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박고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8일 CNN 방송을 통해 국내외 이슈 관련 견해를 밝힌 가운데 자신의 투옥 생활을 회상하며 “계란의 힘을 믿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의 미국 CNN 인터뷰는 지난 14일 '토크 아시아'(Talk Asia) 미방송분이다. 이번 방송분에는 ▲한반도 안보 현안 ▲탄핵 정국 당시 촛불시위 소회 ▲개인사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文대통령 투트랙 대북압박…“궁긍적으로는 통일로 나가기 위한 것”


이날 인터뷰에서는 북한 관련 안보 현안이 비중 있게 다뤄졌다.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은 ‘대화와 압박의 병행’ 기조를 유지하는 투트랙 전법의 필요성을 설명하며 한미동맹의 일치된 공조를 보여주었다. 또한 지난 14일 방송분에 이어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에 대해 “북 체제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북한의 욕심으로서는 지위를 인정받으면서 미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일지 모르겠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국제사회와 우리 대한민국은 결코 북핵을 용인할 수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투트랙 전법에 대해서는 “북한과 대화를 제의하면서도 북한의 도발에 강력히 대응하는 것은 결코 모순되는 일이 아니다”라면서 “한반도에 전쟁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는 것, 남북이 경제적으로 적극 협력하고 사람들이 자유롭게 오가는 경제공동체를 넘어 궁긍적으로는 통일로 나가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북핵은 대화를 통해 외교적이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해야 하지만, 대화를 위해서는 먼저 대화의 여건이 갖춰져야 한다"라며 "그 대화의 여건은 북 핵·미사일 도발, 추가적인 고도화를 중단하는 데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한국과 미국의 입장이 완전히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핵무장을 해야 한다 생각하진 않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북 핵‧미사일에 대응해 자체적으로 핵 개발‧전술핵 반입한다는 생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북 핵에 대해 우리도 핵으로 맞서겠다는 자세로 대응한다면 남북 간 평화가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한반도 비핵화 방침을 명확히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금 국제사회가 공조해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높이는 노력은 결코 군사적 충돌의 위기를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니지만 북한이 실제로 핵·미사일로 도발할 경우 한국과 미국은 조기에 무력화할 수 있는 확실한 연합 방위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은 사드문제로 불거진 한-중 갈등에 대해서는 “한국 입장에서는 사드 보복조치 해결 뿐 아니라 중국과의 관계를 복원해 더 발전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중국과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고, 한국은 이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관계 개선 의지를 밝혔다.


이어 "당장 중국이 당 대회를 앞두고 있어서 사드 문제에 대한 관심을 바꾸는 것이 어렵겠지만, 단기간에 해결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길게 내다보면서 중국과의 관계를 복원하겠다"고 설명했다.


계란의 힘 믿는 文대통령, 지도자의 고뇌 느껴져


이번 방송분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문 대통령의 개인사 인터뷰 부분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6.25 실향민 부모님에 대한 질문에 대해 “전쟁 통에 북한 공산체제가 싫어 자유를 찾아 남쪽으로 온 분들로 피난 중 미군의 도움도 받았다”면서 “평생을 고향으로 가고 싶다는 염원을 품고 사셨는데 그 꿈을 이루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그래서 우리는 남북관계를 반드시 발전시켜 경제적으로 함께 번영하는 가운데 나아가서는 경제 공동체를 넘어 통일이 될 수 있는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또 ‘독재반대 시위로 투옥됐을 당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상상해본적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진 않았지만 한국이 언젠가는 국민들의 자유와 인권이 보장되는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가 될 것이라는 점은 확신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당장 어렵더라도 역사의 발전을 믿는 낙관주의가 중요하다. 그 시절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했지만 나는 계란의 힘을 믿었고, 계란의 힘은 증명됐다"고 덧붙였다.


촛불집회에 대해서는 “작년 10월부터 촛불집회가 시작됐고 한겨울 내내 1700만명의 시민들이 추운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다. 5월에 새 대통령이 돼 겨우 4개월 정도 된 상황인데 한국은 완전히 다른 나라가 된 것 같다"면서 ”지금 하고 있는 정책 하나하나가 국민들을 치유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촛불시민들이 염원했던 것은 대한민국을 보수·진보로 나누는 것이 아닌 보수·진보를 뛰어넘어 대한민국이 상식적이고 정의로운 나라로 만들자는 생각”이라면서 “그 가운데 대한민국을 통합할 수 있는 길이 있고 국민 상처를 치유하는 길이 있다 생각”한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어떤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룩한 대통령, 남북평화를 구축한 대통령, 경제적으로 보다 평등하고 공정하고, 포용적인 경제를 이룩한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출처=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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