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결속 & 외부 투쟁으로 방향타 트는데 안간힘...'보수 궤멸 우려 된다'

▲ 자유한국당 홍준표(왼쪽 세번째) 대표 등 의원들이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화합을 위한 의원 만찬에 참석해 건배하고 있다. 왼쪽 시계방향부터 이완영, 황영철, 홍 대표, 안상수, 이종구, 정양석, 이장우, 함진규, 최교일 의원.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이명박 정권 당시 국군 사이버사령부에 정치 댓글 등을 지시한 혐의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등이 구속됐다. 문재인 정권 검찰은 김관진 전 장관이 군 사이버사의 정치 댓글 활동을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이에 대한 지시를 받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김 전 장관 다음 목표물로 이 전 대통령을 정조준하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이 자신을 정조준하자 그동안 공개적으로 입을 다물어 왔던 이 전 대통령은 이를 정치보복이라 규정하고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바른정당 탈당파에 대한 복당 문제로 내부 갈등양상을 띠고 있는 자유한국당에선 ‘모두가 한마음으로 현 정권의 적폐청산 기조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문재인 정권 적폐청산 수사의 정점이 될 이 전 대통령 수사에 맞서 내부결속 및 외부 투쟁으로 방향타를 틀고 있는 자유한국당에 대해 살펴봤다.


檢 최종목표‥적폐 수사의 정점 MB?


당내 결속이 먼저…친박 청산 보류?


MB(이명박 전 대통령)정권 당시 인터넷 커뮤니티에 댓글을 달도록 지시하는 등 군 사이버사령부의 온라인 여론조작 활동에 관여한 혐의를 받았던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 11일 구속됐다.


검찰은 김관진 전 장관이 MB정권 당시 군 사이버사에 여권(한나라당·새누리당)을 지지하고 야권을 비난하는 정치 댓글을 달도록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2012년 대선을 앞두고는 정치 댓글 활동에 추가로 투입할 군무원을 친여권 성향 기준으로 뽑도록 했으며, 이 과정에서 특정 지역 출신을 배제토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김 전 장관은 검찰 조사에서 사이버사 인력 충원 등을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검찰은 김 전 장관이 이 전 대통령에게 사이버사의 댓글 공작 활동을 직접 보고한 정황이 담긴 문건을 확보했다고 한다.


해당 문건 보고 대상에 통상적으로 대통령을 의미하는 ‘VIP’의 ‘V’ 표시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적폐청산이란 현 정권의 하명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검찰의 다음 타깃은 이 전 대통령이 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말문 연 MB에 秋 ‘적폐 원조’-安 ‘갈수록 가관’


검찰의 칼이 자신을 목을 정조준하자, 그동안 공식적으로 입장을 내놓지 않았던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2일 초청 강연을 위해 바레인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지난 6개월 간 적폐청산 과정을 보면서 이것이 과연 개혁인지, 정치보복인지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며 불쾌감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을 발전시켜나가는데 힘을 모아야 하는데, 새 정부 들어 모든 분야의 갈등과 분열이 깊어져 걱정하고 있다”며 현 정권의 적폐청산 기조가 국론을 분열시킨다고 지적했다.


구속된 김 전 장관에게 댓글 부대 증원 및 댓글 공작을 지시했는지를 묻는 취재진에게 이 전 대통령은 “상식에 벗어난 질문을 하지 말라”며 “상식에 안 맞는다”며 다소 격앙된 어조로 받아쳤다.


현 정권의 적폐청산을 이 전 대통령이 정치보복이라며 불쾌감을 내비치자, 진보진영에선 당연히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다음날인 13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전 대통령을 ‘적폐의 원조’라고 지탄하며 “이 전 대통령은 적폐청산 작업에 대한 불만을 표현하기에 앞서 국내 정치에 국가정보원과 군이 개입한 행위에 대해 당시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지난 19대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제가 MB 아바타 입니까’라고 쏘아붙인 탓에 지금도 정부여당 지지자들로부터 비꼬임을 당하고 있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이날 당 최고위에서 “부끄러움을 모르고, 갈수록 가관”이라며 “상식과 품격을 입에 올릴 자격이 없다”고 직격했다.


▲ 지난 8월 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실을 예방한 안철수 국민의당 신임 대표가 추미애 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집안 단속 나선 홍준표


뿌리가 같은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이 전 대통령을 거세게 지탄했다면, 보수정당인 자유한국당은 이 전 대통령 옹호에 나섰다.


홍준표 대표는 문재인 정권을 향해 ‘마치 조선시대 망나니 칼춤을 연상시키는 그런 작태’라고 했고, 정우택 원내대표도 ‘한풀이 굿판식 정치보복은 반드시 부메랑이 돼서 돌아온다’며 날을 세웠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과 함께 국정을 농단한 혐의로 헌정사상 첫 파면을 당한데 이어 이 전 대통령까지 문재인 정권의 적폐청산 칼날에 정통으로 가격을 당할 경우, 한국당 입장에선 보수정권 9년 동안의 공(功)은 모래로 쌓은 탑이 파도에 휩쓸려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오로지 과(過)만 남게 되는 상실감에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무력감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고 나아가 보수 궤멸론까지 확산되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기 때문에 한국당은 당내 결속과 외부 투쟁으로 방향타를 트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김무성 의원 등 바른정당을 탈당하고 한국당으로 복당한 8명에 대한 반발로 친박계가 소집을 요구한 의원총회가 열린 지난 13일 홍 대표는 “의총을 통해 그 사이에 있었던 정치적 앙금을 깨끗하게 털어내는 그런 사내다움을 보여 달라”며 “모두가 한마음이 돼서 (문재인 정부의)망나니 칼춤에 대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 정부가 적폐청산이라는 미명을 내걸고 사실상 정치보복에 혈안이 돼 있는데, 한국 보수우파 진영을 궤멸시키기 위해선 저들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며 “의총을 통해 모두 하나가 돼 당을 새롭게 재건하고, 망나니 춤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한마음이 돼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이는 현 정권의 적폐청산 하명 수사로 박 전 대통령에 이어 이 전 대통령에게까지 검찰의 칼날이 겨눠지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한가롭게 집안싸움이나 할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제4회의장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홍준표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서청원·최경한 출당 보류?


아울러 홍 대표는 이날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로써 상항 끝”이라며 복당파 의원들에 대한 당내 반발을 서둘러 정리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출당 여부 등 친박 청산에 대해선 “그건 책임 문제니 좀 있다 보자”며 한 발 물러섰다.


이를 두고 당 일각에선 서·최 의원 등 친박 청산 문제는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정치권에선 정우택 원내대표의 임기가 종료되는 오는 12월 한국당 원내대표 선거에서 친홍·복당파 연합이 미는 후보가 선출될 경우 친박 청산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됐는데, 검찰이 이 전 대통령 목전에 칼을 겨누고 있는 상황인지라 당내 분란의 불씨가 될 친박 청산에 대한 보류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날 의총 직후 일부 복당파 의원들과 친박계 의원들은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함께 만찬을 하며 당내 화합과 결속을 다졌다고 한다.


이처럼 현 정권의 적폐청산 하명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검찰은 정점을 찍고자 이 전 대통령을 정조준하고 있고, 반면 한국당은 당내 갈등을 서둘러 봉합하려 하는 등 당내 결속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방선거, ‘적폐청산 VS 정치보복’ 구도?


한국당은 당내 결속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적폐청산 VS 정치보복’ 구도로 끌고 갈 심산으로 보여 진다.


문재인 정권이 치명타가 될 정도의 실정을 하지 않고 현재의 지지율 고공행진을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 이어간다면 보수정당이 좋은 성적을 내기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에 따라 적폐청산 기조에 맞서 보수정당이 한 목소리로 정치보복 프레임으로 맞선다면 내년 지방선거는 ‘적폐청산 VS 정치보복’ 구도로 흘러갈 공산이 크고, 이 과정에서 적폐청산 피로감 누적으로 인한 반격을 노려볼 수 있다.


MB정권 시절 확보한 노무현 정부 당시의 대북 관련 사안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 가족의 640만 달러 수수 의혹 등은 한국당이 노려봄직한 반격으로 꼽힌다.


이렇게 해서 현재 한국당 당적인 부산·인천·대구·울산시장과 경북지사, 홍 대표의 사퇴로 공석이 된 경남지사 등 6곳을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지켜내겠다는 것.


현 정권의 적폐청산 기조에 보수정당이 한 목소리로 정치보복 프레임으로 맞선다면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여부도 다시 대두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비록 11명이 남은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문을 닫은 한국당이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대결집을 위해 다시 통합의 문호를 개방할 여지가 남아있다는 것이다.


보수 재건과 함께 지방선거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거두기 위해선 지난 대선과 마찬가지로 지게 작대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선거연대 정도는 가능하지 않겠냐는 전망이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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