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제]저성장·저금리 위기에도 ‘제 식구 감싸기’…‘0% 금리’

▲ 상당수의 보험사가 임직원들에게 1~2% 저금리 대출을 적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페셜경제=김경진 기자]은행권의 임직원 ‘황제 대출’ ‘특혜 대출’이 사실로 드러난지 8개월만에 또 다시 금융권에 ‘제 식구 감싸기’ 행태가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이번에는 보험업계다. 고객의 신뢰를 바탕으로 사업을 영위해야 하는 보험사들의 특혜 대출이라 그 충격은 더욱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고객에게 돌려줘야 하는 책임준비금에서 임직원에게 특혜 대출 자금을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일고 있다.


신뢰 기반의 보험사…기업가치·계약자 이익 ‘뒷전’


금융당국 “고객과 다른 특혜대출 여부 점검할 것”


상당수의 보험사가 임직원들에게 1~2% 저금리 대출을 적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과 다른 금리를 적용하는 특혜 대출은 엄연히 불법이지만 현재까지 1000억이 넘는 금액이 ‘황제 대출’에 이용됐다.


<헤럴드경제>가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단독 입수한 ‘보험회사 임직원 소액대출’ 자료 및 단독보도에 따르면 지난 5월10일 기준, 국내 보험사들의 자사 임직원 대상 2% 이하 저금리 대출 규모는 약 1245억 98000만원에 달한다. 대출종류로는 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 지급보증대출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 금융당국은 지난 2015년 국정감사에서 ‘황제 대출’을 지적받은바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임직원 대출 조건을 일반 고객들과 동일하게 규정하는 보험업감독규정을 개정해 2016년 1월1일부터 시행했다. <사진제공=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고객에게 돌려줘야 할 돈으로 임직원 저금리 대출


현행법에 따르면 보험사가 자사 임직원 우대 금리 적용 대출은 금지돼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5년 국정감사에서 ‘황제 대출’을 지적받은바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임직원 대출 조건을 일반 고객들과 동일하게 규정하는 보험업감독규정을 개정해 2016년 1월1일부터 시행했다.


보험회사는 고객에게 받은 보험료 중 일부를 책임준비금으로 쌓아둔다. 책임준비금은 보험상품 만기, 사고 발생 시 등 보험회사가 고객에게 보험금을 주기 위한 금액을 말한다. 문제는 고객에게 언젠가 돌려줘야 할 금액이 임직원 대상 ‘황제 대출’에 이용되기 때문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지난 해 10월 씨티은행 등 은행 임직원에 대한 ‘제로 금리’ 특혜 대출이 논란이 된 바 있다. 민 의원은 금리 0%대 특혜 대출 지적에 대해 “씨티은행이 소명자료를 통해 임직원 2명이 2004년부터 금리 0%로 대출을 받았다고 답했다”면서 특혜 대출을 받은 직원들에 대한 철저한 규명을 촉구한 바 있다.


사업 분야는 다르지만 ‘고객을 위해, 고객의 이익을 최선으로 생각하겠다’ 등의 슬로건을 내걸은 은행과 보험사의 ‘황제대출’은 고객보다 자사 직원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야기한 부분이다. 또한 고객의 보험료를 운용해 수익을 내고 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사가 실제로 이익이 없거나 적은 임직원 대출은 ‘어불성설’ ‘눈먼 돈’ ‘제 식구 감싸기’ 등의 성토도 나오고 있다.


나아가 보험사는 고객에게 받은 보험료로 주식, 국내·외 채권, 부동산 등에 투자해 수익을 만들어 고객에게 돌려주는 회사다. 하지만 실익이 없는 임직원 대출로 인해 자산운용수익률이 감소하고 이는 고객에게 돌려주는 혜택이 덩달아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보험료 인상 가능성도 대두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스페셜경제>와의 통화에서 “현재 문재인 정부의 가계대출 감소 등을 골자로 한 ‘가계부채 3대 근본대책·7대 해법’으로 대출의 문턱이 높아진 상황이다”며 “‘황제대출’은 보험업감독규정 전에도 논란이 되는 부분 중 하나였지만 현재는 완벽한 불법이다. 또한 고객을 위한다는 광고와 고객의 돈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금융권에서 고객에게 이익을 극대화해주기는커녕 ‘제 식구 감싸기’에만 집중하는 모습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게다가 이번 보험사의 ‘황제 대출’은 하루빨리 금융당국의 진상 파악이 필요하다고 사료된다”며 “직원 한 명당 대출 규모와 상관없이 이 재원이 어디서 나왔는가가 중요하다. 만약 책임준비금을 재원으로 이용했다면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3000만원 이하 소액 대출, 금리는?…0~2%대 신규 대출


민병두 의원실에 따르면 DGB생명, 동부생명, 라이나생명, AIA생명, 처브라이프 등 일부보험사들은 2016년 1월1일 보험업감독규정 개정 이후에도 저금리 대출을 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별로 살펴보면 DGB생명은 지난 4월 임직원을 대상으로 연 2%대 금리의 신용대출 및 지급보증대출이 있었다. 비슷한 시기, 라이나생명은 1.5%대 금리의 지급보증대출, AIA생명은 2%대 금리의 지급보증대출, 처브라이프는 2.85%대의 대출이 있었다.


금액과 대출건수로 살펴보면 AIA생명은 28건(8억 3300만원), DGB생명은 27건(3억 500만원), 동부생명은 23건(4억 4800만원), 라이나생명은 총 18건이었다.


해당 보험사들의 건당 대출금액은 3000만원 이하로 ‘소액대출’로 분류되지만 다른 보험사들의 신용대출(5~6%대), 지급보증대출(4~6%)과 비교하면 저렴한 금리임에는 틀림없다. 또한 일반 고객들의 신용대출 적용 금리는 최소 4%에서 최대 14%이상 수준임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혜택이다. 심지어 고객의 보험을 보증삼아 하는 대출인 보험계약대출도 최소 3%대에서 최대 9%이상이다.


민 의원은 “보험회사들이 자사 임직원 대출에 있어 고객에 비해 과도한 혜택을 주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 감독기관의 면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자산운용수익률 저하·新IFRS17 도입’ 앞두고 실익 없는 임직원 대출


아울러 오는 2021년 새롭게 적용될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새로운 지급보증비율(RBC) 적용 등으로 보험사들은 자본확충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대형 보험사들은 어느 정도 준비를 끝낸 모양새지만 중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보험사들은 아직 갈 길이 멀다. 특히 자본확충을 위해 주주들의 배당까지 줄인 상황에 실익이 없고 불법적인 임직원 대출을 감행했다는 사실은 주주들의 분노까지 예상되는 항목이다.


특히 보험사들은 자산운용수익률 저조로 인해 고수익 대출상품 판매에 팔을 걷어 붙였다. 실제로 금융권에 따르면 보험사 가계대출증가액은 2016년 3분기 1조 9000억원에서 동년 4분기 4조 6000억원으로 2.4배 증가한 바 있다. 앞서 언급한 대출금리처럼 보험사들의 대출금리는 시중은행보다 월등히 높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빅3로 불리는 삼성·교보·한화생명을 포함해 대부분은 감독규정 개정 이후, 추가적인 임직원 특혜 대출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과거에 있던 대출이 남아있는 경우가 있지만 이 경우에도 만기가 도래하면 현행법에 맞춰 고객과 동일한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의 임직원 대출 현황을 점검해 계도할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관리감독 소홀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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