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상향식 공천 축소↓ 전략공천 확대↑

▲ 류석춘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이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당사 기자실에서 혁신위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선출직인 지역구 국회의원 및 지방의원, 지자체장 등에게 있어 공천(公薦)이란 최우선적인 필수조건이라 할 수 있다. 선거에서의 당선과 낙선 여부는 그 다음이고 먼저 정당의 공천을 받아야 선거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에게 있어 정당의 공천권은 생명줄과 같이 여겨진다.


이런 가운데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는 내년 지방선거 공천과 관련해 상향식 공천을 지양·배제하고 당 지도부가 밑으로 내리꽂는 하향식인 전략공천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혁신위의 이 같은 전략공천 확대 입장에 당내 일각에서는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내년 6·13 지방선거를 10개월여를 앞두고 터져 나온 제1야당의 고질병과 같은 공천 전쟁에 대해 들여다봤다.


김무성, 상향식 공천에 사활


‘전략공천 확대한다’는 혁신위


“저는 한국 정치의 고질병으로 지목되는 보스정치, 계보정치, 충성서약 정치를 일소하는 유일하고 근본적인 처방은 ‘국민공천제(상향식공천)’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의 70%도 국민공천체가 정치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정치 불신이 최고조에 달한 지금이 오히려 상향식 공천제를 도입할 수 있는 적기라고 생각하며, 국민공천제는 ‘정당 민주주의의 완결판’이 될 것입니다”


2015년 9월 2일 국회 본회의장. 당시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현 바른정당 고문)가 한 말이다.


시계를 좀 더 앞으로 돌려보자. 2014년 2월 25일 새누리당은 권력자의 전횡으로 지적됐던 전략공천을 배제하고 당원과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주기 위해 당헌·당규를 개정했다.


정치쇄신을 이루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당시 당헌당규까지 개정하면서 상향식 공천을 주도한 이는 김무성 의원이었다.


김 의원은 집권 여당의 당 대표가 되고서도 상향식 공천을 국민공천제로 고쳐 부를 정도로 당원과 국민이 직접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무진 애를 썼다.


그러나 지난해 4·13 총선을 앞두고 당시 권력자였던 박근혜 대통령과 박 대통령을 추종하던 진박들, 그리고 권력자의 낙하산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 등은 온갖 모욕적 언사와 굴욕적 발언 등을 쏟아내며 김무성 대표의 국민공천제를 흔드는데 주력했다.


권력자와 추종 세력의 융단폭격에도 국민공천제가 정당 민주주의 개혁의 완결판이라고 믿었던 김 대표는 “난 지금 사천(私薦)을 없애려고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며 홀로 고군분투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김 대표가 국민공천제를 사수키 위해 홀로 고군분투할 때는 가만히 지켜만 보던 유승민계 인사들 가운데 몇몇은 이한구에게 ‘피의 화요일’이라 불릴 만큼 처참하게 공천 학살을 당하자, 그 울분을 김 대표에게 쏟아내는 뻔뻔함이 연출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김 대표가 사활을 걸었던 국민공천제는 당시 살아 있는 권력의 횡포와 그 추종 세력들의 온갖 훼방, 비박계 인사들의 관망으로 온전히 실천되지 못했고, 이는 ‘총선 참패’로 이어졌다.


▲ 지난 2015년 9월 2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37회 국회(정기회) 제2차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류석춘 “상향식 공천…기득권 유지”


이와 같이 박 전 대통령과 진박들의 횡포 및 훼방으로 국민공천제가 온전히 실천되지 못해 총선에서 참패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음에도 ‘수구 꼴통’ 등 극우로 치닫고 있다는 지탄을 받고 있는 자유한국당 내에서는 최근 상향식 공천 탓에 총선에서 참패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당 혁신위원장인 류석춘 위원장은 지난 15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향식 공천을 해서 지난 총선에서 패했다”며 “상향식 공천이 지역사회 정치인들의 기득권 유지에 유리하다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 위원장은 이어 “상향식 공천이 기득권 재생산에 유리하다는 문제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며 “모든 경우에 상향식 공천을 적용하는 방식은 (내년 6·13지방)선거에서 배제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상향식 공천은 인지도가 높은 현역 의원들에게 유리한 기득권 지키기로 정치 신인들의 정치권 진출에 장애가 된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내년 지방선거에 전략공천을 확대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지난해 총선 당시 이한구 공관위원장이 상향식 공천의 취지를 훼손해 총선 패배로 이어졌다’는 지적에 류 위원장은 “이한구 위원장은 제가 이해하기론 개인적인 독단이 많았다”면서도 “(상향식 공천과 이한구의 독단) 두 가지 문제가 결합돼서 실패했다고 본다”며 상향식 공천과 이한구 전 공관위원장의 독단을 싸잡아 지적했다.


전략공천 확대가 사천으로 변질될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 당 지지율이 20%대 박스에 갇힌 상황”이라며 “공천이 자기 사람 심는 사천으로 이어지면 당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하고 지도부가 물러나야 하는데, 그렇게 못할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전략공천 확대에 반발


류 위원장의 이 같은 주장에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20대 총선이 상향식 공천 때문에 망했나, 아니면 세계적 웃음거리인 진박 마케팅 때문에, 일부 정치세력의 보복공천 때문에 망했나”라며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하고 고백해야 한다”고 쓴 소리를 했다.


장 의원은 이어 “정치를 아무리 모르는 삼척동자도 아는 사람을 왜 류석춘 혁신위만 모르는 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내년 지방선거에서 전략공천을 확대해 또 누구의 계파를 만들고 줄을 세우는 구태정치로 회귀하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공천만큼은 어떤 권력자도 장난칠 수 없게 해야 한다”며 “오직 국민과 당원만이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되 정치 신인과 사회적 소수자에게 어떤 배려를 할지, 법적·제도적으로 정교하게 연구하고 정비하는 것이 지금 혁신위가 해야 할 일”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다음 날이었던 16일에는 김무성 바른정당 고문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패배는 특정 권력자와 그 추종 세력들이 상향식공천 취지를 훼손하고 당원과 국민의 뜻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라고 반박했다.


김 고문은 이어 “상향식 공천은 공천권이 당원과 국민에게 있는 반면, 전략공천은 특정 권력자가 공천권을 휘두르며 자기 사람을 심는 사천(私薦)을 부추기고 정치를 후퇴시킨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당 민주주의는 특정 권력자가 아니라 당원과 국민에게 정당 권력이 있음을 의미한다”며 “정당 민주주의 없이 정치 발전은 없다”고 질타했다.


아울러 이날 한국당 당사에서 열린 당 대표 및 최고위원-3선 의원 연석회의에서도 상향식 공천 배제에 따른 전략공천 확대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김 고문이 바른정당을 창당하기 전 새누리당 내에서 친김무성계로 꼽혔던 강석호 의원은 “(당 혁신위가)상향식 공천을 배제하고 책임공천(전략공천)으로 인재를 영입한다는데, 20대 총선이 상향식 공천 때문에 실패 했는가”라고 반문하며 “(총선 참패가)친박 마케팅 때문이었는지, 정체 세력 보복 공천 탓이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공천권은 어느 권력자도 장난을 못 치도록 당원과 국민이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상향식 공천 유지를 주장했다.


김무성 대표 시절 당 대표 비서실장을 역임했던 김학용 의원도 “상향식 공천을 전략공천으로 되돌리는 것은 미래로 나가는 게 아니라 오히려 한국당을 과거로 회귀시키는 것”이라고 질책했다.


그러면서 “여기(연석회의 자리)에도 전략공천의 폐해를 겪었거나 마음앓이 하신 분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열린 당 대표 및 최고위원, 3선 국회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한 홍준표 대표가 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 대표, 권성동, 김학용, 강석호 의원.

당헌당규 개정 또는 우선 추천


공천권 틀어쥐려는 洪의 사천?


상향식과 하향식


류석춘 위원장의 지적대로 당원과 국민들이 공천권을 행사하는 상향식 공천은 지역구에서 인지도가 높은 현역 의원들에게 유리한 기득권 지키기 일 수 있다. 이에 따라 정치 신인들이 정치권에 진출하는데 장애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인지도가 높은 지역구 현역 의원에 대한 당원과 지역민들의 교체 열망이 있으면 이들의 손으로 직접 교체할 수 있다.


이는 인지도 높은 현역 의원이든, 정치 신인이든 당원과 국민들의 손으로 공천 여부를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공천권을 거머쥐기 위해선 현역과 신인 모두 지역 현안 및 애로사항 등을 청취하는 등 당원과 지역민들 위해 지역구 이곳저곳을 누비며 헌신할 수밖에 없다는 것.


이에 반해 전략공천은 상대당 후보에 대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새롭게 영입한 유력 인사를 지역구에 공천하기가 수월하다. 이 때문에 유능한 인재나 정치 신인들이 정계에 진출하는 관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당원과 지역민들의 의중 보다는 당 대표나 지도부 등 권력자의 뜻이 그대로 반영된, 낙하산처럼 내리꽂는 하향식 밀실공천이라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하향식 공천은 선거 때마다 예비 후보자들이 공천권자에게 돈을 주고 공천권을 손에 쥐는 이른바 ‘공천 헌금’이라는 폐해가 뒤 따르기 때문이다.


우선 추천 확대?…‘이한구 꼼수 오마주?’


내년 지방선거에서 상향식 공천을 배제하고 전략공천을 확대하려면 당헌·당규를 개정해야 한다.


한국당 당헌 제105조 1항 공직선거 후보자 추천을 살펴보면 ‘공직선거의 후보자 추천은 국민참여 선거인단대회 등 ‘상향식 추천방식’을 통한 추천을 원칙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아울러 당헌 제109조 1항 시·도지사 후보자 추천은 ‘시·도지사 후보자는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의 심사와 국민참여 선거인단대회 등 ‘상향식 추천방식’을 통해 선정하고, 최고위원회의의 의결로 확정되며 당 대표가 추천한다’고 명시돼 있다.


당규인 지방선거 공직후보자 추천 규정 제1장 3조에도 ‘지방선거 후보자의 추천은 공천신청 공고 및 접수, 중앙당 또는 시·도당 공천관리위원회(비례대표 공천위원회를 포함)의 심사, 국민참여 선거인단대회 등 ‘상향식 추천방식’을 통하여 선정하고 최고위원회의의 의결로 확정한다’며 상향식 공천을 규정하고 있다.


물론 당헌당규를 개정하지 않고 전략공천을 도입하는 방법도 있다. 지난해 총선에서 이한구 전 공관위원장과 같이 우선·단수 추천 지역을 확대하는 방안이다.


전략공천 확대를 위한 당헌당규를 개정하기 위해선 상임전국위원회 재적 위원 과반수 찬성이 있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지방 선거 물갈이 대상으로 지목될 공산이 큰 친박과 상향식 공천에 찬성하는 인사들의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혁신위가 이한구와 같이 우선·단수 추천 지역을 확대하는 꼼수를 부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자유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혁신위가 전략공천 도입을 위해 당내 반발에 부딪힐 당헌당규 개정보다는 우선·단수 추천 지역을 확대하는 식의 꼼수를 부린다면, 이는 결국 홍준표 대표가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을 틀어쥐겠다는 의도 아니냐”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이렇게 된다면 ‘내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 당 지도부가 물러나야 하기 때문에 사천을 못할 것’이라던 류석춘 위원장의 해명이 무색하게 결과적으로는 사천이 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 지난해 3월 24일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20대 총선 공관위 마지막 브리핑을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고질병…공천 갈등


선거를 앞둔 시점에는 여야를 막론하고 어느 정당이든 공천 갈등이 표출되기 마련이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공천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는 고질병을 안고 있다.


한나라당 시절인 지난 2008년 18대 총선을 앞두고는 친박계를 겨냥한 친이계의 공천 학살이 자행됐고, 새누리당 시절인 2012년 19대 총선에서는 반대로 친이계를 겨냥한 친박계의 공천 학살이 연출됐다.


지난해 20대 총선에서는 권력자와 추종 세력이 18대에서는 친이계에게, 19대에서는 친박계에게 공천 학살을 당한 김무성 대표의 상향식 공천을 무지막지하게 흔들어 대면서 그 어느 때보다 극심한 공천 전쟁이 벌어졌다.


공천과 관련해 이러한 역사를 써온 한국당은 내년 6·13 지방선거를 10개월여 앞둔 시점에 전략공천 확대에 군불을 지피면서 또 한 번의 공천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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