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27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을 하고 있다. 2019.11.27.


[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의석수에서 궁지에 몰린 자유한국당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전략을 펼치며 여야는 정기국회 종료(10일) 이후에도 임시국회 일정을 둘러싼 ‘한 판 싸움’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등 검찰개혁 법안을 저지하고자 하는 한국당에 맞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단기간 임시회를 열어 민생법안을 먼저 처리하는 이른바 ‘살라미(salami·단계별 협상)’ 전략을 검토 중에 있다.

당장 2일이 기한인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는 사실상 무산됐지만, 정기국회 기간 내 본회의는 다시 열릴 수도 있다. 민주당은 다음 본회의에 예산안과 패스트트랙 법안을 함께 상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한국당은 임시회가 열릴 때마다 필리버스터로 법안 처리를 지연시키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어 사실상 국회는 남아 있는 정기국회 기간을 포함해 파행이 예고된 상태다.

이에 민주당은 임시회를 여러 번 열고 임시회마다 쟁점 법안을 한 건씩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 이는 ‘무제한토론 중 회기가 끝나 무제한토론이 종결된 것으로 보는 경우 해당 안건은 다음 회기에 지체 없이 표결해야 한다(국회법 제106조의2)’는 국회법 상 규정에 따른 것이다.

국회는 매년 2·4·6·8월 정기 임시회를 여는데 이에 따른 임시회의 회기는 30일(8월 임시회는 동월 31일까지·국회법 제5조의2)이지만, 그 외 임시회의 회기는 국회 의결로 정할 수 있다(동법 제7조). 또한 휴회 중이라도 재적의원 4분의1 이상 혹은 대통령의 요구가 있거나 국회의장 재량으로 본회의를 재개할 수 있다(동법 제8조).

즉 3일짜리 임시회를 서너 차례 열면 민주당은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여부와 상관없이 한 회기 당 최소한 하나의 쟁점 법안을 상정해 패스트트랙 법안을 모두 처리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문제는 이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민생법안보다 패스트트랙 법안을 먼저 본회의에 상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본회의 상정과 표결 순서는 국회의장 재량인 관계로, 이 경우 ‘민주당 숙원법안을 민생보다 우선시 했다’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2일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어 민생법안을 우선 처리하자’는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의 제안을 사실상 거부한 상태인 만큼 민생법안보다 쟁점법안이 먼저 상정되는 것은 민주당으로서도 부담이다.

운신의 폭은 한국당이 더욱 제약적이다. 민주당이 무리수를 두면서 이같은 전략을 감행해도 ‘민생보다 패스트트랙이 먼저냐’는 정도의 여론전을 펴는 방법 외 실질적으로 저지할 수단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애초 한국당이 시간 끌기에 불과한 필리버스터 전략에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민주당이 패스트트랙 법안처리가 다소 늦어지는 점을 감수하면서 선(先)민생, 후(後)패스트트랙 전략으로 갈 경우, 한국당은 지난달 29일 기습적 필리버스터로 민생법안을 볼모로 잡았다는 ‘원죄’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하다.

홍준표 전 의원 등 당 일각에서는 한국당이 공수처법을 적정선에서 민주당과 타협해 받아들이고 선거법을 막아야 한다는 차선책도 제시되고 있지만, 현재 당내 분위기로 보건대 채택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2시 의원총회를 열고 한국당의 무차별 필리버스터로 인한 국회 마비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구체적 전략을 논의할 방침이다.


<사진 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