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 공론화위 결정 따를 것 VS 野, 공론화위 법적근거 없어

▲ 지난 15일 충남 천안시 교보생명 연수원인 계성원에서 열리는 신고리 5·6호기 원전 시민참여 종합토론회 폐회식에서 김지형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이 폐회사를 하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문재인 대통령의 탈(脫)원전 공약의 일환인 신고리 원자력발전 5·6호기 공사 중단 여부가 이틀 뒤면 판가름 난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오는 20일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에서 건설을 중단할지, 아니며 재개할지 공론조사 결과를 담은 정부권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여부를 사회적 합의를 통해 도출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따라 정부는 공론화를 위한 위원회를 구성했다.


공론화위원회는 여론조사와 종합토론 등의 절차를 모두 마치고 지난 17일부터 정부에 전달할 최종 권고안 작성 작업에 들어갔다. 문재인 정부는 법적·정치적 책임을 지고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안을 100%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당은 공론화위원회가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절차적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또는 공사 재개 등 어떠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후폭풍이 일 것으로 전망되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에 대해 살펴봤다.


탈원전 공약 일환‥“여야, 결과 승복해야”


절차적 정당성 논란…‘원안법 개정’ 필요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19일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 1호기 영구정지 기념행사에 참석해 “원전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겠다”면서 “원전 중심의 발전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는 안정성과 함께 공정률과 투입비용, 보상비용, 전력 설비 예비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빠른 시일 내에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자신의 탈(脫)원전 공약에 따라 지난해 6월 건설허가를 받아 공사가 한창인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중단할지, 아니면 계속 진행할지 여부를 공론화시키겠다고 주장한 것이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신고리 5·6호기 공사 여부 결정을 위해 공론화위원회(이하 공론화위)를 구성하기로 했고, 공론화 작업을 진행하는 동안에는 공사를 일시중단하기로 했다.


공론화위는 1~4차까지의 설문조사와 종합토론 등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지난 17일부터 정부에 전달할 최종 권고안 작성을 위한 합숙에 돌입했다.


공론화위는 철통 보안을 위해 합숙 기간에는 개인 휴대폰과 노트북을 반납하는 등 외부와의 접촉이 통제된다.


이어 오는 20일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 영구중단 및 재개 여부를 담은 최종 권고안을 발표할 예정이며, TV 등을 통해 생중계된다.


▲ 지난 6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이 열린 부산시 기장군 고리원자력본부 제1발전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정부여당 “공론화위 결정 따르겠다”


문재인 정부는 법적·정치적 책임을 지고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안을 100%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며 “어떤 결과가 나오든 그 결과를 존중해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저는 대선기간 동안 탈원전과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을 공약했는데, 그러나 공기가 상당부분 진척되어 계속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에 공론화 과정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정부는 그 결과에 따르기로 정했다”고 밝혔다.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도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신고리 5·6호기 문제는 지난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부터 원안위의 건설허가 승인과정에서 적법한 환경영향평가를 거치지 않았고 안전성 평가가 결여된 문제, 주민의견수렴 절차가 미비한 문제 때문에 건설허가에 대한 소송까지 제기된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신고리 5·6호기 원전의 계속 가동 여부를 결정할 공론화위에서 하는 활동은 신고리 5·6호기의 가동 재개 여부에 대한 판단이지 탈원전 정책에 대한 최종 결정 과정이 아니다”라며 “그런데도 자유한국당은 ‘졸속 탈원전 중단하라’는 주장을 국감장에 내걸면서 한편으로는 공론화위의 결정에 정치적 입김과 압박을 가하고 있고, 한편으로는 공론화위원회가 마치 탈원전 정책 여부에 대해 결정하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질책했다.


그러면서 “이는 사실관계가 애초에 잘못된 것으로 더 이상 야당은 공방이나 논란을 벌일 것이 아니라 지금은 자중하고 기다릴 때”라며 “공론화위회가 신고리 5·6호기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여야는 승복하고 따르면 될 것이고 그것이 공론화위를 도입한 취지가 아니겠는가”라며 야당의 결과 승복을 강조했다.


한국당 “에너지 백년대계 국책사업…공론화위원장 이념적으로 편향”


그러나 제1야당은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여부를 판가름 지을 공론화위 자체가 법적 근거가 없을뿐더러, 향후 심각한 법적 문제가 야기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당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공론화위 자체에 대해 법적 근거가 없는 구성이고, 문 대통령이 신고리 5·6호기에 대해 졸속으로 중단 결정을 한다고 하면 그 자체로 대통령으로서 국정책임을 방기한 무책임을 극치가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정 원내대표는 “신고리 5·6호기 원전은 조 단위의 국민혈세가 이미 들어가 있고 이미 공정률이 30%를 넘어가고 있는 우리나라 에너지 백년대계의 국책사업“이라며 ”법적 근거도 없는 공론화위나 시민참여단 또 여론조사 등을 통해 졸속으로 중단시키는 자체가 넌센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론화위와 시민참여단의 구성문제 그리고 제공되는 정보의 왜곡 등에 있어 근본적인 오류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문 대통령이 만약 신고리 5·6호기 원전을 졸속으로 중단하는 일이 현실화된다면 향후 심각한 법적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다”고 밝혔다.


김광림 정책위의장도 “공론화위는 원전 전문가 한명도 없는 비전문가로 구성되었고, 어떤 기준으로 위원이 선정됐는지도 모른다”며 “위원장은 이념적으로 편향된 분이 내정돼 맡고 있고,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에서 갑자기 (신고리 5·6호기 공사 일시중단 안건을)기습날치기를 하는 등 졸속의 연장으로 어떤 결과가 나와도 절차적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졸속 원전중단에 따른 손실은 공사비 관련 2조 6000억원을 포함해서 지자체 보상까지 10조원이 넘게 드는데, 고스란히 국민이 부담해야 한다”며 “원전부품의 80% 이상이 중소기업에서 제공하고 있어 10만개 일자리가 날아간다”고 질타했다.


아울러 “아랍에미레이트(UAE)에 (원전)수출을 이뤄냈는데, 그 금액이 54조원”이라며 “영국과도 수출을 논의하고 있는 마당에 정작 종주국인 대한민국에서는 중지 여부를 사흘 후에 결정하게 된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국가 에너지 백년대계는 법적 근거도 없는 공론화위에서 결정할 것이 아니라 국회에서 논의를 거쳐 결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지난 8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자유한국당 이채익 의원과 원자력살리기국민연대 관계자들이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 반대 및 탈원전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 해제, 탈원전 행동 철회, 한국형 원전의 세계진출에 필요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정부와 국회에 요구했다.

국민의당 “공사 중단 권고결정 시 원안법 개정해야”


국민의당에선 공론화위가 공사 중단 권고결정을 내린다고 하더라도 현 원자력안전법을 개정한 이후에나 이행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경진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서 “공론화위에서 공사 중단 권고결정을 내린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법률체계상 국회에서 원자력안전법을 개정한 이후에만 이에 대한 집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우선 원전을 바라보는 시각이 현재로서는 안전 조건을 준수하면 안전하다는 전제하에 원자력발전소 건설 및 운행이 허가되고 있다”면서 “하지만 앞으로 ‘원자력발전법이 일반적으로 위험할 수 있으니 정부가 아무런 구체적인 위험요인이 발견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재량으로 취소, 또 정지할 수 있다’는 원자력안전법의 법적 근거조항이 만들어지지 않는 한 공론화위에서의 공사 중단 권고결정은 아무런 이행방법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 “지금까지 기 투자된 국가의 손실보상 조항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이런 두 가지 법률 개정조치가 있은 후에만 공론화위의 공사 중단 권고 결정이 유의미하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그러나 정부는 여기에 대해서 아무런 얘기를 하지 않고 있고, 대통령 공약이라는 이유만으로 취임 후 일주일 만에 법적 근거가 없는 5·6호기 공사 중단 강행, 또 공론화 과정을 통해서 막대한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해있다”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입장표명에 의하더라도 ‘탈원전은 2079년까지 완성하겠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신고리 5·6호기는 이미 2조 원대의 돈이 투자된 상황”이라고 꼬집어 말했다.


그러면서 “정상적으로 건설되어서 수명이 끝날 때까지 가동한다 하더라도 2082년이면 수명이 끝나게 되는데, 단지 탈원전을 3년 앞당기기 위해서 2조 원, 아니 손실보상비용까지 포함한다면 5조 원대의 비용을 낭비한다고 하는 것이 말이나 되는 얘기냐”며 “정부의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결정을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처럼 공론화위에 대한 여야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면서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이든, 재개든 공론화위가 어떠한 권고안을 내놓더라도 정치권에 적잖은 후폭풍이 불어 닥칠 것으로 관측된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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