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궤변으로 일관한 자업자득…'국론 분열의 주인공'

▲ 지난해 11월 29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제3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파면됐다. 40년 지기인 최순실과 함께 대한민국 국정을 농단한 혐의로 대통령 박근혜가 파면된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은 지난해 12월 9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이후 90여일 동안 대한민국의 눈과 귀를 집중시켰다.


헌법재판소는 박 대통령의 파면 여부를 판가름하기 위해 숨 가쁘게 달려왔고, 10일 오전 11시 대통령 박근혜가 파면 당할 만큼 심각한 위법행위를 저질렀다고 판단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탄핵안 인용 결정을 내렸다.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됨에 따라, 대한민국은 탄핵 불복으로 인한 국민 분열 우려와 함께 조기 대선정국으로 급속히 빨려 들어가게 됐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대통령 박근혜 파면정국 이후를 전망해 봤다.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 한다”


불복하는 태극기 집회…‘역풍’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대통령으로 선출된 이후 40년 지기 강남 아줌마와 함께 줄곧 대한민국 국정을 농단해 왔던 대통령 박근혜가 결국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 파면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 사건을 심리했던 헌법재판소는 10일 오전 11시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며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박 전 대통령 파면을 선고했다.


“국민 신임 배반…대의민주제와 법치주의 정신 훼손”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권한을 행사해야 함은 물론, 공무수행은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 평가 받아야하는데, 피청구인은 최서원(최순실 개명 이름)의 국정개입 사실을 철저히 숨겼고, 그에 관한 의혹 제기될 때마다 이를 부인하며 오히려 의혹 제기를 비난했다”고 지적했다.


이 권한대행은 이어 “이로 인해 국회 등 헌법기관에 의한 견제나 언론에 의한 감시 장치가 제대로 작동될 수 없었다”며 “또한 피청구인은 미르와 케이스포츠 설립 플레이그라운드와 더블루케이 및 KD코퍼레이션 지원 등과 같은 최서원의 사익 추구에 관여하고 지원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피청구인의 헌법과 법률 위배 행위는 재임 기간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뤄졌고, 국회와 언론 지적에도 불구 오히려 사실을 은폐하고 관련자들을 단속해왔다”면서 “그 결과 피청구인의 지시에 따른 안종범, 김종, 정호성 등이 부패 범죄 혐의고 구속 기소되는 중대한 사태에 이르렀다”고 꼬집었다.


이 권한대행은 “이러한 피청구인의 위헌 위법 행위는 대의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한 것”이라며 “한편 피청구인은 대국민담화에서 진상규명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했으나 정작 검찰과 특검의 조사에 응하지 않았고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도 거부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피청구인 일련 언행 보면 법 위배 행위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할 헌법 수호의지가 드러나지 않았고 결국 피청구인의 위헌 위법 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 행위라고 봐야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청구인의 법 위배 행위가 헌법 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 중대함으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10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박근혜 대통령탄핵심판 사건에 대해 선고하고 있다.

숨 가쁘게 달려온 90여일


지난해 12월 9일 국회를 통과한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접수받은 헌재는 90여일 동안 숨 가쁘게 달려왔다.


헌재는 탄핵심판 주심에 강일원 재판관을 임명하는 등 탄핵심판 준비절차에 돌입한 뒤, 지난해 12월 22일 탄핵심판 첫 준비절차기일을 열었다.


헌재는 총 3차례 준비절차기일을 열었고, 준비절차기일에서 헌재는 국회 측이 제출한 총 13개의 탄핵 소추 사유(법률 위반 8개, 헌법 위반 5개) 가운데, ▲비선조직에 따른 국민 주권 위배 ▲대통령의 권한남용 ▲언론의 자유 침해 ▲생명권 보호 의무 위반 ▲뇌물 수수 등 5가지를 탄핵 소추 쟁점으로 요약·정리했다.


이어 헌재는 지난 1월 3일 첫 변론기일을 시작으로 16차례 변론기일을 진행한 뒤 지난달 27일 최종변론까지 마쳤다.


이 과정에서 박한철 전 헌재소장이 퇴임하는 등 9인 재판관 체제에서 8인 재판관 체제로 전환됐으며, 박 전 대통령 대리인단 측은 헌재에 대거 증인 채택을 요구하는 등 노골적으로 시간 끌기 전략을 구사해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최종변론기일까지 마친 헌재는 즉시 8명의 재판관이 참석해 탄핵심판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논의를 하는 평의 절차에 돌입했으며, 10일 평결을 거쳐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박 전 대통령에게 파면을 선고했다.


불복…오히려 역풍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이 내려지자, 탄핵 기각·각하를 주장했던 강성 친박들과 박 전 대통령 지지층 등 극우 세력을 중심으로 헌재의 결정에 불복하는 작태가 벌어졌다.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은 이날 서울 종로구 재동에서 열린 집회 도중 헌재의 탄핵 인용 결과가 발표되자 “우리는 이런 결과를 수없이 예고했고, 결국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며 국민저항권을 발동해 불복운동을 펼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탄기국은 “지금부터 박 대통령은 영원한 우리의 대통령이고, 박 대통령은 영원히 살 수 있는 길을 선택했다”면서 “박 대통령의 누명을 벗겨줘야 한다. 기자와 네티즌 등 거짓선동 세력에 대한 색출작업에 돌입하겠다”고 소리쳤다.


아울러 태극기 집회 측은 “헌재를 박살내자”며 헌재 방향으로 행진하다 이를 막는 경찰에게 죽봉과 각목을 휘둘렀으며, 이들 사이에서 “우리는 피를 흘리지 않고 나라를 정상화하려 했는데 김대중·노무현 세력 때문에 이제 피로 국가를 정상화시키겠다”, “우리는 이제 비폭력을 포기할 때가 왔다. 헌재와 검찰에 대항하는 폭력이 발생할 것”이라며 실제로 의경들과 기자들에게 무차별 폭행을 가했다.


친박들도 불복을 거들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기각·각하 탄원서 서명을 주도한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박 전 대통령 파면은)마녀사냥”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대한민국 법치는 죽었다”며 이와 같이 밝혔다.


김 의원은 “대통령을 끄집어내려 파면하면서 국론분열이 종식되겠나?”라며 “(헌재의 파면 선고에)마녀사냥의 그림자만 어른거린다”면서 불복을 시사했다.


김 의원과 함께 탄핵 반대 집회인 태극기 집회에 참석했던 조원진 의원도 이날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헌재 결정에는 진실이 감춰진 것 같다.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면서 헌재 결정을 동의하기 어렵다는 취지를 드러냈다.


조 의원은 이어 “헌재 결정은 다른 도리 없이 수용할 수밖에 없지만 진실은 향후 법정에서 대통령이 죄가 없다는 것으로 확인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와 같이 최고 상법 기관인 헌재의 파면 결정에 박 전 대통령 지지층이 불복하는 움직임이 일면서 국민 분열이 우려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들이 헌재의 결정을 겸허히 수용할 수 있도록 박 전 대통령과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질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박 전 대통령 지지층 등의 불복 움직임도 잠시 뿐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됨에 따라 60일 안에 대선을 치러야 하는 만큼, 이제 대한민국은 급속하게 대선정국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이는 여론이 박 전 대통령과 강성 친박들의 불복 프레임에 관심을 가져줄 겨를이 없다는 것이고, 이들이 불복 프레임을 대선정국 내내 고집할수록 오히려 여론의 역풍을 불러와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이 더 커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 안국역 사거리에서 거리를 가득 메운 시민들이 기각을 요구하며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대선정국 돌입…5월 9일 유력


바른정당 중심 보수진영 재편?


앞 당겨진 대선…겨울 대선 아닌 ‘장미 대선’


박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대선은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처음으로 ‘겨울 대선’이 아닌 ‘봄 대선’이 치러지는데, 오는 5월 9일이 유력시되고 있다.


각 정당마다 경선도 치러야 하고 본선에 오른 후보자들을 검증하기 위한 정책 토론회 등 선거운동 일정이 촉박하기 때문에 4월 대선은 무리가 따르는 게 사실이다.


통상적으로 대선은 수요일에 치러져왔기 때문에 당초 5월 3일 대선도 전망되기도 했으나, 5월 1일(월요일)은 근로자의 날, 3일(수요일) 석가탄신일, 5일(금요일) 어린이날 등 징검다리 휴일이 이어진다.


이 때문에 5월 3일 대선은 투표율 저조가 예상된다. 투표율 저조는 민심이 왜곡될 가능성이 큼에 따라 이를 배제하는 차원에서 5월 9일(화요일) 대선이 유력시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10일(수요일)은 헌법이 정한 60일 범위를 벗어나고, 또 대통령 보궐선거의 경우 선거 요일에 대한 규정이 없어 60일 째인 9일 화요일에 대선을 치르는데 별 문제가 없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5월 9일 대선이 확정되면 40일 전인 오는 30일까지 국외부재자 신고와 재외선거인 등록신청을 마쳐야 하고, 대선에 출마하려는 공직자는 선거일 30일 이전인 내달 9일까지 공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각 정당들은 오는 26일까지 당내 경선을 실시해야 하며, 선거일 24일 전인 내달 15일~16일 이틀간 대선후보 등록신청을 마쳐야 한다.


4월 25일부터 30일까지는 재외투표소 투표를 하고, 5월 4~5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사전투표를 진행하게 된다. 대선 당일에는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투표를 할 수 있다.


기각·각하 탄원서 제출했던 자유한국당…보수진영 재편되나?


박 전 대통령의 파면은 대선 일정을 앞당겼을 뿐 아니라 정치권에도 큰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전망되는데, 특히 보수진영의 재편을 불러올 것으로 관측되어지고 있다.


사실상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비주류 인사들이 분당해 바른정당을 탄생시키면서, 보수진영에서는 그동안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적통 경쟁을 벌여왔다.


이런 상황에 박 전 대통령이 파면으로 탄핵 기각시 전원 의원직 사퇴로 배수진을 쳤던 바른정당은 보수진영 주도자로 부상할 것이란 긍정적 전망이 나오는데 반해, 박 전 대통령 탄핵 기각·각하를 주장했던 한국당은 박 전 대통령 파면으로 그 세가 급격히 위축될 처지에 놓이게 됐다.


탄핵안이 기각됐다면 한국당은 해체 수순을 밟았어야 하는 바른정당을 흡수한데 이어 완전히 엮은 것이라는 박 전 대통령의 주장의 힘을 받을 수 있었기에 보수층 재결집을 시도할 수 있었으며, 12월 대선이 치러졌다면 현재 제1야당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을 시간도 벌 수 있었다.


▲ 인명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인용 생방송을 시청한 후 공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러나 탄핵안은 인용됐고, 이로 인해 탄핵정국에서 박 전 대통령과 한국당 지지층을 등에 업고 지지율 상승세를 기록하던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조기 대선 관리 역할, 대선출마 준비 부족 등의 이유로 대선에 출마할 명분이 줄어들게 됐다.


물론 황 대행을 지지하던 박 전 대통령과 한국당 지지층이 홍준표 경남지사와 원유철 의원, 이인제 전 의원, 김문수 경기지사 등 한국당 대선후보에게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지만, 정권교체 열망을 등에 업은 제1야당 대선후보를 꺾기에는 역부족이란 시각이 팽배하다.


따라서 제1야당 대선후보를 꺾기 위해선 다른 정당 대선후보와 연대를 해야 하는데, 국민의당이나 바른정당 대선후보들이 박 전 대통령 탄핵 기각·각하를 외쳐왔던 한국당 대선후보와 연대할 확률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안희정 충남지시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옹호한 듯한 선의 발언을 하자, 지지율이 급격히 추락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이 헌법을 위반했다고 헌재가 파면선고를 내린 마당에 국민의당이나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박근혜 부역자당’, ‘최순실옹호당’이라 비판받고 있는 한국당 대선후보와 연대하는 순간 지지율 곤두박질은 불 보듯 뻔하다.


즉, 자유한국당은 민심과 동떨어진 박 전 대통령 탄핵 기각·각하를 주장한 대가로 조기 대선정국에서 외면 받는 외톨이가 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보수진영의 무게추는 친박·친문 패권주의에 맞서 국민의당,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 정의화 전 국회의장, 이재오 늘푸른한국당 대표,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 친박·친문 세력을 제외한 모든 세력과의 연대가 가능한 바른정당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대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한국당 내 비박계 인사들의 합류가 점쳐지고 있어, 결국 보수진영은 바른정당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인용된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 등 바른정당 의원들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파면…자업자득


박 전 대통령은 끝내 5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파면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강제로 퇴임하게 됐다.


이에 따라 경호·경비를 제외하고 월 1200만원 상당의 연금과 전직 대통령에 제공되는 비서관 3명, 운전기사 1명 등의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됐다. 또한 국립묘지법 제5조4항4호에 따라 사후 국립묘지에도 안장되지 못한다.


무엇보다 박 전 대통령 입장에서 가장 큰 타격은 대통령 불소추 특권이 사라져 최순실과 함께 국정을 농단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처지에 놓인 박 전 대통령을 동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1500만명에 달하는 우리 국민들은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서 섬세한 시각으로 국정을 꼼꼼하게 운영하고, 당신의 아버지가 일궈냈던 경제성장 재연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 박 전 대통령에게 투표를 한 것이다.


국민의 목소릴 외면한 채 오로지 최순실과 친박에게만 귀를 기울이고, 최순실과 정유라에 관련된 대·중소기업에만 혜택을 주고, 최순실이 추천한 인사를 청와대 및 정부 주요부처에 앉히고, 300여명의 학생들이 배 안에 갇혀 생사를 넘나들던 날 7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알 수 없는 의혹에 휩싸이라고 표를 준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박 전 대통령의 파면은 대통령 당선 이후 줄곧 최순실과 함께 국민들을 우롱하고도 처절한 반성, 진정성이 담긴 사과는커녕 일방적인 변명과 궤변으로 일관한 본인의 자업자득이 아닐까.


▲ 지난해 11월 29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제3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후 브리핑룸을 나서고 있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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