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당기순익 31.6%↓..매출도 감소
8개 카드사 중 유일 실적악화
“재임기간 짧아” vs “실적이 판가름”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8개 전업 카드사 중 4개 카드사 CEO의 임기가 오는 12월31일 만료된다./이동면 BC카드 사장(사진제공=BC카드)

 

[스페셜경제 = 이정화 기자] 이동면 비씨카드 사장의 앞날이 밝지 않다. 임기 만료를 한 달 앞두고 연임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취임 후 디지털 역량 강화에 박차를 가하는 등 성장성 확보에 적극 나섰지만, 성적표에는 '역성장'이라는 빨간 도장이 찍혔다.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둔 4개 카드사 수장 중 유일하게 연임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평이 나온다. 업계는 이 사장이 실적부진이라는 약점을 극복하고, 내년에도 비씨카드를 이끌어 나갈 수 있을 지 주목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8개 전업 카드사 중 4개 카드사 CEO의 임기가 오는 12월31일 만료된다. 이동면 비씨카드 사장,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 정원재 우리카드 사장 등이다.

이 사장은 올해 3월 이문환 전 사장이 케이뱅크 행장으로 옮기면서 자리를 이어 받았지만, 임기 만료를 앞둔 4명의 수장 중 유일하게 실적이 부진하다.

이 사장의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모회사 KT가 발표한 실적 공시에 따르면 비씨카드의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538억원으로, 전년 동기(786억원) 대비 31.6%(248억원)나 줄었다. 영업 수익도 1조 6677억원으로 지난해 보다 4.5% 하락했다. 같은 기간 8개 카드사 중 실적이 악화된 것은 비씨카드가 유일하다.

매출도 감소세다. 비씨카드의 3분기 매출액은 86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6% 감소했다. 1분기(7994억원·7.7%↓)와 2분기(8671억원·1.5%↓)에도 좋지 못했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이 사장의 취임 시기가 3월인 만큼 올해 실적이 CEO 영향으로 빚어진 성과라고 해석하긴 어렵다"며 "실적 부진은 취임 전에 이뤄진 을지로 신사옥 매입과 차세대 시스템 구축 등 대규모 투자에 의한 감가상각비가 올해부터 반영된 영향이 가장 크다"고 밝혔다.
 

▲2020년 상반기 8개 카드사 순익 추이(자료제공=금융감독원)

이 사장의 연임 여부를 두고 업계에는 '코로나19로 어려운 업황 속 안정을 추구할 것'이라는 평가와 함께 '재임 기간이 짧아 거취를 논하기엔 애매하다', '실적이 판가름할 것이다'는 평이 공존한다.

BC카드는 국내 유일의 카드 프로세싱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전업 카드사와 달리 카드를 직접 발급하지 않고 회원사나 가맹점의 마케팅 업무를 대신 수행해 수수료를 받는 사업이다. 업황이 악화되면서 카드사들이 줄줄이 카드론이나 자동차할부금융 등 다양한 신사업을 전개했지만 비씨카드는 사업구조상 카드 프로세싱 수익 비중이 전체 영업수익의 과반수(87%)를 차지하고 있다.

BC카드가 구조적 개선을 마련하고 나아진 성과와 디지털 혁신을 끌어내야 하는 시점에서 CEO가 금융이나 영업과 관계 없는 R&D(연구개발) 전문가 출신이라는 점도 리스크로 꼽힌다. 항간에서는 이 사장이 취임할 당시 황창규 전 KT 회장의 뒤를 이을 차기 회장 후보에 올랐던 만큼, 예우 차원에서 주요 계열사 수장으로 앉힌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 사장은 공식 취임 발표에서 ▲본업(카드 프로세싱) 경쟁력 강화 ▲신규 사업 적극 발굴 ▲디지털 역량 강화 등 세 가지 중점 경영 방침을 선포한 바 있다. 신사업으로는 글로벌 사업 확장과 마케팅 플랫폼 강화를 주문했지만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았았다는 반응이다.

올해 비씨카드는 자사 간편결제 앱인 '페이북' 서비스를 통해 플랫폼 역량 강화에 나섰다. 페이북에 △금융상품 △해외주식 투자 △보험 가입 △은행계좌 개설 △환전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추가한 것이다.

지난 6월에는 소상공인을 위한 신용평가 서비스인 ‘비즈 크레딧’을 출시하면서 개인사업자 신용평가(CB) 시장에 뛰어들었다. 글로벌 사업 확장 숙제는 코로나로 막힌 실정이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페이북은 QR결제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간편결제앱이다. 소비자의 편리를 위해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추가하는 등 디지털 분야 경쟁력을 확장하고 있으며 결제 서비스는 거의 모든 카드사가 대동소이한 특징을 가지고 있으나 QR결제 영역에서는 비씨카드가 선두에 자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금융사와 마찬가지로 시기적 불황을 겪고 있지만 그간 인도네시아와 중국 등 해외에 카드 결제 기술을 성공적으로 수출해온 만큼 글로벌 사업을 키워나갈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있다"며 "모회사 KT는 임원의 임기를 1년으로 설정했지만 인사 체계일 뿐 연말이 온다고 해서 바로 여부가 결정되는 게 아니다. 이 사장의 연임 관련 문제를 실적과 연계해 해석하는 것도 맞지 않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카드사는 모두 코로나로 인한 악재를 겪어야 했다. 내년에도 실물경제가 얼마나 나아질 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경영 쇄신을 위한 CEO 교체는 결국 무리를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현 상황에서는 큰 무리 없이 회사를 이끌어나가는 경영 방침이 우선으로 꼽히는 추세다"고 전했다.

 

▲BC카드 본사 전경 (사진제공=BC카드)

 

 

스페셜경제 / 이정화 기자 joyfully7@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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