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은 KCGI가 제기한 가처분 소송 1차 관건
유상증자 납인 12월2일..“그 전에 끝날 것”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한진칼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길었던 한진가의 남매전쟁이 종지부를 찍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왼쪽부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뉴시스 제공)

 

[스페셜경제= 권준호 인턴기자]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한진칼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길었던 한진가의 남매전쟁이 종지부를 찍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산은은 지난 16일 한진칼에 총 8000억원의 자금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한진칼의 3자 배정 유상증자에 5000억원을 투입해 지분을 인수하고, 한진칼이 발행하는 교환사채를 인수하는데 3000억원을 쓰겠다는 계획이다.


산은이 계획대로 한진칼 유상증자에 참여하게 되면 한진칼의 지분 10.7%를 가져가게 된다. 자연스레 조원태 회장 측의 지분은 41.1%에서 37.7%로, KCGI 3자연합(KCGI,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 지분율은 46.7%에서 41.7%로 감소한다. 


여전히 KCGI 3자연합 지분율이 조 회장 측의 지분율을 앞서지만, 산업은행이 10.7%의 지분율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산은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지에 따라 상황은 바뀌게 된다. 산은이 한진가 남매전쟁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만약 산은의 한진칼 유상증자가 확정되면 사실상 남매전쟁을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산은이 조 회장 측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아시아나항공 채권단 대표 격인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를 매각하고 싶어 하는 입장과 조원태 회장이 경영권 싸움에서 이기고 싶어 하는 입장이 서로 맞았기 때문에 산은이 조 회장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이어 “산은이 조 회장의 손을 들어주면 조 회장이 KCGI에 비해 압도적인 지분율을 가져갈 것이기 때문에 산은의 한진칼 유증이 확정되면 사실상 경영권 분쟁은 끝났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도 “산은의 3자 배정 유상증자로 사실상 한진칼 경영권 분쟁은 끝났다고 생각한다”며 “경영권 분쟁이 끝나면 3자 연합에 지분을 댄 사모펀드 투자자들이 환매를 요청하게 될 것이고, 펀드는 지분을 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한진칼의 경영권 싸움이 끝나지 않았다는 시각도 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KCGI가 낸 가처분 소송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아직 기다려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아직 확실하게 정해진 것은 전혀 없기 때문에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KCGI 입장에서는 이번에 제기한 소송까지 시간을 좀 벌었고 그 기간 동안 플랜 B를 세웠을 것”이라며 “사실 이렇게 소송을 건 사실 자체도 KCGI가 KCGI 사모펀드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한 의도로 해석 된다”이라고 덧붙였다. 


최 연구원은 또 “KCGI는 담보대출로 본인들의 몸집을 크게 불려왔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대규모 환매요구가 있을 경우 싸움이 힘들어질 수 있다”며 “이런 상황만 없으면 KCGI는 계속 싸움을 이어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산은이 조 회장 측의 손을 들어준다고 해도 조 회장 측이 가지고 있는 지분율이 과반이 안 되기 때문에 분쟁싸움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결국 쟁점은 KCGI 측이 제기한 소송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쟁점은 KCGI가 제기한 가처분 소송 1차 관건
업계에서는 지난 18일 KCGI가 제기한 ‘신주발행금지가처분’ 소송 결과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과정, 더 나아가 조 회장의 경영권 지키기에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된다고 분석하고 있다. KCGI는 지난 18일 △국민혈세를 이용한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 방어 반대 △한진칼과 대한항공의 심각한 주주권 훼손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제3자 유상증자는 불법 등을 강조하며 ‘신주발행금지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KCGI가 제기한 소송의 인용 여부에 따라 상황이 급변할 것”이라며 “상황을 면밀히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KCGI가 제기한 소송에 법조계의 관심도 쏠리고 있다. 법원이 산은의 한진칼 유상증자 목적을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로 볼지, 아니면 국가 기간산업의 경쟁력 제고로 볼지가 판단의 쟁점이 될 것이란 법조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만약 법원이 산은의 한진칼 유증 참여를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로 본다면 KCGI측이 낸 소송이 인용될 가능성이 크다. 법조계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대법원 판례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C회사 경영진은 경영권을 두고 분쟁하던 다른 주주의 지분율을 희석시키기 위해 이사회를 개최하고 전체의 30%에 해당하는 신주를 제3자 유상증자 형태로 발행했다. 


대법원은 당시 재판에서 “신주발행 당시 회사에는 경영권 분쟁이 있었고, 위 신주발행은 상법 제418조 제2항과 피고 회사의 정관이 정한 재무구조 개선이나 신기술도입을 위하여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현 경영진의 경영권을 방어할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판시했다. 상황만으로 볼 때 산은의 한진칼 유증과 비슷한 맥락이 있다.


반대로 법원이 산은의 한진칼 유증을 ‘국가 기간산업의 경쟁력 제고’로 본다면 KCGI가 제기한 소송은 기각될 가능성이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KCGI가 낸 소송이 인용되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인수자체가 불발될 것이고, 기각되면 인수과정은 진행되겠지만 KCGI는 한진칼 임시주총을 모집해 새로운 이사진 구성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상증자 납인 12월2일..“그 전에 끝날 것”
지난 20일 한진칼 공시에 따르면 KCGI측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신주발행금지가처분 소송을 냈으며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25일 해당 소송에 대한 첫 심문 절차를 진행했다. 가처분소송은 본 재판이 아닌 만큼 신속하게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으며 통상적으로는 재판부가 1,2 차례 심문 절차를 거치고 난 뒤 결론을 내는 경우가 많다.


업계는 산은의 한진칼 유상증자 납입기일이 오는 12월 2일이기 때문에 그 전에 판결이 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당 소송 판결이 크게 보면 결국 한진칼 경영권 분쟁의 주 쟁점이 되는 사안인 만큼 판결 이후 파장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며 “자세한 방향성은 12월 2일 이후에 윤곽이 잡힐 것 같다”고 말했다.

 

스페셜경제 / 권준호 기자 kjh0109@speconomy.com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