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발생한 STX조선해양 폭발사고와 관련, 해경의 수사결과 발표 이후 여론의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식 기자]지난달 20일 발생한 STX조선해양 ‘폭발사고’와 관련, 경찰 수사결과가 발표된 이후 여론은 더욱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방폭 효과없는 ‘글라스’ 교체…해경, “사측 알고 있었다”


이 사건을 수사한 해경이 최근 STX조선해양 측이 안전장치 미확보에 따른 폭발이라고 사고 원인을 추정한 가운데, 수사과정에서 하청업체 직원에 대한 근로계약서 위조 사실까지 밝혀지며 여론의 공분을 사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해경 수사본부는 폭발 사고 당시 건조 선박 잔유(RO) 보관 탱크에 설치된 방폭등 4개 모두 방폭 기능이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이 사고에 연루된 사망자를 포함한 하청업체 직원들의 근로계약서를 위조한 사실도 드러났다.


결국 STX조선해양 측이 직원들의 안전을 사실상 방치하고 원가 절감을 위한 경영에만 집중하다가 이 같은 사고를 자초했다는 거센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해경 수사 결과, 방폭등이 가연성 가스로부터 차단되기 위해선 방폭 기능을 담당한 글라스(전구를 감싸는 유리)와 이를 봉합·밀폐하는 오링·패킹이 정상적으로 설치돼야 함에도 사고 당시 RO 탱크 내 방폭등엔 해당 글라스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경 측은 STX조선해양이 글라스 교체 과정에서 원가 절감을 이유로 방폭 효과가 없는 것으로 설치했다고 밝혔다. 방폭 기능이 없는 글라스는 1만8000원 수준인 데 반해 방폭 성능이 있는 글라스는 2~3배 비싼 3만6000원∼5만4000원대로 알려졌다.


해경은 STX조선해양 측도 이런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고 확인했다.


게다가 STX조선해양은 작업 탱크 내 배기관·흡기관 관련, 자체 작업 매뉴얼도 지키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초 밀폐 공간인 탱크엔 배기관 4개와 흡기관 2개가 매뉴얼상 요구됐으나, 수사 결과 배기관 2개, 흡기관 1개만 설치된 사실이 드러났다. 결국 부실한 시설로 환·배기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가연성 가스 밀도가 높아졌다는 게 해경 측 설명이다.


희생자 포함 총 37명 하청직원 근로계약서 위조


아울러 해경 수사본부는 사문서 위조 혐의로 STX조선해양의 하청업체 경리직원과 조력자 등 2명을 입건했다. 이들은 이번 사고로 희생된 4명의 사망자를 포함해 STX조선해양 하청업체 직원 총 37명에 대한 근로계약서를 위조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폭발사고 발생 이후 고용노동부가 STX조선해양에 고용관련 자료를 요구해오자 업체 측에서 근로계약서를 위조해 제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청업체는 폭발이 발생한 RO 탱크 내 작업 근로자는 물론, 하청직원들의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은 상태였다.


해경은 STX조선해양 폭발사고와 관련, 지금까지 이 회사 관계자 6명 등 총 11명을 입건한 가운데, 사고 원인을 면밀히 밝혀줄 국과수의 감식 결과가 나오는 대로 STX조선해양 윗선 등 추가 입건을 결정할 방침이다.


한편, STX조선해양 창원조선소에선 지난달 20일 오전 11시35분께 조선소 4안벽에서 건조 중이던 7만4000t급 석유운반선의 RO 탱크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해, 당시 탱크 안에서 도장 작업 중이던 물량팀 근로자 4명이 숨졌다.


최근 이번 사고를 계기로 조선소를 중심으로 한 ‘위험의 외주화’ 논란이 크게 확대된 가운데, 현재 온라인 등에선 STX조선해양의 안일한 안전의식에 대한 여론의 질타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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