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철강업계가 자동차·조선업계의 실적 부진으로 제품가격을 인상하지 못하면서 시름에 빠졌다.

[스페셜경제=김영식 기자]국내 철강업계가 자동차와 조선업종 등 후방산업 부진에 따라 제품 가격을 2년째 올리지 못하고 있어 울상이다. 특히 철광석 등 원자재 값은 지난 1년 새 3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강판, 후판 등 가격 인상 ‘제자리걸음’


12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현대제철 등 철강사들은 현대자동차·현대중공업 등을 상대로 올해 초부터 납품 가격을 두고 릴레이 협상을 이어오고 있지만 고착 상태에 빠졌다.


이들 철강업체는 주요 원자재인 철광석 등의 가격 급등으로 냉연·후판 등의 값을 최소 10%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철광석 가격은 글로벌 시장에서 지난해 초 톤당 30달러 선까지 떨어졌다가 현재 80~90달러 수준으로 크게 올랐다. 또 같은 기간 톤당 80달러 선을 유지했던 석탄 값 역시 최근 290달러를 기록하며 2배 넘게 뛰었다.


앞서 국내 철강사들은 지난 1년 새 자동차·조선 업체 납품 가격을 15%가량 인상함에 따라 올해 역시 10% 이상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단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자동차·조선업계는 업황 부진에 따른 ‘실적 악화’를 이유로 철강제품 가격 인상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자동차업계의 경우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차의 연결기준 영업이익률은 각각 5.5%와 4.7%를 기록한 가운데, 지난 2011년 각각 10.3%, 8.1% 수준을 보인 현대차와 기아차의 영업이익률은 5년째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 납품 자동차강판 가격 역시 2년 연속 동결됐다.


철강업계, 릴레이 협상에도 고착 상태 “더욱 깊어진 시름”


조선업계 사정 역시 마찬가지로 선박과 해양플랜트의 원자재인 후판에 대한 가격 인상도 2년째 제자리걸음 중이다.


당초 철강업계는 올 3월부터 가격 인상을 단행할 방침이었으나 조선업계와의 협상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는 국내 조선소들이 불황이 장기화된 데 따른 여파로 후판 수요를 줄인 탓이다. 철강사 입장에선 후판 수요처가 장기간 거래한 대형 고객사라 이들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경우 올해 1월부터 원자재에 대한 인상분을 반영한 채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조선업황 회복 시점은 여전히 미지수다.


실제 최근 증권사들은 ‘조선 빅2’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합산 매출액에 대해 지난해 약 49조7000억 원에서 올해 42조8000억 원, 내년 41조5000억 원을 기록하며 단계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관측한 바 있다.


한편, 자동차·조선업계의 실적 부진에 따라 일종의 ‘고통 분담’ 차원에서 가격 인상을 단행하지 못한 상태에 놓이게 된 철강업계의 시름은 나날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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