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책임론에…왜곡된 성 인식까지

▲ 지난 2012년 2월 12일 경기도 과천 문원동 청소년수련관에서 송 변호사의 팬클럽 '송살이(송호창과 함께 살아가는 이웃들)' 주최로 열린 팬미팅에서 오른쪽부터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소설가 공지영, 탁현민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가 송 변호사에 대해 말하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과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청와대의 엄호를 톡톡히 받고 있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고위공직자 5대 비리 원천 배제에 어긋나는 인사들이 줄줄이 장관 후보자로 지명됨은 물론 혼인신고 무효 판결로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하면서 ‘조국 책임론’이 불거지자 청와대는 ‘조국 구하기’에 나서는가 하면, 자신의 저서를 통해 여성을 비하하거나 잘못된 성 인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사퇴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탁 행정관에 대해 청와대는 굳게 입을 다물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인사 책임론과 여성 비하 논란이 일고 있음에도 청와대의 과잉보호를 받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조국 수석과 탁현민 행정관에 대해 살펴봤다.


조국 ‘호위무사’로 나선 청와대


아픈 손가락 탁현민‥여론 역풍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곧바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에 자신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던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임명했다.


조 수석이 ‘문재인 호위무사’라는 별칭을 얻은 데에는 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대표 시절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와 대립각을 세우는 등 당 안팎에서 부침을 겪을 때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통해 문 대통령을 옹호함과 동시에 반대급부세력에게는 거침없는 맹공을 퍼부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호위무사가 민정수석으로 임명되자, 문 대통령과 민주당을 지지하는 지지자들은 썩어빠진 검찰을 개혁할 적임자라며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아울러 돈 봉투 만찬 사건으로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좌천되자,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검사가 후임으로 임명됐다.


검찰 개혁과 적폐 청산 적임자로 ‘조국-윤석열’ 쌍두마차가 임명됨에 따라 여론은 들썩였고, 이어 법무부 장관에 안경환 서울대 법과대학 명예교수가 임명됐다. 문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안경환 후보자는 검찰 개혁과 적폐 청산을 이뤄낼 마지막 퍼즐로 인식됐다.


그러나 안경환 후보자는 20대 당시 상대방 여성 몰래 도장을 위조해 혼인 신고했던 전력이 드러나면서 결국 낙마했다.


안 전 후보자 낙마에 결정적 역할을 한 혼인신고 무효 판결문이 세상에 드러난데 대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검찰 개혁에 반대하는 세력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에 안 전 후보자의 혼인신고 무효 판결문을 최초로 밝힌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은 법원행정처에서 적법한 절차로 입수했다고 맞서고 있다.


혼인신고 무효 판결문 입수 경위를 놓고 민주당과 한국당이 정쟁을 벌이고는 있지만, 도덕적으로 큰 흠결이 있는 안 전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에 낙마한 것은 당연한 처사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대체적 시각이다.


불거지는 ‘조국 책임론’


이와 같이 안 전 후보자가 낙마하면서 조국 수석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고위공직자 5대 비리 원천 배제에 어긋나는 인사들이 줄줄이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는 것도 모자라, 상대방 여성 몰래 도장까지 위조해 혼인신고까지 했던 전력이 있는 인사를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했으니 책임론이 불거지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조 수석의 보직인 청와대 민정수석은 차관급에 속하며 민정수석실 내에는 민정, 공직기강, 법무, 민원의 세부 조직을 두고 있다.


민정수석은 여론이나 민심 등을 통해 국민의 뜻을 살피고 공직사회의 기강을 바로잡으며 법률문제를 보좌하기도 하지만, 고위공직자의 인사 검증 및 직무 관찰, 대통령 친인척 감찰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 막강한 권한을 가지게 된다.


특히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권한을 기반으로 검찰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물론이고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총괄하며 해당 기관들로부터 정보를 보고 받는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국회 운영위원회를 열고 인사 검증을 총괄하는 조 수석을 출석시켜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의 문제점을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처가 부동산 의혹 및 아들 꽃보직 의혹, 민정수석 재직시 검찰에 자기 사람을 심는 등 각종 논란을 일으키며 전 국민의 공분을 샀던 우병우 전 수석이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열린 청와대 국정감사에 기관증인으로 채택됐지만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나오지 않은 사례를 들며 조 수석의 국회 운영위 출석에 반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일 열린 국회 운영위는 민주당과 한국당 의원들 간의 막말과 고성으로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국민의당은 이에 대해 “작년 우병우 수석의 국회 출석을 두고 여야 간에 있었던 다툼이 입장만 바뀐 채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며 조 수석 출석을 놓고 회의장을 난장판으로 만든 민주당과 한국당을 싸잡아 비난했다.


▲ 지난달 29일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앞서 조국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내로남불 대명사?


다만,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조 수석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으며, 바른정당 또한 조 수석 책임론을 지적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조국 책임론이 확산되자 청와대는 ‘조국 구하기’에 나섰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2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특정 수석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말했다.


임 비서실장은 이어 “전 정부의 인사위원회를 준용해서 비서실장이 주재했기 때문에 이전의 검증에 문제가 있다면 그 책임은 비서실장에게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그걸 특정 수석에게 물을 순 없다고 생각한다”며 인사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조 수석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는 것을 의식해 청와대가 조국 구하기에 나선 것이다.


이와 관련해 보수정당의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예전에는 조 수석이 문 대통령의 호위무사였다면, 이제는 청와대가 조 수석의 호위무사가 된 것 같다”고 비꼬았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조대엽 노동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30일로 예정돼 있는데, 지난해 이철성 경찰청장 인사청문회에서 음주운전 논란이 빚어 졌을 당시 조 수석은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인사는 당초 청문회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조 수석이야 말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대명사”라며 조 수석의 이중 잣대를 비난함과 동시에 조대엽 후보자의 송곳 검증을 예고했다.


과거 쓴 책이 발목 잡아


이처럼 청와대는 조국 구하기에 나선데 이어 여성 비하와 잘못된 성 인식으로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에 대해선 입을 굳게 다물면서 엄호 아닌 엄호를 하고 있다.


과거 문 대통령의 히말라야 트래킹에 동행하는 등 최측근 인사로 알려진 탁 행정관은 2007년 자신이 썼던 ‘남자마음설명서’에 ‘대중교통 막차 시간을 맞추는 여자는 구질구질해 보인다’, ‘이왕 짧은 옷 안에 무언가 받쳐 입지 마라’, ‘파인 상의를 입고 허리를 숙일 때 한손으로 가슴을 가리는 여자는 그러지 않는 편이 좋다’, ‘허리를 숙였을 때 젖무덤이 보이는 여자가 끌린다’ 등 여성을 폄하하고 모욕하는 듯한 내용을 담았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탁 행정관은 지난달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2007년 제가 썼던 남자마음설명서의 글로 불편함을 느끼고 상처를 받으신 모든 분들께 죄송한 마음을 표한다”며 “10년 전 당시 저의 부적절한 사고와 언행에 대패 깊이 반성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성 폄하와 모욕, 잘못된 성 인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던 탁 행정관의 책은 이게 다가 아니었다.


탁 행정관을 포함해 4명이 성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담은 대담집 ‘말 할수록 자유로워지다’에서 탁 행정관은 ‘그룹 성관계와 스와핑을 상상해봤다’, ‘어렸을 때는 선생님과의 관계도 바랐다’, ‘임신한 선생님들도 섹시해 보였다’고 털어놨다.


이어 고등학교 1학년 때 중학교 3학년 여학생과의 첫 경험을 털어놓으면서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어서 어떤 짓을 해도 상관이 없었다. 단지 성관계 대상이었다’고 밝혔으며, 피임을 한 것도 상대 걱정이 아닌 자신을 위해서라고 했다.


▲ 지난 2013년 6월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국정원 게이트 및 검찰의 표적수사 항의 긴급 기자회견에 참석한 탁현민 성공회대 교수가 꽃다발을 들고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거취 여부에 입 다문 靑


이에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여성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탁 행정관의 왜곡된 성 인식과 여성 비하를 비판하면서 경질 및 자진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정부여당에 상당히 우호적인 정의당마저 “탁 행정관의 발언들은 차마 다른 곳에 옮기고 인용하는 것조차 민망하고 건강한 보통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그릇된 성 인식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탁 행정관은 문 대통령의 성공적인 개혁에 걸림돌이 될 뿐”이라며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심지어 민주당 백혜련 대변인도 지난 22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성덕입니다’에 출연해 “탁 행정관의 책 내용이 도를 지나친 것은 맞는 것 같다”며 “(당내)여성 의원들의 경우 어제 의견을 많이 나눴고, 청와대 측에 부적절한 행동이고 그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책)내용을 보니까 상당히 심각한 수준으로 볼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며 “그 부분에 대한 탁 행정관의 결단이 필요하지 않은가 한다”며 탁 행정관의 자진사퇴를 당부했다.


민주당 여성 대변인까지 탁 행정관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치면서 조만간 탁 행정관이 자진 사퇴하지 않겠냐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만, 청와대는 탁 행정관의 거취 여부에 대해 굳게 입을 다물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대선 때 돼지흥분제로 홍준표 후보를 성범죄자로 몰아세우더니, 청와대는 탁 행정관에 대해선 왜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냐”며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다면 청와대의 오산”이라며 “탁 행정관의 여성 비하 논란은 문 대통령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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