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전기차 배터리를 놓고 한‧중‧일 3국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은 전폭적인 지원으로, 일본은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무섭게 앞서 있는 상황에서 자짓잘못하면 한국은 넛크래커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전기차 배터리로 대표되는 2차전지에 대해 “반도체 메모리를 넘어설 신사업 전기차 배터리”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LG화학, 삼성 SDI, SK이노베이션 등 한국 배터리 3사의 지난해 수주액은 110조원으로 같은기간 반도체 수출액 141조의 턱밑까지 추격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전기차 시장은 지난 2017년 기준 전년대비 57% 증가한 310만대가 보급됐다. 특히 중국에서 지난해 판매된 전기차는 지난 2017년 대비 72% 증가한 58만대로 전 세계 판매량의 절반을 차지하면서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또 같은 기간 미국도 전년대비 75% 증가한 28만대의 전기차가 보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성장세도 가파르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2020년에는 850만대, 2025년 220만대, 2040년에는 1억 8447만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출하량 기준 한국과 일본, 중국 등 3국이 글로벌 배터리 시장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 상위 10개 기업 가운데 일본업체가 3곳, 중국업체가 5곳, 한국업체 2곳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규모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정부의 강력한 주도 아래 전기차 배터리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하는 오나성차 업체가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에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 점유율 40%에 육박하며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CATL과 BYD를 제외하고는 기술력에서 뒤쳐져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이 끝나는 2020년이면 글로벌 시장에서 자연 도태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일본은 전기차 선두업체인 테슬라를 독점한 파나소닉의 앞선 기술력과 안정적 판로를 확보하며 시장을 이끌고 있다. 최근에는 도요타와 파나소닉이 전기차 배터리 생산 합작사를 설립하는가 하면, 도요타와 무라타 등이 막대한 기술투자를 통해 차세대 배터릴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은 LG화학과 삼성SDI를 필두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에는 SK이노베이션 폭스바겐으로부터 대규모 수주를 따 내며 높은 성장잠재력을 보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정부지원과 시장 지배력에서는 일본과 중국에 비해서 열세를 띄고 있다. 내수 수요 확보가 어렵다는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 실제로 LG화학과 삼성SDI는 지난 2017년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점유율에서 각각 3위와 5위에 이름을 올렸지만, 2018년 4위와 6위를 차지하며 순위에서 밀렸다.

이 때문에 한국은 기술로는 일본에, 성장 잠재력은 중국에 뒤처져 자칫잘못하면 ‘넛크래커’로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한국경제연구원은 한국 배터리 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부품소재 및 기술투자 확대가 우선되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전고지 전지 등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상용화를 앞두고 일본은 2011년부터 도요타가 도쿄공업대와 기술 개발을 추진, 중국은 칭다오 에너지가 세계 최초로 전고체 생산라인을 구축해 2021년 양산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한국은 2025년에 전고체전지 상용화를 계획하고 있어서 시장 주도권을 빼앗길 우려가 나오고 있다.

 

스페셜경제 / 선다혜 기자 a40662@speconomy.com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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