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 北 공격 계획 질문에 “두고보자” 강경 발언

[스페셜경제=박고은 기자] 청와대가 지난 3일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탑재 수소폭탄 실험 성공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레드라인’은 넘지 않았다”고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모습을 보여 국민들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한미 양국이 북한 핵실험에 대한 대응 모습도 엇갈리면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비판 받고 있다.


지난 3일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이후 기자들에게 “북한이 주장하는 내용은 정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태로 핵탄두 소형화, 경량화, 대기권 재진입 기술 등에 대한 여부가 필요”하다면서 “북한의 ICBM, IRBM이 원하는 부분에 떨어졌느냐, 재진입을 극복했느냐 여부에 대해 확인된 부분은 없다"고 레드라인 논란을 불식시키려 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레드라인이 무엇이냐’는 기자진 질문에 대해 "북한이 ICBM을 완성하고 핵탄두를 탑재해서 무기화하는 것을 레드라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어 레드라인 논란이 쉽게 종식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 엇갈린 대응


이러한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북한의 도발을 결코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히 말하면서도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 계획을 중단할 것임을 선언하고 대화의 길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 핵실험과 관련 국내 여론을 감안해 압박 수위를 높이는 제스처를 취하겠지만 대북 대화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는 현실적으로 경제적 압박과 외교적 고립 외에는 북한을 실질적으로 제재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의 핵실험 이후 미국의 반응은 달랐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북한이 미국에 대해 매우 적대적이고 위험한 언행을 계속 하고 있다”면서 “한국은 내가 말했듯이, 북한에 대한 유화적인 입장이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깨닫고 있다. 그들은 그저 하나만 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대화 무용론’ 발언은 북한의 핵실험을 계기로 북한 대응 방식이 달라질 것을 시사했다.


실제로 3일(현지시간) 트럼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공격할 계획이 있는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대해 “두고보자”라고 부정하는 발언을 하지 않아 공격 여부의 여지를 남겼다.


미국 내 북한 전쟁 관련 발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5일(현지시간) 북한의 핵 위협을 선제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예방전쟁'(preventive war)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예방전쟁'은 적이 군사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판단될 때 위협 요인을 제거하는 것으로 전면전을 막는 개념의 전쟁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미국 본토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북한과의 전쟁을 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미 공화당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지난달 1일(현지시간) NBC뉴스 시사프로그램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은 내용의 대화를 나눴다고 주장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정권이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보유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김정은을) 멈추기 위해 전쟁이 난다면 거기서 일어나는 것이다. 수천 명이 죽는다면 거기서 죽는 것"이라며 "여기(미국)서 죽는 게 아니다. 그(트럼프)가 내 얼굴에 대고 그렇게 말했다"고 했다.


이처럼 미국 내 북한과의 전쟁을 시사하는 발언 수가 많아지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 대화기조가 적합하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야3당 대북정책 전환해야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3당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의 4차 핵실험은 남북관계의 마지노선을 뜻하는 것으로 말해왔는데, 미국 국방부는 북한이 내년 말이면 핵탄두를 장착한 ICBM을 실전을 배치할 수 있을 것이라 분석했다”면서 “문 대통령이 국가의 운명을 건 결단을 내릴 시점이 됐고, 외교력과 군사력을 총동원해 단호한 의지와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핵 문제를 대화로 해결하겠다는 환상을 접어야 한다”며 “한미 동맹으로 인한 국제사회 공조 외에는 현실적인 답이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당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문재인 정부는 현실을 직시해 나약하고 무능한 유화론의 몽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비판했다.


안 대표는 “우리의 길은 국제사회와 함께 단호하게 대북제재와 압박을 주도하는 것”이라며 “레드라인의 기준을 대통령이 공개해 운신의 폭을 좁혀 북한이 레드라인에서 난동을 부리는 등 레드라인을 명시한 것은 패착”이라고 지적했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도 의원총회에서 “북한이 레드라인을 밟았으니 그 복안을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북한이 지난 3일 6차 핵실험 이후 조선중앙TV를 통해 대륙간 탄도미사일 장착용 수소폭탄 미사일 시험에 성공을 발표했다.


이날 조선중앙TV는 방송을 통해 “우리의 핵무기 설계 및 제작 기술이 핵탄의 위력을 타격 대상과 목적에 따라 임의로 조정할 수 있는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면서 타격 가능성에 대한 위협 발언을 하기도 했다.


[사진출처=뉴시스]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