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명 승객 9m 공중에 3시간 고립…탑승객, 셀프 신고?

▲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롯데월드의 어드벤처 놀이기구 ‘플라이벤처’를 탄 탑승객 70여 명이 무려 3시간이나 공중에 매달린 사고가 발생했다.

[스페셜경제=최은경 기자]전국 곳곳에 퍼져 있는 놀이동산에는 연일 수많은 이용객들이 몰려들고 있지만, 사실상 놀이시설에 대한 안전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런 놀이기구 안전사고가 날 때마다 사측은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관련자들을 문책한다고 하지만 유사한 사고들은 매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미국 오하이오 주 콜럼버스에서 사상자를 낸 놀이기구 ‘파이어볼’ 사고로 인해 한국의 놀이기구 안전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는 가운데,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롯데월드의 어드벤처 놀이기구 ‘플라이벤처’를 탄 탑승객 70여 명이 무려 3시간이나 공중에 매달린 사고가 발생했다.


롯데월드는 사고 당시 보인 대응책이 안전 불감증을 떠올리게 할 만큼 미흡했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사건을 축소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불거지고 있다.


특히 롯데월드의 놀이기구 안전사고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음에도 ‘거꾸로 가는’ 롯데월드의 안전 소홀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 문제의 사고는 지난 5일 서울 잠실 소재 롯데월드 어드벤처 지하 3층에 설치된 놀이기구 가 가동 중 시스템 오류로 멈춰서면서 발생했다.

공포의 3시간, ‘충격’…고객안전 뒷전


문제의 사고는 지난 5일 서울 잠실 소재 롯데월드 어드벤처 지하 3층에 설치된 놀이기구 가 가동 중 시스템 오류로 멈춰서면서 발생했다.


길어진 정비 시간에도 70명의 탑승객들은 공중에 매달린 채 ‘기다리라’는 안내방송 외에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던 것으로 <JTBC>가 보도했다.


당시 기구 안에 있던 일부 탑승객이 사고 이후 1시간여가 흘렀음에도 롯데월드 측의 아무런 조치가 없자 직접 구조요청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탑승객 중에는 8,9세 아동도 9명이나 있었다. 결국 이들은 사고 뒤 3시간이 경과한 뒤에야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에게 구조돼 전원 놀이기구에서 내려올 수 있었다.


당시 롯데월드 측은 탑승객 중 한 명이 운행 중에 내려달라고 요청해 수동으로 기계를 멈추는 과정에서 오작동이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또한 늑장 대처 논란에 대해선 놀이기구 정비 직원이 현장에 도착해 매뉴얼대로 조치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돼 결국 신고 시점을 놓쳤다고 주장했다.


이후 롯데월드는 사고 보상 대책으로 '우선 탑승권'을 발부하겠다는 안내 방송을 해 비난을 받고 있다.


JTBC <뉴스룸> 보도에 따르면 롯데월드 측은 공중에 매달려 있는 탑승객들에게 “매직패스 우선 탑승권을 발부할 예정이니 안심하고 기다려 달라”는 내용을 담은 안내 방송을 했다. 방송 이후, 연간회원권을 발부하겠다며 보상안을 돌연 바꿔 제시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롯데월드 관계자는 아직 확실히 정해진 보상안은 없다며 탑승객들과 개별 조율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롯데월드 측은 사고 당시 119에 연락을 취하지 못한 것에 대해 매뉴얼대로 정비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연됐다는 급급한 해명만 늘어놨다. 취재해 롯데호텔 소속이라고 한다


롯데월드 관계자는 <스페셜경제>와의 통화에서 "사고를 숨길 의도는 전혀 없었다. 이번 원인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관련 기관들의 도움을 받아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히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보상논란에 대해 묻자 "당시 탑승했던 고객들에게 연락을 취하고 있으며 보상 관련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단계"라고 전했다.


한편 운행 중 기구가 멈춘 사고가 발생한지 열흘 만에 놀이기구 19대가 일제히 정지되는 사고가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15일 오전 10시 50분께 롯데월드 전체 51개 놀이기구 중 19개 놀이기구가 약 10분간 중지됐고, 중지된 놀이기구 중에는 롤러코스터, 바이킹 등 위험한 놀이기구도 다수 포함됐다.


조사결과 사고 발생 원인은 변압기에 떨어진 낙뢰로 밝혀졌고, 끊겼던 전기는 바로 복구돼 놀이기구는 10분 만에 운행을 재개했다.


이에 대해 롯데월드 측은 “벼락 때문에 순간 정전이어서 놀이기구가 멈췄다”며 “1분만에 복구가 이뤄졌고, 안전 테스트를 10여 분간 거친 후, 정상 운행했다”고 해명했다.


▲ 롯데월드 놀이기구 사고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잊을 만하면 또” 롯데월드 놀이기구 사고<왜>


롯데월드 놀이기구 사고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992년엔 롤러코스터 ‘후렌치 레볼루션’에 탑승했던 조선족 이모 씨가 열차에 치여 사망했던 사고가 일어났다.


2003년엔 놀이기구 ‘혜성특급’ 동체를 직접 견인하던 아르바이트생이 레일에 끼어 사망한 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2011년 9월에는 롯데월드 놀이기구 '혜성특급'이 정전 사태로 인해 10분 간 멈췄으며, 2012년 2월에는 롤러코스터 '후렌치 레볼루션'이 멈춰서는 사고도 일어난 바 있다.


또한 2016년 4월과 9월에는 롯데월드 대표 놀이기구인 자이로드롭이 60m 상공에서 1분여간 멈추는 사고가 났다.


뿐만 아니라 올 초에는 롯데월드가 운영하는 잠실 롯데월드 타워 전망대인 ‘서울 스카이’ 전용 엘리베이터 공사과정 중에도 사고가 잇따랐다.


한 업계 관계자는 “롯데월드는 놀이시설 운영 실태를 제대로 파악, 관리하고 또 지도해 나가야 한다”며 “보상도 중요하지만 진심어린 사과와 무엇보다 놀이기구 시설에 대한 안전 점검 강화를 위해 보다 구체적이고 전반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 더 이상 소비자들이 피해를 당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나갔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


사과문 발표, “위기상황 대비훈련 강화”


결국 이번 사고와 관련해 롯데월드 측은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해당 놀이기구의 운영을 무기한 중지하겠다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박동기 롯데월드 어드벤처 대표는 “이번 '플라이벤처' 사고로 인해 피해를 입은 고객과 롯데월드를 사랑해 주는 모든 고객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라며 “사고 원인에 대해 현재 전문가들과 함께 철저하게 파악 중”이라고 지난 9일 밝혔다.


또한 이번 사고의 늑장대응 논란에 대해서도 “긴급 수리 및 빠른 119 구조 요청이 실행돼야 했음을 잘 알고 있으며, 향후 위기상황 발생 시 이런 조치가 즉시 병행될 수 있도록 대비훈련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롯데월드는 놀이기구 안전 확보를 위한 상시 안전대책반 가동, 전체유기시설에 대한 외부기관이 참여하는 안전점검 전수조사, 피해고객에 대한 치료 등 후속조치, 사고 발생 시 신속하고 안전한 고객 하차 등 네 가지 대책을 내놓았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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