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약속 ‘종잇장(?)’…가격인상 ‘꼼수’ 비난

▲ 유한킴벌리는 생리대 가격인상 계획을 철회하면서, 저가의 기존 제품을 지속적으로 생산해 시장에 공급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국 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페셜경제=최은경 기자]지난해 저소득층 여학생들이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 신발 깔창을 사용한다는 ‘깔창 생리대’ 사례가 보도된 이후 유한킴벌리가 주요 생리대의 가격 인상을 전하자,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깔창 생리대’ 사연은 저소득층 청소년들이 생리대값을 감당하지 못해 신발 깔창을 대신 사용한다는 내용으로 SNS를 통해 알려졌다.


이런 사연이 전해지면서 유한킴벌리는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쳐 결국 가격인상 계획을 철회하면서, 저가의 기존 제품을 지속적으로 생산해 시장에 공급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국 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 청소년들에게 생리대를 기부하는 것과 소비자의 신뢰를 받고 사용할 수 있는 생리대 제품을 공급하겠다던 유한킴벌리가 입장을 밝힌 지 얼마 되지 않아, 거짓으로 드러난 것이다.


유한킴벌리는 국내 생리대 시장 점유율 55%로 관련 업계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착한기업으로 알려진 유한킴벌리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다고 호언장담했지만, 말로 뱉은 부분에 대해서 책임은 뒤로 한 채 다시 한 번 소비자에게 실망을 안겨주며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대리점 갑질 의혹…목표 미달시 계약 갱신 안한다(?)


‘중저가’ 생리대 미취급(?)…일각, ‘낮은 마진율’ 요인


▲ <연합뉴스TV> 단독보도에 따르면 유한킴벌리 본사가 가격을 올린 신제품 출시 이후, 가격을 동결했던 기존 제품을 거의 생산하지 않은 사실이 내부 자료를 통해 확인됐다.

결국 들통 난 가격 꼼수, 소비자 우롱?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한킴벌리는 지난해 5월 ‘좋은느낌’ 등 생리대 가격을 그 다음 달부터 최고 20% 인상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비난 여론 등 후폭풍을 맞고 가격인상을 철회했다. 이후 기존 생리대 제품과 신제품을 동시에 시장에 공급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12일 <연합뉴스TV> 단독보도에 따르면 유한킴벌리 본사가 가격을 올린 신제품 출시 이후, 가격을 동결했던 기존 제품을 거의 생산하지 않은 사실이 내부 자료를 통해 확인됐다.


실제로 유한킴벌리 기존 저가 생리대 제품은 생산량이 적어 시장에서 활발하게 유통되고 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제품 생산을 적게 해 관련 재고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생산된 기존 제품은 10여 종 가운데, 한 제품뿐이었고, 200박스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신제품의 경우 1만6천 박스가 생산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유한킴벌리 본사 측이 비싼 신제품만 시장에 남기는 식으로 제품 가격을 올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한킴벌리 측은 애초 기존 제품 전부가 아닌 소비자들이 주로 찾는 두 종류만 생산할 계획이었다며, 기존 제품은 재고가 충분해 생산할 필요가 없고 수요에 맞춰 정상적으로 공급해왔다는 입장을 밝혔다.


판매목표 강제 '약정', 조사 소홀 다시 지적


이런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봐주기 조사 논란의 대상인 유한킴벌리가 대리점 측에 판매목표에 미달할 경우 일방적으로 재계약을 하지 않을 수 있는 약정을 맺은 사실도 확인됐다.


<CBS노컷뉴스>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유한킴벌리 본사는 2015년 계약갱신가이드라인 관련 약정서에 대리점을 평가해 재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수 있도록 명문화했다.


계약갱신 가이드라인의 핵심내용을 살펴보면 “평가결과 총 300점 기준에서 200점 미만에 해당하는 대리점은 경영 합리화 차원에서 해당 대리점과 2016년 계약 갱신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가이드라인을 시행하기 전인 2014년 말에는 유한킴벌리가 대리점주들을 한 호텔에 모아놓고 이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대리점주 가운데 일부는 판매목표 미달 시 강제로 대리점 포기각서를 작성하게 한 데 이어 이후에는 이를 명문화하는 등 본사 압박이 지속됐다는 증언을 내놓기도 했다.


앞서 유한킴벌리는 대리점주에게 판매실적을 올리지 못하는 등의 경우가 발생하면, 강압적으로 대리점 포기각서를 쓰게 했다는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대리점 포기각서에 대한 조사는 지난 2015년 마무리된 가운데, 결국 공정위가 유한킴벌리에 무혐의 처분을 내리며 논란은 일단락됐다.


이 사안에 대해 유한킴벌리 측은 “2015년 7월 1일 판매목표 및 판매목표 장려금이 폐지되면서 실행되지 않았고, 적용된 바도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미 2016년 2월 11일 무혐의 결론이 난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유한킴벌리는 공정위가 무혐의 처분을 내린 이후, 2015년 6월 모 방송사에서 이와 관련된 내용을 보도함에 따라 강제 판매목표를 없애고 판매장려금제로 전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유한킴벌리 대리점 포기각서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제대로 된 조사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이 다시 제기되면서, 공정위는 유한킴벌리에 대한 다각도의 조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유한킴벌리 중저가형 생리대 ‘좋은느낌 순수’를 동네 마트 진열대에서 찾아보기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점주들, “마진율 높은 것 추구 당연한 것”


한편, 유한킴벌리에서 생산되고 있는 중저가형 생리대는 지난해 11월 출신한 ‘좋은느낌 순수’ 제품과 지난 6월 출시한 ‘화이트클린’ 2종이다. ‘


좋은느낌순수’ 중형 18개입 제품은 일반 제품 대비 30% 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돼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제품이다.


하지만 최근 유한킴벌리 중저가형 생리대 ‘좋은느낌 순수’를 동네 마트 진열대에서 찾아보기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유한킴벌리의 중저가형 생리대 2종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대형마트나 온라인상에서만 구입이 가능하다. 문제는 동네 마트에서는 구입하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이는 기존 저가 생리대 제품을 생산량이 적어 시장에서 활발하게 유통되지 않고 있다는 문제점과 ‘낮은 마진율’로 인해 대리점주들이 거의 취급을 하지 않는 문제점이 동시에 제기된 것이다.


<월요신문>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중저가형 생리대를 구입하기 위해 동네마트를 찾앗지만, 중저가형 생리대는 없었고, 마트 진열대엔 업그레이된 생리대 제품만 가득했다.


이에 대해 대리점 한 관계자는 “매직쿠션의 경우 장려금을 포함해 마진율이 20% 정도 남는 데 비해, 중저가 생리대는 마진율이 거의 제로 수준이기 때문에, 대리점들이 잘나가는 제품 위주로 마트에 납품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마트를 운영하는 점주들 또한 중저가형 생리대 진열을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왕이면 마진율이 높은 제품을 진열하는 것이 매출에 유리하기 때문에, 중저가형 생리대를 덜 찾게 된다는 것이다.


한편 <본지>는 이와 관련 유한킴벌리의 공식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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