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증인 출석한 정유라(사진)가 폭탄 발언을 쏟아냈다.

[스페셜경제=김영식 기자]당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을 출석하지 않겠다던 정유라가 돌연 마음을 바꿔 폭탄 발언을 쏟아낸 데 대한 배경에 대중의 궁금증이 커져가고 있는 가운데, 그간 사실상 ‘모르쇠 전략’으로 일관해온 삼성 측에 불리한 증언이 정씨 입을 통해 쏟아져 나왔다.


살시도 등 ‘말 세탁’ 과정 “삼성이 몰랐을 리 없다”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김진동 부장판사)의 심리로 진행된 이 부회장의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씨는 ‘승마 교환’과 관련, “엄마(최순실)가 삼성 모르게 말 교체를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진술해 삼성 측과 반대된 입장을 명확히 했다.


또한 정씨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삼성 측 몰래 말 교환이 이뤄졌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아니다”라고 답했다.


정씨는 또 어머니인 최씨가 ‘삼성이 너만 지원해준다고 소문나면 시끄러워질 테니 살시도의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말을 듣고 삼성 측이 살시도를 제공해준 사실을 알았다고 진술했다.


또 최씨가 ‘삼성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하니 토 달지 말고 이름을 바꾸자’고 제안해 말의 이름을 살시도에서 살바토르로 바꿨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그동안 삼성 측은 ‘말 교체’가 최씨 측의 상의 없이 결정된 것이란 입장을 고수해왔다.


앞서 특검이 공개한 조서에 따르면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은 “최씨가 임의대로 코치인 안드레아스와 비나타V를 블라디미르로 바꿨다”면서 “‘누구 허락으로 말을 바꿨나. 말은 어떤 이유에서든 (교환이) 안 된다는 게 우리 방침이다. 당장 원상회복 해라'라고 최씨에게 말한 적 있다”고 진술한 바 있다.


결국 이날 정씨가 주장한 "삼성이 말을 바꾼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란 주장에 정면 배치된 진술인 셈이다.


정씨의 폭로는 이어졌다. 어머니인 최씨 진술마저 뒤집는 발언이었다.


살시도에 대한 소유권과 관련, 특검 측이 “최씨가 이 말에 대해 ‘내 것처럼 타면 된다’ ‘굳이 돈 주고 살 필요가 없다’는 말을 했느냐”고 질문했고 정씨는 “네”라고 답했다.


최순실, 정씨에 “내 것처럼 타면 된다” 말해


정씨가 자신의 좋지 않은 대회 성적으로 지원 주체인 삼성이 살시도를 다른 선수에게 줄까 염려돼 아예 사버리면 안 되냐고 최씨에게 물어본 데 대한 답변이었다는 것이다.


정씨는 또 어머니에게 왜 자신만 삼성의 지원을 받느냐고 물었는데, 이에 대해 최씨가 ‘그냥 조용히 있으라’, ‘왜 자꾸 물어보느냐’면서 화까지 냈다고 증언했다.


특히 정씨는 살시도와 비타나 등이 스타샤와 블라디미르 등으로 바뀐 이른바 '말 세탁' 과정을 삼성이 몰랐다는 주장은 거짓말이라고 강조했다.


‘말 세탁’ 전날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최씨와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황성수 전무 등 3명이 만났다는 사실을 독일 승마코치인 크리스티안 캄플라데에게 들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증거로 캄플라데 코치와의 통화 녹음파일을 제출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당시 정씨 증언에 이 부회장은 크게 당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던 이 부회장은 쓰고 있던 안경도 벗고 자리에 함께 한 자신의 변호인단과 오랜 동안 귓속말을 나눴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삼성 측 변호인단은 정씨 증언이 최씨로부터 전해들은 내용에 불과해 증거능력이 없으며 신빙성도 떨어진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편, 불출석사유서까지 제출하며 재판 참석을 거부했던 정씨가 돌연 입장을 바꾼 데 대한 의구심이 증폭한 가운데, 정씨는 “여러 사람이 만류했고 나오기 싫었던 게 사실이지만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적극적으로 이유를 설명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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