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말 2아웃…역전 만루 홈런 가능할까?

▲ 지난 2010년 7월 14일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제11차 전당대회에서 홍준표 후보와 김무성 원내대표가 대화나누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박근혜-최순실의 국정 농단으로 정권교체와 적폐 청산을 자신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이 정점을 향해 달려갈수록 지지율 1~2위 후보 간의 공방전이 불을 뿜고 있다. 지지율 1위를 질주하고 있는 문재인 후보와 그의 측근들이 지지율 2위인 안희정 후보의 대연정 제시를 폄하하거나 그 의도를 왜곡하는 공세를 펴자, 안 후보는 문 후보를 직접 겨냥해 ‘정 떨어지게 만든다’는 등 직격탄을 제대로 날리면서, 정치권 일각에서는 두 사람이 루비콘강을 건넌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반해 궤멸 위기에 처한 보수진영에서는 바른정당 김무성 고문과 자유한국당 대선 경선 후보인 홍준표 후보가 회동을 가진 것으로 전해지면서 후보 단일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보수진영에서 대역전을 노리기 위한 카드로 만지작거리고 있는 보수 후보 단일화에 대해 살펴봤다.


홍준표 “걸림돌 제거되면 단일화”


후보 단일화 이후 ‘김무성 역할론’


오는 5월 9일이면 치러지는 봄 대선에서 보수진영은 과연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을까.


이명박·박근혜 보수 정권 10년 세월에 대한 피로감도 모자라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이 더해지면서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 안팎에서는 올해 대선은 진보진영으로의 정권교체를 당연시하게 여기고 있다.


보수진영에서는 정권교체를 저지하지는 못 한다 하더라도 치열한 접전 끝에 아쉽게 패배하는 존재감이라도 발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래야 내년에 치러지는 지방선거나, 2020년 총선 등 그나마 훗날을 기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발표되고 있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박빙의 승부를 통한 존재감 발휘는 물 건너 간 듯 보인다.


이 때문에 대선판이 이 대로 진행된다면 존재감을 드러내기는커녕, 당분간 회복하기조차 어려운 패배감이 짙게 드리워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보수진영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김무성-홍준표, 전격 회동 <왜>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보수 일각에서는 후보 단일화를 시도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바른정당 김무성 고문과 자유한국당 대선 경선 후보인 홍준표 후보가 지난 14일 전격 회동을 갖고 보수진영 후보 단일화에 대해 논의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홍 후보는 지난 22일 부산 동구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무성 전 대표와 둘이 만나 식사를 했다”면서 “대선 전에 결국 당을 합치기는 시간상으로 어렵지 않을까 해서, 후보는 단일화하는 게 옳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대선 후에 집권을 해서 당을 통합하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홍 후보는 이어 “김 전 대표가 (새누리)당을 나갈 때 안타깝게 생각을 했고, 오죽 힘들었으면 나갔을까 그런 생각도 했다”며 “결국 (한국당과 바른정당이)이혼을 한 것은 아니고 그냥 별거하고 있는데, 그래서 걸림돌만 정리되면 합할 수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홍 후보의 이 같은 언급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선(先) 보수 후보 단일화-후(後) 합당’으로 해석하고 있다.


홍 후보 자신이 한국당 대선후보가 되고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확정되면 일단 후보 단일화를 이룬 뒤, 집권하게 되면 합당을 추진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바른정당 대선 경선 후보인 유승민 후보의 경우 예전부터 보수 후보 단일화를 주장해 왔고, 남경필 후보는 홍 후보가 언급했던 걸림돌, 즉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강성 친박들의 출당조치 등이 이뤄지는 조건이라면 단일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단일화 성사 여부…‘洪에게 달려’


남 후보가 조건부 단일화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만큼 단일화의 성사 여부는 전적으로 홍 후보에게 달렸다.


만약 홍 후보가 한국당 대선후보로 선출된다면, 한국당은 이 시점부터 본격적인 대선체제로 전환됨과 동시에 홍 후보를 중심으로 움직이게 된다.


즉,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정우택 원내대표 체제에서 당 대선후보인 홍준표 체제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홍 후보가 대구·경북 등 박 전 대통령 지지층을 감안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출당조치까지는 어렵더라도 당원권 정지 처분 정도는 강력하게 밀어붙일 수 있다.


어차피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등 13가지 혐의를 받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은 구속이나 불구속 기소를 피하기 어렵기 때문에 한국당 당헌·당규에 따라 당원권 정지는 예정된 수순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강성 친박들을 대상으로 당원권 정지 등의 강력한 징계 또는 출당조치까지 강행하면, 바른정당 대선후보와 단일화를 이룰 명분이 생기게 된다.


▲ 지난 22일 자유한국당 대선예비후보인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부산 동구 초량동에 위치한 평화의 소녀상을 찾아 헌화하고 있다.

무대의 등판…보수 대결집·중도층 공략 막중 임무


이 같은 명분을 바탕으로 보수 후보 단일화가 성사된다면, 이후부터는 김무성 고문이 나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유승민 후보 또는 남경필 후보가 단일후보가 되면 김 고문이 선거대책위원장으로 나설 것으로 유력시되고 있고, 홍 후보가 단일후보가 된다고 해도 김 고문이 YS(김영삼 전 대통령) 때부터 대선을 치러왔던 점을 감안하면, 누구보다 대선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에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후보 단일화 직후 김 고문이 전면에 나선다면 단일 후보와 국민의당과의 연대를 추진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시각이다.


다만, 제7공화국을 주장하고 있는 국민의당 손학규 후보가 대선후보가 되면 연대가 쉽사리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나, 안철수 후보의 경우 연대에 상당히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성사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또한 연대의 명분인 개헌 역시 대선 전 개헌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보수 단일후보와 국민의당과의 연대는 어려워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올해 대선은 민주당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 등 진보성향 후보 2명, 중도 진보인 국민의당 후보 1명, 보수 단일후보 1명 등 4자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진보 측 표심 대부분은 민주당 후보에게로 향하고 일부 진보 표심과 일부 중도 표심은 국민의당 후보, 보수 표심은 보수 단일후보에게로 향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이렇게 되면 진보 측 표심이 갈리게 된다.


따라서 김 고문은 대선 향배를 가를 핵심 변수인 중도층 유권자들 공략하기 위해 협치를 명분으로 차기 정부에서의 연정을 약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의 구속 여부도 판세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될 것인데, 만약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되고 민주당으로의 정권교체가 이뤄진다면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은 어려워진다.


이에 김 고문은 박 전 대통령이 파면에 이어 구속으로 죗값을 치르고 있는 점을 적극 피력하면서 박 전 대통령 지지층을 다독이는데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박 전 대통령 지지층도 향후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위해서라도 보수 단일후보를 지지할 수밖에 없다.


이와 더불어 김 고문은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탓에 등을 돌린 보수층을 향해서는 친박 패권주의 보다 더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친문 패권주의의 적나라한 실상을 꼬집으며, 보수 단일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전략도 병행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해서 보수층 대결집과 일부 중도층 표심 공략에 성공한다면 보수진영은 이번 대선에서 훗날을 기약할 수 있는 존재감 발산을 넘어 대역전까지도 노려볼 수 있다.


▲ 2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정당 중진의원·상임위원장 연석회의에서 김무성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시대가 요구하는 정권교체는 무엇?


이번 대선은 그 어느 대선보다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이 강하다. 이 때문에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들, 그 중에서도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지가 높다.


그러나 최순실과 친박 패권주의로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의 사례에서 보듯이 ‘사람을 질겁하게 만들고, 정 떨어지게 만든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친문 패권주의를 양산한 문 후보가 대권에 오르면 ‘그게 정말 정권교체냐’는 반론도 분명 존재한다.


패권 세력이 몰락한 자리에 또 다른 패권이 들어서는 게 과연 정권교체냐는 지적이다.


우리 편이 아니라면 무조건 적으로 간주하는 패권 정치는 이 시대가 요구하는 협치에 부합되지 않아 보인다.


다른 정당과의 연합을 통해 정부를 구성하고, 이에 따라 민생에 필요한 법안을 신속히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연정이고 협치이며, 그것이 시대가 요구하는 정권교체가 아닐까 싶다.


<사진제공 뉴시스>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