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홀인원’ 청구 급증…높아지는 ‘인수심사 강화’ 목소리

▲ 작년 7월부터 충청권 지역을 중심으로 ‘홀인원 보험금’ 청구 건수가 급증했다. 지난 29일 이를 수상히 여긴 금감원은 경찰청과 협업을 통해 골프 보험 보험사기자 34명을 1차로 적발했다. <사진제공=금융감독원, 경찰청>

[스페셜경제=김경진 기자]#설계사 A씨는 자신의 계약자 B, C, D, E씨와 함께 2015년 1월부터 2016년 3월 사이 전국 골프장을 돌아다녔다. 통상 4~5개월 간격으로 골프장을 돌아가면서 홀인원 보험금 500만원을 B씨는 2번, D씨는 1회 수령했다. 설계사 A씨 역시 총 3회의 홀인원 보험금으로 700만원을 얻어냈다. 특히 D씨는 이 외에도 2번의 홀인원을 성공하여 홀인원 보험금 1000만원을 받아냈다. 하지만 이들의 홀인원은 모두 홀인원 보험금을 노린 보험 사기였다.


작년 7월부터 충청권 지역을 중심으로 ‘홀인원 보험금’ 청구 건수가 급증했다. 하지만 홀인원(혹은 알바트로스)은 프로선수들도 달성하기 힘들어 ‘인생 홀인원’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통상 일반인이 매주 주말 1회 라운딩을 한다는 전제하에 의 홀인원 성공 확률은 1/12000. 이를 수상히 여긴 금융당국은 지난 4월부터 골프보험 계약에 대해 전체조사를 시행했다.


지난 29일 금융감독원은 보험사 및 충남지방경찰청(천안서북경찰서, 이하 경찰청)과 협업을 통해 골프 보험 보험사기자 34명을 1차로 적발했다. 또한 보험금 편취 사기 혐의자 140명(설계사 21명 포함)을 2차 적발하여 경찰청과 공조수사를 진행 중에 있다.


‘홀인원 보험 청구가 이렇게나 많이?’…금융당국-경찰청 협업 통한 기획조사 실시


먼저 금감원과 경찰청은 손해율이 높아지고 있는 홀인원 보험 전반에 대해 추가적인 보험사기 기획조사를 실시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홀인원 특약이 있는 골프보험의 손해율은 2012년 68%에서 2013년 147%, 2014년 135%, 2015년 135%로, 2013년을 기점으로 급증했다. 이에 금감원과 경찰청은 2012년 1월1일부터 2016년 12월31일까지의 홀인원 보험금 지급 내역 총 3만 1547건을 분석했다.


세부 적발 내용으로는 ▲보험설계사 개입 및 허위 영수증 제출 혐의자 적발 ▲과도하고 집중된 홀인원 보험금 청구 혐의자 적발로 분류됐다.


홀인원 보험은 보험계약자, 캐디 등과 공모하면 홀인원 증명서를 발급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했다. 이에 동일 보험설계사가 자신이 모집한 골프보험 계약자와 동반 라운딩을 통해 공모하거나 혹은 지급 보험금 한도액에 인위적으로 고액 카드 결제를 취소하는 등의 행태를 보였다.


아울러 금감원-경찰청은 라운딩 동반자끼리 돌아가면서 연간 4회 이상 홀인원 보험금을 수령한 사람이 41명, 연간 4회 이상 홀인원 보험금을 수령한 6명, 5개 이상의 홀인원 보험을 집중·중복 가입하여 1회 홀인원으로 1000만원 이상의 고액 보험금을 수령한 15명 등을 적발했다.


‘아는 사람이 더 한다’…보험 세부 사항까지 악용한 보험 사기


이번에 적발된 보험사기에 대해 <스페셜경제>는 보험업계 관계자에게 ‘이러한 보험사기 모습이 일반 계약자가 할 수 있는 레벨인가’라고 물어봤지만 돌아오는 답은 “세부내용을 아는 보험관계자 혹은 설계사가 100% 공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적발된 보험사기 모습을 살펴보면 보험설계사를 주축으로 계약자간의 동반 라운딩이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설계사 본인도 직접 보험금을 반복 수령했다.


또한 홀인원 관련 축하금 등의 소요비용의 증빙자료인 카드결제 영수증을 계약자가 취소해도 보험사가 이를 알지 못한다는 틈을 노렸다. 즉 결제된 카드 영수증을 보험사에 증빙 자료로 제출해야 하지만 이들은 ‘취소된’ 카드 영수증을 보험사에 제출해, 쓰지도 않은 돈을 청구한 것이다. 또한 이들은 자신들이 받을 수 있는 보험가입금액 한도 끝까지 맞춰 ‘취소된’ 카드 영수증을 제출했다.


일반적으로 홀인원 골프 특약은 최초 1회에 한해서만 보장하므로 홀인원 보험금 지급 후에는 그 효력이 소멸한다. 하지만 이번 보험사기 및 혐의자들은 홀인원 특약이 가입되어 있는 보험 전체를 해지한 후 재가입을 통해 반복적으로 홀인원 보험금을 편취했다.


또 알바트로스(해당 홀에서 기준 타수보다 3타수 적게 끝내는 것)를 성공한 경우 홀인원과 별도로 보험금을 추가 수령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하여, 1회 골프 보험 계약으로 ‘홀인원 보험금’과 ‘알바트로스 보험금’ 2번의 보험금 수령 후 재가입을 반복하기도 했다.


아울러 통상 홀인원 보험금은 보험의 주계약이 아닌 특약으로 가입 가능하며 이 특약이 월 1만원 정도로 중복 가입의 부담이 적은 점을 악용하기도 했다. 장기 보험상품 여러 건에 홀인원 특약을 중복 가입해 1회 홀인원으로 여러 건의 홀인원 보험금을 편취하기도 했다. 실제로 한 혐의자는 A보험사 500만원, B보험사 300만원, C보험사 300만원 등 8개 홀인원 보험 특약에 가입, 1회 홀인원으로 3600만원을 한 번에 수령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세부적인 사항은 일반 계약자가 알기 힘든 점이라고 지적했다. 한 대형 GA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중복가입 불가·실손비례보상이 원칙인 홀인원 특약을 여러 상품의 특약으로 가입한 점, 카드영수증만 증빙서류인 점을 악용한 점 등은 보험관계자 특히 상품에 대해 잘 파악하고 있는 설계사 등이 주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금감원은 “추후 홀인원 보험 신규 가입 시, 인수심사 강화 등 유사한 보험사기가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표명했다.


한편 보험사기 신고방법 및 요령은 다음과 같다.


▲ 보험사기 신고요령. <사진제공=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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