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산업의 쌀’로 불리는 핵심 전자 부품
삼성전자 미래성장동력인 전장에 필수적인 역할
전기·자율주행차 확대 속 시장 선점 의지 드러낸 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6일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을 찾아 차세대 패키지 기판 생산 공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전자)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8180조원을 투자, 육성할 미래성장산업으로 인공지능(AI)5G, 바이오, 전기전자장비(전장)을 꼽았다. 

 

전장사업은 이 부회장이 근 10여년 간 의지를 드러낸 분야다. 2011GMCEO 대니얼 애커슨과 만난 데 이어 이듬해 도요타, BMW, 폭스바겐의 최고경영자와 잇따라 만나며 업계 동향을 살폈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피아트크라이슬러(FCA)의 지주회사 엑소르(Exor) 사외이사로 활동하며 업계 이해도를 높였다. 201611월 자동차 전자장비 업체 하만 인수가 성사된 배경에는 이같은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하만 인수 규모는 약 9조원, 삼성전자의 대형 인수합병으로 손꼽힌다.

 

전장, 특히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이 부회장이 각별히 관심을 쏟는 분야다. 삼성전자의 주력사업인 반도체와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데다,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과 맞닿아 있는 미래 먹거리다. 이를 반영하듯 그는 지난 16일 직접 부산까지 내려가 MLCC를 챙겼다. 지난해 6월에는 삼성전기 경영진과 간담회를 갖고 전장용 MLCC를 포함해 신사업 투자와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MLCC전자산업의 쌀로 불리는 핵심 전자 부품으로 스마트폰과 개인용 PC, 디지털 등 전자회로와 반도체가 있는 제품이라면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전자회로에 들어오는 전류가 일정하지 않으면 전자제품이 오작동을 일으키거나 고장이 날 수 있다. 이를 막아주는 게 MLCC. 전기를 저장했다가 반도체 부품에 필요로 하는 만큼 일정하게 전기를 공급하고 부품 간 전자파 간섭(노이즈)도 막는다. 전자회로가 안정적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돕는 이라고 보면 된다.

 

최근 5G·AI·사물인터넷(IoT) 등 정보통신기술 발달로 MLCC 시장은 더욱 확장되고 있다다만 MLCC는 IT와 자동차 시장으로 양분돼 몇몇 기업이 과점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신규 진입의 문턱은 높지만, 삼성전기처럼 시장에 안착한 기업에게는 꾸준한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분야다.

 

정보기술(IT) 제품의 성능을 다변화하면서 용량을 더 많이 외관은 더 작고 가볍게 바뀌는 추세다. 이로 인해 제품당 들어가는 MLCC도 늘어나, MLCC 1개당 세라믹과 니켈을 번갈아 더 얇고 많이 쌓되 MLCC 크기는 초소형화되고 있다. 가장 작은 MLCC 부품은 크기가 쌀알의 250분의 1에 불과한데, 5G 스마트폰의 경우, 1200~1300개의 MLCC가 들어간다. 

 

특히 전장용 MLCC는 전기·자율주행차 확대와 자동차의 전장화와 맞물려 수요가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세계 MLCC 시장은 현재 16조원 규모로 2024년에는 2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전장용 MLCC도 올해 29% 수준에서 024년에는 약 35%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장용 MLCCIT나 전자제품과 사용환경이 다른 것은 물론, 인명과 연관된 만큼 높은 수준의 신뢰성과 내구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고온(150이상) 및 저온(영하 55)의 환경, 휨 강도 등 충격이 전달되는 상황, 높은 습도(습도 85%) 등 극단적인 환경에서도 문제없이 작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자동차 전자부품 신뢰성 시험 규격인 AEC-Q200(자동차용 수동부품에 대한 인증규격) 인증이 필요하고, 거래처에 따라 엄격한 검증을 통과해야 하지만, 그만큼 단가도 높아 더 많은 부가가치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 삼성전기는 2018MLCC 수요 확대에 힘입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 클럽에 가입했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기 부산 사업장을 직접 둘러본 것은 전장에 대한 오너의 의지를 환기시킴으로써 관련사업의 속도를 올리자는 무언의 주문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이 부회장은 오는 21일 현대자동차 남양기술연구소를 방문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과 미래차 비전에 대한 의견을 나눈다. 현대차가 미래차 기술 구현에 공들이고 있는 만큼, 두 그룹 수장의 교감은 전장 분야에서의 협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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