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 달지 마라?…‘맞서는 자 곧 네거티브’

[스페셜경제=김은배 기자]19대 대통령 선거가 5월9일로 확정되며 조기 대선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이에 각 당은 대선후보를 내기 위한 당내 경선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문재인 전 대표의 1위 수성전이 치열하다. 문 전 대표에 대한 대선후보검증이 본격화 된 것.


다만 문 전 대표는 겸허히 검증대에 오르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 아니라 전면 거부함으로써 정치권 전반의 성토대상이 되고 있다. 자신에게 제기 된 검증의 잣대를 모두 특정후보에 대한 비방과 깎아내리기를 뜻하는 ‘네거티브 전략’으로 규정하며 “하지 말라”고 거세게 반박한 것이다. 이에 정치권 전반은 물론 당내 후보군인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 등이 문 전 대표의 태도에 문제를 지적하고 나서 이들 간의 원격 설전이 벌어졌다.


특히 문 전 대표는 친노(親노무현)형제라는 점에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온 안 지사와 본격적인 공세를 주고받아 이들 사이에 균열이 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문 전 대표의 검증거부 논란에 대해 심층분석 해봤다.


패권아이콘 文, 경선도 패황級 토론회 검증거부 논란


대선주자 한 목소리 文규탄…안희정-이재명 일제사격


사건의 시작은 지난 19일 KBS 더불어민주당 경선후보자 합동토론회에서 불거졌다. 문재인 전 대표는 ‘내 인생의 한 장면’을 꼽는 코너에서 ‘특전사 공수부대 군복무 시절 사진’을 보이며 “전두환 여단장으로부터 표창을 받기도 했다”며 자랑스럽게 말했다가 진보진영으로부터 거센 항의세례를 받은 것.


문 전 대표의 본래 의도는 평소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자신의 안보관에 이상이 없음을 강조하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를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진보명분의 근원지라 할 수 있는 호남권의 대표적 사건, 5‧18 민주화 운동의 정신을 훼손시켰다는 평가를 들으며 정체성에 대한 검증시도가 이어지게 됐다.


이에 진보진영에선 “과도한 안보 콤플렉스에 걸린 건 아닌지 의심된다”, “자랑하시는 듯 말해서 사실 좀 놀랐다. 광주와 호남민들의 억울함과 한을 진심으로 이해하는 것이냐” “태극기집회에서나 나올 법한 망언” “말로만 호남사랑이 얼마나 허망한 말장난이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슬픈 단면” “전두환이라는 존재가 가지고 있는 상징적 의미, 또 우리 광주전남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엄청난 트라우마를 생각하면 발언에 신중했어야” 같은 이에 대한 성토물결이 거대하게 일었다.


이러한 발언 속엔 특히 경쟁자인 안희정 충남지사 측의 지적이 주를 이뤘다. 그러자 문 전 대표 측도 즉각 응수에 나섰다. 문 전 대표가 진보진영 전반의 공세를 당하자 문 전 대표 지지자들이 즉각적으로 문자테러에 나선 것. 이에 문 전 대표 측과 안 지사 측의 공방이 과열됐다.


文, ‘화해 제안’인가 ‘싸우자’인가?


이에 대한 위기의식을 느꼈는지 문 전 대표는 21일 밤 MBC ‘100분 토론’에서 “네거티브만큼은 하지 말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오히려 네거티브의 시작이 누구인가, 네거티브의 정의가 무엇인가 등의 논란으로 번지며 불씨를 오히려 더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


안 지사는 “네거티브를 하지 말자는 데 동의한다”면서도 “문 전 대표를 돕는 사람도 네거티브를 한다”고 문 전 대표 측의 ‘문자테러’를 꼬집었다.


문 전 대표도 물러서지 않았다. “네거티브를 속삭이는 분들이 있다면, 멀리하거나 자중하도록 해야 한다”고 박수현 대변인, 박영선 의원 등 자신의 전두환 표창논란을 지적한 안 지사 측 인사들의 태도를 지적했다.


안 지사는 문 전 대표 측도 “아주 아프게 때린다”고 표현하며 “비판의 내용이 상대의 인격을 공격하기 때문”이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이에 문 전 대표는 본인 측의 공격은 “네거티브와 다른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안 지사의 대연정에 비판과 반대의견을 얘기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 이어 “그것은 당연히 토론할 것이고 비판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문 전 대표의 이 같은 ‘상호 네거티브 자제 발언’은 사태를 진화시키기는커녕 책임 소재에 대한 공방만 키웠으며, 문 전 대표의 ‘네거태브’ 규정 자체가 편파적인 것이 아니냐는 정치권 일각의 비판까지 나오게 하는 등 혹 떼려다 혹 붙인 격이 됐다.


이와 관련 진보진영의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문 전 대표의 반응은) 그저 자신을 공격하지 말라고 엄포를 놓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자신이 타 후보를 지적하는 것은 네거티브가 아니고, 상대방이 자신을 검증하려 드는 것은 네거티브라고 주장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친문)패권주의란 이런 것이구나’를 새삼스레 느끼게 된다”고 개탄했다.


文-安 대규모 접전 이어 소규모 국지전까지


문 전 대표와 안 지사간의 네거티브 논란 접전은 장외에서도 치러졌다. 21일 저녁쯤 문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네거티브는 상대를 더럽히기 전에 자기를 더럽힌다. 어떤 네거티브에도 제가 더 타격받을 일은 없고 오히려 동지들이 신선한 정치 이미지에 오점이 남지 않기를 바란다”며 사실상 자신에 대한 검증 공격을 모두 비방만을 목적으로 하는 ‘네거티브 전략’으로 규정, ‘하지 말라’고 으름장을 놨다.


이에 안 지사는 다음날 새벽쯤 페이스북에 “문 후보는 끊임없이 내 발언을 왜곡하거나 왜곡된 비난에 편승해 교묘히 공격했다”고 반격했다.


그는 “자신들이 비난당하는 것은 모두가 다 ‘마타도어(중상모략)’이며 부당한 ‘네거티브’라고 상대를 역공한다”며 “타인을 얼마나 질겁하게 만들고 정떨어지게 하는지 아느냐”고 거침없이 포화를 뿜었다.


민주당 ‘경선투표 사전결과’ 유출…‘1위 文’ 홍보전략?


한 핏줄 친노반목(親盧反目)…‘文-安’ 밤낮 없는 혈투


민주당 대선경선 문건유출…원격설전에 기름


이렇듯 1위 문재인 대표가 자신에 대한 검증칼날을 거부하며 친노형제 안 지사와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민주당 대선경선 사전투표 내용이 유출되며 걷잡을 수 없는 화마(火魔)에 휘말리게 됐다.


민주당의 대선후보경선 현장투표 결과 일부는 22일 투표종료 30여분 만에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등으로 유출 됐다. 민주당 지도부에 따르면 이날 투표 결과는 오는 27일 호남지역부터 진행되는 권역별 순회 경선 일정을 고려해 순차적으로 발표할 예정이었으며 그 전까지 투표결과는 밀봉돼야 했다.


이러한 문건 유출의 가장 큰 문제는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한다는 것이다. 특히 해당 내용은 ‘문 전 대표가 다른 후보들을 압도하고 있다’는 것으로써 문 전 대표가 자신의 대세론을 퍼뜨리기 위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낳아 다른 후보들인 안 지사와 이 시장 측의 반발을 샀다.


특히 문 전 대표와 안 지사 측간엔 원격 설전이 벌어졌다. 문 전 대표 측 총괄본부장 송영길 의원과 안 지사 측 의원멘토단장 박영선 의원이 23일 같은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서로를 향해 총구를 겨눈 것.


송 의원은 “유출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캠프별 참관인이 250개 투표소에 약 1000명가량이 배치 돼 개표 결과를 같이 검증했기 때문에 불가피한 일이었다는 것이다.


이에 박 의원은 “문 전 대표 캠프에서 책임 있는 직책을 맡는 분들이 ‘찌라시’, ‘가짜뉴스’라고 규정했는가 하면, ‘(경선 정보가) 유출된 것이고 어쩔 수 없었다’라고 이야기 한다”며 “그런데 이것이 가짜뉴스라는 걸 어떻게 알았느냐. 찌라시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느냐”고 힐난했다. ‘의도적 유출일지 아닐지 모르기 때문에 당에게 공식적 입장표명을 요구한 것’인데 어떻게 문 전 대표가 이걸 ‘가짜뉴스’인 걸 아느냐고 저의가 의심된다는 취지로 따져 물은 것이다.


문건유출 공정성 논란


당 선관위는 투표결과 유출 경위와 관련 “중앙선거관리위원회나 당 선관위에서 확인할 수 없는 내용”이라며 “전혀 신뢰할 수 없는 근거자료”라고 잘라 말했다.


이에 또 다른 경선후보 이 시장은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성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투표 문건 유출은) 당이 신중하지 못하고 (문 전 대표에게) 편향적이지 않느냐 의심케 하는 사건으로 엄중한 진상조사와 관련자에 대한 상당한 책임을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시장 캠프 정성호 총괄선대본부장도 “당 선관위에서는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이지만”이라면서도 당일 현장 투표 종료 시점부터 민주당 지역위원장 단체카톡방에 올라온 선거 결과물 등을 거론하며 “결과가 외부에 유포된 것과 일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文 불가피한 결과…“축제 망치지 말자”


문 전 대표는 23일 기자회견에서 이에 대해 “사실여부를 잘 알 수가 없다. 그것이 맞는 수치인지 여부도 알 수 없다”며 “그러나 200만이 넘는 국민 선거인단이 참여해서 민주당 경선이 축제의 장으로 돼 있는데 축제의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해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또 다시 ‘의혹을 제기하지 말라’고 재차 타 후보들을 압박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문 전 대표의 태도는 언제나 ‘검증 거부’”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려 하지 않고 ‘하지 말라’고 일축하기만 하는 것은 일시적으로 논란을 잠재우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장기적으로 보면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제왕적 대통령의 면모가 벌써부터 보이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실제로 문 전 대표는 오랜 기간 정치권으로부터 ‘친문패권주의’라는 비난을 들어오고 있다. 이는 국정농단 사태로 현직 대통령 파면국면까지 이끈 ‘친박패권주의’에 비견되는 것으로서 제왕적 대통령제를 깨기 위한 수단이라는 명분아래 ‘개헌’연대를 집결시키는 요소가 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시점에서 문 전 대표의 검증 거부 태도는 그야말로 자충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 과연 국민들은 민주당 경선에 어떤 선택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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