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남기 농민에 대한 사인을 급작스레 변경한 서울대병원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식 기자]2년 전 경찰의 물대포 직사에 사망한 고(故) 백남기 농민 사망과 관련, 서울대병원 측이 설립 이후 최초로 사인(死因)을 변경한 데 대한 배경에 각종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시민사회에선 당시 현장에서 살수차 등을 운영한 경찰 측의 책임 문제를 강조하면서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그간 병원 차원 논의 지속…정권교체 연관성 “없다”


앞서 서울대병원은 지난 13일 백씨의 사망진단서를 ‘병사(病死)’에서 ‘외인사(外因死)’로, 사인은 심폐정지에서 급성신부전으로 수정한 데 이어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이는 백씨가 지난 2015년 11월14일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317일 간 사투를 벌이다 사망한 지 9개월여 만의 일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연수 서울대 진료부원장은 “오랜 기간 상심이 크셨을 유족 분들께 진심으로 깊은 위로의 말씀과 안타까운 마음을 전한다”면서 “이번 일에 관련된 분들을 비롯해 국민 여러분께도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서울대병원 측의 공식사과에도 ‘사인 변경’이 병원 설립 이후 최초란 점과 이 사안이 논의 중이란 사실조차 외부로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진행된 전격 발표란 점 등에서 각종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과거 서울대병원 측은 ‘사망진단서 수정’ 자체가 병원 권한이 아니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해 10월 당시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은 ‘병원은 사망진단서에 대한 수정 권한이 없다’란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지만 결국 백씨가 사망한지 9개월이나 흐른 현 시점에서 수정이 이뤄진 데 대한 의문점이 남는다.


서울대병원은 사망진단서 변경과 관련, 진단서를 작성한 신경외과 전공의가 병원의료윤리위원회의 수정권고를 받아들이면서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지난 1월 유족 측이 병원에 제기한 손해배상과 ‘외인사’로 규정한 백선하 신경외과 교수 등을 상대로 낸 사망진단서 변경 청구 소송 직후부터 논의를 이어왔다는 것이다.


다만 사망진단서 수정에도 최초 ‘병사 진단’ 자체는 완전히 부인하지 않은 가운데, 특히 일각에서 제기한 정권교체나 감사원 감사 등이 이에 영향을 미쳤단 내용의 의혹에 관해선 부인했다.


시민사회, “검찰은 물대포 직사한 경찰 즉각 기소해 처벌하라”


서울대병원은 사인 역시 직접사인을 '심폐정지'에서 '급성신부전'으로, 중간사인을 '급성신부전'에서 '패혈증'으로 바꾸고, 패혈증을 일으킨 원인은 기존 '급성경막하출혈'에서 '외상성 경막하출혈'로 각각 변경했다.


이는 결국 경찰 살수차에서 쏜 물대포에 대한 충격으로 사망했단 점을 병원 측이 인정한 셈이다. ‘외상성 경막하출혈’에 대한 여부를 병원 측에서 시인했기 때문이다.


앞서 서울대병원은 지난해 10월 백씨 사망 원인을 ‘합병증에 따른 병사’라고 발표했고, 당시 주치의인 백선하 교수는 환자 가족이 적극적 치료를 원치 않아 ‘병사’로 표기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석연치 않은 병원 측 해명에 당시 병원 내부를 포함한 의료계에선 경찰의 물대포가 사망의 근본적인 원인임을 이유로 ‘외인사’로 판단해야 한다는 비판이 강했다.


이에 백씨의 유족들은 지난해 3월 정부와 경찰을 상대로 총 2억4천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고, 올해 1월엔 서울대병원을 상대로도 9천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바 있다.


백씨의 사망진단서 변경은 당시 현장을 지휘한 경찰 측의 책임 역시 부각시킬 전망이다.


앞서 유족들은 2015년 11월 백씨 사망에 경찰 측의 책임을 물어 강신명 당시 경찰청장과 구은수 서울경창청장 외 5명을 살인미수(업무상 과실치상) 및 경찰관 직무집행법 위반 등으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하지만 검찰 수사는 지금까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시민사회단체 참여연대는 논평을 내고 “검찰은 고발 이후 570여 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소여부조차 결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국가인권위까지 나서 현장조사를 통해 ‘물대포 운용의 문제점이 드러난다’며 수사를 촉구했음에도 검찰이 수사를 진척시키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인이 명확해진 이상 검찰이 기소를 주저할 이유는 없다”며 “강신명 전 경찰청장 등 관련자 전원의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함은 물론,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국민을 죽음에 이르게 한 이철성 경찰청장 또한 책임을 피해갈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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