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親朴)기관장 “나 지금 떨고 있니”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지난 9일 제19대 대통령으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대선이 조기에 치러지면서 문 대통령은 인수위 없이 선서와 동시에 바로 직무에 들어갔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전 정부에서 공공기관장에 임명된 공공기관의 기관장들은 재신임을 받아야하는 처지로 내몰리게 됐다.


정권이 바뀌면서 의례적으로 주요 공공기관장들이 일괄사표를 제출했던 전례가 있고, 정권이 교체되면서 국정철학을 같이하는 기관장이 임명돼야 한다는 여론이 가세하면서 현직 기관장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문재인 정부의 공공기관장 인사를 미리 살펴봤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전 정권(박근혜 정부)에서 임명 받은 공공기관장의 대수술이 예고되고 있다.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 9년 동안 보수정권의 철학으로 운영된 332개 공공기관이 또 다른 변화를 모색해야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 여기에 사실상 실패로 돌아간 지난 정부의 어젠다인 ‘경영효율화’는 사라지고 일차리 창출 등 공공부문 강화가 현 정부의 새로운 어젠다로 부상하고 있다.


새(新)술은 새 부대에


정권이 바뀌면서 국정철학을 같이 하는 인물들이 새롭게 공공기관을 이끌어야 한다는 여론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여기에 지난 정권이 탄핵이라는 불명예 퇴진으로 사라졌고, 국민들의 민심(民心)도 등을 돌린 상황에서 공공기관의 수장들의 변화는 어느 정도 예고되고 있다.


보수정권에서 진보정권으로 교체된 상황에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물갈이론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17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정부 각 부처 산하 332개 공공기관 중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기관장은 218명으로 전체의 65.7% 인 것으로 나타났다. 3명중 2명은 임기가 한 해 이상 남은 것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임기가 1년에서 2년 이하로 남은 기관장은 81명, 2년 이상 남은 기관장은 91명, 중간에 특별한 교체가 없으면 임기가 보장되는 기관장은 46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직서 품고 떠는 기관장…“새 술은 새 부대에”(?)


친박 업은 수장 교체(?)…경영평가 ‘성적표’ 될 듯


임기가 1년이 채 남지 않은 기관장은 88명으로 나타났고 임기가 종료됐지만 아직 새로운 기관장을 선임하지 않아 직을 유지하는 경우가 18명이며, 현재 공석 상태가 8명이다.


지난 정권에서 보은과 낙하산 인사가 난무하면서 친박 인사들의 공공기관 수장으로 이동은 어느 정권보다 많았다.


친박(親朴)타이틀에서 '주홍글씨'로


현재 공공기관을 이끌고 있는 수장에는 전 정권에서 주요 고위직을 거친 인물이 다수 포진돼 있어 이들의 거취에도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청와대 수석과 비서관 등 고위 관직을 거친 인물들로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현정택 원장이 있다. 현 원장은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역임하고 지난해 6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수장을 맡았다.


재외동포재단의 주철기 이사장은 외교안보수석,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최성재 원장은 고용복지수석으로 박근혜 정권의 주요 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의 백기승 원장과 한국에너지공단 강남훈 이사장,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민무숙 원장은 각각 국정홍보비서관, 지식경제비서관, 여성가족비서관 등을 맡았다.


주요 공공기관의 수장 역시 친박 핵심 인사들이 휩쓸면서 이들의 대한 거취도 관심이다.


국내 최대 공기업 중 하나인 한국도로공사의 김학송 사장은 한나라당에서 16, 17, 18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18대 대선 당시 중앙선대위 유세본부장을 맡으면서 박근혜 정부 출범에 힘을 보탰다.


한국가스공사의 이승훈 사장 역시 대표적인 친박 인사로 분류된다. 취임 당시부터 낙하산 논란에 휩싸인 이 사장은 2015년 7월 가스공사에 사장에 취임했다. 하지만 지난해 당기순손실 6735억원을 기록했고 2015년 경영평가 D등급을 받으면서 연임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한국철도공사의 홍순만 사장 역시 친박 핵심 유정복 인천시장의 최측근으로 코레일 사장 취임 당시 내정설 논란을 일으켰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의 박보환 이사장과 한국전기안전공사 이상권 사장,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장정은 원장은 새누리당 국회의원 출신이다.


대한적십자사 김성주 원장은 18대 대선 당시 새누리당 중앙성대위 공동위원장을 지내는 등 대표적인 친박라인으로 분류되고 있다.


독립성 보장 반론도 제기


정계에서는 공공기관장들의 사직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로 옮기는 과정에서 주요공공기관장들이 일괄 사표를 제출했던 전례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정철학을 이유로 교체론이 대두되지만 기관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위해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법으로 정해진 임기를 무시하고 성과를 무시한 채 쫓겨 나듯이 공공기관장을 교체하는 것은 조직의 독립성과 업무 연속성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교체된 수장에 정권 수립에 공이 큰 인사가 자리할 경우 또다시 낙하산 보은 인사에 대한 논란도 제기될 수 있다.


경영평가 후 교통정리


일각에서는 내달 예정된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마친 후 자연스럽게 퇴진행렬이 이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해임 건의와 해임 대상이 사실상 정해질 것으로 보이며, 전년보다 경영평가가 미흡한 기관 역시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공공기관의 한 관계자는 “전 정권의 색채가 짙은 인사들을 끌고 간다는 것은 부담으로 작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현 정권과 국정 공유를 위해 많은 기관의 기관장이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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