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 존재감 각인…정부여당과 긴장관계 가져가야

▲ 지난달 31일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중앙홀에서 본회의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안 표결을 반대하는 피켓시위하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보수정권 9년 동안 집권여당으로서 영욕의 세월을 보내고 제1야당인 된 자유한국당.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정부여당에 사사건건 태클을 걸거나 반대로 일관하면서 대여(對與) 강경 투쟁에 나서고 있다. 이는 제1야당으로서의 존재감 발휘와 보수층 입장 대변은 물론 아직 보수가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정부여당에 각인시켜야 할 필요성에 의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현실은 문재인 정부가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탓에, 한국당의 강경 대여 투쟁은 ‘반대를 위한 반대’, ‘묻지마식 발목잡기’, ‘왕따’라는 비난과 비아냥이 쏟아진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강한 제1야당을 자처하고 있으나, 비난과 비판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는 자유한국당에 대해 살펴봤다.


5대 원칙 어긋나는 인사…반대 명분


입으로만 협치? 양보의 미덕 보여야


이낙연 국무총리 인준동의안 국회 본회의 표결 불참.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반대.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반대.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 정례회동 불참.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국회 상임위원장 오찬 불참. 한미 정상회담 수행단 참여 부정적.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여당에 반대한 내용들이다. 이 밖에도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 처리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 등 여권 주변에서는 한국당을 향해 비판과 비난의 화살을 쏟아내고 있다.


한국당에 쏟아지는 비난과 비판은 한 가지로 요약된다. 문재인 정부 임기 초반 원활한 국정운영을 하는데 있어 한국당은 걸림돌 밖에 안 되기 때문에 사라져야할 적폐라는 것.


정치권 일각에서는 ‘NO MAN(쉽사리 동의하지 않는 사람)’으로 일관하고 있는 한국당을 두고 보수정권 9년 동안 현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공세에 시달려 왔던지라, 그에 대한 앙갚음을 하는 심정으로 ‘반대를 위한 반대’, ‘묻지마식 발목잡기’를 자행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당이 집권여당인 시절에는 민주당이 이명박·박근혜 정부 인사들을 ‘인사참사’로 규정하며 줄줄이 낙마시켰던 일이 즐비했고,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법안에 대해서는 자신들이 발의한 법안을 2~3개 이상 통과시켜주는 조건을 달아 발목을 잡아왔다.


보수정권 9년 내내 민주당의 공세에 시달려왔던 터에 정권 교체가 되면서 민주당은 방어를 해야 하는 입장으로, 한국당은 공격을 가하는 입장으로 공수전환이 됐다.


방어적 자세만을 취하다가 공격으로 전환된 한국당 입장에서는 복수의 심정이랄까, 지난 9년 동안 당했던 모욕을 고스란히 되돌려주는 앙갚음을 하고 싶을 것이다.


따라서 일각의 주장처럼 한국당의 일관적인 반대는 반대를 위한 반대, 묻지마식 발목잡기로 비춰질 소지가 다분하다.


제1야당의 생떼?…‘명분 있는 반대’


또 한편에서는 대여 강경 투쟁에 나서고 있는 한국당이 이렇다 할 전략도 없이 초등학생이 부모에게 생떼 쓰듯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한국당의 대여 투쟁에는 전략도 없고, 전투력도 없고, 대안도 없는 그냥 생떼라는 것이다.


다만, 한편에서의 지적처럼 전략도 없고, 전투력도 없고, 대안도 없는 생떼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명분은 있어 보인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병역면탈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위장전입 ▶논문표절 등 5대 원칙에 어긋나는 인사는 고위공직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지명한 국무총리와 장관 후보자들 대부분은 5대 원칙에 어긋나는 인물들이다.


여기에 음주운전 전력과 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비판을 받는 인사들도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문 대통령은 자신이 정한 5대 원칙에 어긋나거나 비난받을 만한 소지가 다분한 인사들을 지명하고도 이를 자신의 잘못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 역시 ‘인사청문회는 그냥 참고과정’이라며 문 대통령이 지명한 후보자들에 대한 논란은 애써 큰 흠결이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아울러 대선캠프에서 문 대통령을 도왔거나, 참여정부에서 몸담았던 인사들을 대거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보은 인사·코드 인사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쯤 되면 제1야당인 한국당이 대여 강경 투쟁에 나설 명분은 충분해 보인다.


이는 결국 보수정권 9년 동안 당했던 모욕을 고스란히 되돌려주고 싶은 앙갚음도 분명 있겠지만, 그게 다는 아니라는 얘기다.


▲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51회 국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 참석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시정연설 중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보수 궤멸? 아직 죽지 않았다!


한국당은 제1야당으로서 그에 걸 맞는 존재감을 드러내야 한다.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는 것도 올바르지 않지만, 정부여당에 제1야당의 존재를 확실하게 각인시키기 위해선 협조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107석을 가진 한국당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등 원내 야당 가운데 가장 많은 의석수를 보유하고 있다.


원내 야당 중 큰 형님 격인 한국당이 협치라는 명목으로 정부여당에 무조건적인 협조만 할 경우, 당장 정부여당 견제에 손 놓고 있다는 여론의 비판에 직면할 것은 뻔하다.


또한 바른정당을 포함한 보수진영은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을 거쳐,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에 이은 구속, 정권교체 등으로 궤멸 직전에 놓여 있다.


따라서 보수의 큰 형인 한국당은 무너진 보수의 재건과 보수 대통합, 지금 당장은 부끄럽고 비난받는 보수지만 언젠가는 다시 꽃 피울 보수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아직 보수가 죽지 않았다는 인식을 정부여당에 각인시켜야 하고, 이를 통해 지속적인 긴장관계를 가져가야 할 의무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비판을 받을지라도 강한 제1야당을 목 놓아 부르짖고 있는 것이다.


▲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한 정우택(가운데)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모두발언 하고 있다. 정우택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에서 '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 및 인사청문회 관련 발언은 국회차원에서 용인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고 여야협치는 물론 정상적 정치를 포기하는 데드라인을 넘고 있는 것 같다'며 걱정과 우려를 표하고 있다.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日紅)


물론 한국당이 시종일관 대여 강경 투쟁에 나서고 있는 탓에 협치가 연출되지 않고 있는 대목은 비판받아 마땅해 보인다.


그렇다고 문 대통령도 협치를 위해 애쓰고 있는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바른정당을 포함해 보수야당이 만족할 만할 대탕평 인사를 한 것도 아니고, 자신이 약속한 5대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린데 대한 사과를 한 것도 아니다.


왕좌에 올라 권력의 칼을 손에 쥔 문 대통령이 대승적 차원에서 야당의 요구를 들어주는 등 먼저 따듯한 손을 내밀어 바싹 독이 오른 제1야당의 차디찬 손을 꼭 잡아준다면, 한국당도 내키지는 않겠지만 마지못해 협조를 할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전부는 아닐지라도 야당의 요구 몇 가지를 들어준 마당에 한국당이 더 이상 반대만 부르짖기 어렵다는 것이다.


즉, 야당의 대승적 협조만 압박할 게 아니라 정부여당도 양보할 것은 양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조건 따라만 오라고 하면, 반대급부로 반발심리만 커지게 돼 문 대통령 임기 동안에는 협치라는 단어가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지금이야 지지율 고공행진으로 무엇을 해도 국민들에게 박수를 받고 있으나,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日紅-십 년 가는 권세 없고, 열흘 붉은 꽃 없다)’이라 했다.


역대 정권 가운데 임기 말에 박수를 받으며 퇴장한 대통령은 없다. 문 대통령이 역대 최초로 박수를 받으며 임기를 마치고 싶다면, 임기 초반 양보의 미덕을 보여 협치를 이끌어내야 하지 않을까.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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