를 둘러싼 논란이 해결되지 않고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새 대표는 취임부터 리더십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4년 만에 새 수장을 맞이한 한국맥도날드가 풀어내야 할 과제들에 대해 자세히 짚어봤다.

 

‘위생불량 논란’ 주방공개 초강수 던졌지만, ‘식품위생법 위반’ 적발
‘신임 대표 임명’ 분위기 쇄신 나섰지만, ‘가맹점주 갑질’ 고발 요청

 

지난달 한국맥도날드 조주연 전 대표이사가 취임 4년여 만에 돌연 사퇴의사를 전했다.

 

맥도날드는 지난 16일 사내 메일 등을 통해 전 직원들에게 조 전 대표의 퇴사 사실을 알렸다. 신년사를 통해 2020년을 고객중심 원년으로 삼겠다고 밝힌 지 일주일 만이다.

 

앞서 조 전 대표는 지난 1월 9일 신년사를 통해 “2020년은 고객에게 더욱 몰입하는 한 해로서 더 나은 맥도날드, 새로운 맥도날드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대표가 신년사를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퇴의사를 밝히는 건 이례적이다. 

 

조 전 대표의 후임으로는 앤토니 마티네즈(Antoni Martinez) 호주 남부지역 총괄 디렉터가 지난달 29일 선임됐다.  

 

마티네즈 대표는 취임사를 통해 “지난 수년간 혁신적인 접근방식을 통해 한국에서 강력한 성장을 거듭해 왔다”며 “고객에게 더 집중함으로써 계속해서 성장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햄버거병 논란’ 3년 만에 극적 합의

조주연 전 대표와 마티네즈 신임 대표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올해 맥도날드는 ‘고객’에 보다 집중하는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몇 년 사이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맥도날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신뢰는 ‘와르르’ 무너져 내렸기 때문이다.


사건의 발단은 2016년 9월 터진 ‘햄버거병 사건’이다. 당시 한 아이의 어머니는 아이가 해피밀 세트를 먹은 후 일명 햄버거병으로 불리는 용혈성요독증 증후군을 앓았다고 주장했다.


이 어린이는 그해 12월 퇴원했지만 신장 기능의 90%를 잃고 장애 2급 판정을 받았고 어머니 최은주 씨는 이듬해 맥도날드를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맥도날드는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도 2년간의 수사 끝에 지난 2018년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맥도날드를 불기소 처분했다. 이후 최 씨는 맥도날드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3년이 지난 지난해 11월 11일이 돼서야 맥도날드는 법원 조정을 통해 햄버거병에 걸린 어린이에게 의료비용을 지원하는 내용으로 민사소송에 합의했다.

 

맥도날드는 “해당 사안에 대해 더 이상의 논쟁을 종결키로 했다”며 “회사의 잘못은 없지만 도의적이 차원에서 피해 어린이의 치료비 전액을 부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년간 논쟁과 공방으로 인해 정신적·물질적 고통을 받은 어린이와 그 가족, 그리고 한국맥도날드 임직원에 대해 상호 유감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논란-ing’ 검찰 수사는 계속 된다

일단 햄버거병 논란과 관련 피해를 주장하던 소비자와 맥도날드는 최종 합의에 이르면서 햄버거병 논란은 종지부를 찍었다.

 

그렇지만 이 사건과 관련된 검찰 수사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지난해 1월 일부 시민단체는 맥도날드를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이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이 사건을 다시 꺼내들면서 논란이 재점화됐다.

 

표 의원은 맥도날드가 수사 과정에서 직원에게 허위진술을 강요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이에 따라 검찰이 수사에 돌입했다.  

 

이번의 검찰 수사는 이전에 햄버거병과 관련 맥도날드가 불기소 처분을 받은 것과는 별개건이다. 당시 수사과정에서 이뤄진 것으로 의심받는 새로운 혐의점에 대한 사안이다.  ‘햄버거병’ 사건이 2년여 만에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것이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다수의 언론에서 이번 검찰 수사건에 대해 재수사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햄버거병 인과관계에 대한 수사는 종결됐고, 이번 수사는 그 건과는 별개의 수사”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맥도날드가 점주에게 허위 진술을 강요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중인데, 회사에서는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고 시민단체가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과정에서 맥도날드는 또 다시 ‘위생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맥도날드가 매장에서 고기 패티를 덜 익힌 문제의 햄버거들을 계속 판매한 정황이 담긴 사진들이 잇따라 공개했다. 문제의 사진들로 인해 맥도날드는 또다시 식재료 관리 문제로 뭇매를 맞았다.

 
당시 맥도날드는 입장문을 통해 “회사는 식품 안전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고 있으며, 엄격한 품질 관리 시스템을 바탕으로 좋은 품질의 안전한 제품만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 제보자에 대해서는 “보도에 등장한 익명의 인물은 전·현직 관계자인지, 제 3의 인물인지 현재로서 알 수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어긋난 타이밍’ 정면돌파 뒤 잇단 악재…스스로 불신 키웠다
구원투수 ‘신임 대표’는 소비자 마음을 다시 돌릴 수 있을까?

 
정면돌파, 그러나 다시 불거진 위생논란

위생 논란이 계속해서 불거지자 맥도날드는 소비자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전국 매장을 전수조사하고 주방을 공개하는 정면돌파를 택했다. 자사의 위생 관리가 철저하다는 점을 더욱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주방공개 행사를 연지 이틀 만에 ‘위생불량 업체’로 지목되면서 역풍을 맞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전국 5개 햄버거 프랜차이즈 매장 147곳의 위생상태를 점검한 결과에 따르면 적발된 총 19곳 중 맥도날드 매장만 7곳에 달했다.


이에 맥도날드 측은 “식약처 조사 대상 중 자사 점포가 가장 많았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조사대상 147곳 중 45곳이 맥도날드 매장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같은 조사에서 점포 40곳 가량이 대상에 오른 롯데리아의 경우 위생 불량으로 적발된 매장은 한 곳이었다는 점에서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새해부터 ‘갑질 기업’ 불명예…검찰 고발 위기

맥도날드의 악재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최근에는 중소벤처기업부가 가맹점주에 대한 갑질을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에 검찰 고발을 요청하면서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고발될 위기에 몰렸다.


중기부는 지난 4일 하도급법·가맹사업법을 위반한 맥도날드 등 5개 업체를 공정위에 고발 요청했다.


의무고발요청제도는 하도급법 등 공정거래법령 위반기업 대상으로 공정위가 검찰에 고발하지 않은 사건에 대해 중기부가 중소기업에 미친 피해나 사회적 파급효과 등을 고려해 공정위에 고발요청할 수 있는 제도이다. 중기부가 고발요청하면 공정위는 의무적으로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


한국맥도날드는 22명의 가맹사업자와 가맹계약을 체결하며 가맹금 5억4400만원을 예치기관에 예치하지 않고 직접 수령했다.


또 가맹 희망자 15명에게 정보공개서 등을 제공하지 않거나 제공한 날부터 14일이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가맹계약을 체결해 공정위로부터 재발방지명령과 과징금 5200만원을 처분받았다.


중기부는 “한국 맥도날드의 위반행위가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오랜기간 동안 지속됐으며, 가맹사업과 관련해 고질적으로 발생하는 위반행위를 방지하고 가맹사업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한국맥도날드를 고발요청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당시 현장 담당자과 관련 규정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며 “일부러 이런 일을 저지르거나 이로 인해 회사가 이득을 본 일은 없었기 때문에 ‘갑질’로 보기에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신임 대표, 시작부터 ‘가시밭길’…리더십 시험대

이처럼 최근 몇 년 사이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맥도날드는 고객과 대리점들로부터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가장 큰 논란이 됐던 햄버거병 사건과 별개로 스스로 소비자들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다. 그러면서 지난 4년 동안 한국맥도날드를 이끌었던 조주연 대표가 사퇴하기 이르렀다.

 

한국맥도날드는 후임으로 앤토니 마티네즈 신임 대표를 임명하면서 분위기 쇄신에 나섰지만 이번 중기부의 고발요청으로 시작부터 어긋난 모양새다.

 

맥도날드 입장에서는 분위기 쇄신을 해야 할 타이밍에 ‘갑질 기업’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 셈이다. 그만큼 올해 신임 대표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로써 마티네즈 신임대표는 풀어나가야 할 과제들을 떠안게 되면서 출발부터 그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마티네즈 신임 대표는 지난 2000년 호주 빅토리아 맥도날드 시간제 직원으로 시작해 지난 2016년 1월부터는 호주 남부지역 총괄 디렉터로 근무하며 300여개 매장의 운영·마케팅·교육을 총괄해왔다.


마티네즈 대표는 취임사를 통해 “우리는 탄탄한 2020년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고객에게 더욱 집중함으로써 성장해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며 고객중심경영에 집중한 뜻을 밝힌 만큼 앞으로 그가 보여줄 소비자 신뢰회복을 위한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다정 기자 92ddang@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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