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은배 기자]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준비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탈당을 통합 명분으로 삼기 위해 박 전 대통령의 구속연장기한을 ‘데드라인’으로 놓고 기다렸으나 법원의 구속 연장 결정에도 박 전 대통령이 재판 보이콧을 하는 강수를 둠에 따라 한국당의 계획에 다소 차질이 생긴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당은 당초 박 전 대통령의 탈당 문제 결정을 위한 윤리위원회를 16일에 열 계획이었지만 박 전 대통령에게 자신 탈당 의사를 전하기 위해 윤리위를 18~19일께 개최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홍준표 대표는 앞서 친박계 의원들의 요구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의 탈당 시기를 구속연장기한으로 늘려준 바 있다. 한국당은 홍 대표의 방미 전 윤리위를 개최하고 최고위원회 의결을 통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탈당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었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이 지난 16일 ‘정치보복’ 발언으로 사실상 정치투쟁을 선언 하면서 재판을 보이콧 하자 한국당은 계획수정 필요성을 절감한 듯 자진탈당 권유 움직임을 나타냈다. 바른정당의 전당대회가 내달 13일 예정인 가운데 박 전 대통령의 탈당이 조속히 마무리 지어지지 않을 경우 합당 시기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복수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한국당 측은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이던 유영하 변호사와 접촉해 “스스로 당적을 정리해줬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은 박 전 대통령이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심리로 개최된 80차 공판에서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은 저에게 마침표가 찍어졌으면 한다. 이 사건의 역사적 멍에와 책임은 제가 지고 가겠다”며 “모든 책임을 제가 묻고 저로 인해 법정에 선 공직자들과 기업인들에겐 관용이 있길 바란다”고 말한 부분을 ‘자진탈당 의사가 있음’으로 규정하고 이를 명분삼아 박 전 대통령에게 탈당을 권유하는 모양새로 관측되고 있다.


홍 대표는 “진작 그런 말을 했어야 한다”며 “당은 정치적 부담이 줄었다”고 박 전 대통령이 자진탈당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했다.


그간 친박계로 분류되던 김태흠 최고위원도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엊그제 대통령께서도 ‘모든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는 말씀도 하지 않으셨냐”며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스스로 당적을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자진탈당을 종용했다.


다만, 이것은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한국당의 시각에서의 해석일 뿐 박 전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재판을 보이콧 하기 위한 명분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일각의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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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입장에서 보수통합의 가장 좋은 그림을 만들기 위해서는 박 전 대통령의 자진탈당을 성사시켜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의 탈당이 매끄럽게 마감되지 않으면 친박 핵심인 서청원, 최경환 의원 등의 출당 추진 과정에서 해당 의원들의 거센 반발은 물론 지지층 분열도 일부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최고위원은 “네 탓, 내 탓 하지 말고 통합 과정에서 요구조건이나 전제조건이 있어서는 안 된다”라며 “전제조건이 있으면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통합명분으로서의 박 전 대통령의 탈당 비중을 낮추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의 탈당이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명분 부족으로 바른정당 의원들의 한국당으로의 회군 퇴로가 좁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의 정치투쟁을 원심력으로 골수 친박계와 지지층이 결집해 당내 갈등을 가속화 시킬 수 있음은 물론이다.


물론, 박 전 대통령의 의중을 섣불리 예단할 수 없으므로 한국당은 자진탈당 카드를 꺼내면서도 윤리위에 앞서 최고위원회를 열고 박 전 대통령의 탈당관련 방향성을 조정하고 이후 윤리위를 개최하는 방안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당 현 당헌당규는 윤리위를 개최하고 탈당권유 의결 통지를 받을 날부터 10일 이내 탈당신고서를 내지 않을 경우 제명 처분케 돼 있다. 윤리위를 열기만 하면 박 전 대통령의 탈당 수순을 밟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즉, 박 전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일 자체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이 과정에서의 손실을 최대한 막기 위해 최대한 명분을 살려야 하는 것이 한국당의 최대 미션이라는 얘기다.


다만, 집권기간 내내 ‘불통’의 수식어를 달고 살며 주변의 조언에 연연하지 않는 독자적인 결정을 자주 내렸던 박 전 대통령의 성향을 고려해볼 때 자진탈당을 낙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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