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이현정 기자]국내 대형게임사들이 '가상현실'(VR) 게임 개발에 대한 입장을 전면 바꾸며 공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이제까지 업계는 대중성 부족을 이유로 외면해 왔던 시장이었다. 아직 VR 장비가 대중화되지 않았지만 ▲기술발전으로 VR 시장이 점차 열리는 점, ▲미국과 일본 개발사에 시장을 내줘선 안된다는 위기감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게임 개발자 콘퍼런스 'GDC 2017'에서 엔씨소프트는 '블소' 지적재산권(IP) 기반의 VR 게임 시연 동영상을 최초로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게임은 '블소 테이블 아레나'라는 이름의 실시간 전략 VR게임이다. 엔씨소프트는 2년 전부터 개발자를 모으며 개발을 준비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 이용자는 VR 컨트롤러를 사용한다. 공식적인 출시 시기는 미정이지만 오큘러스 VR을 통해 출시될 예정이다.


엔씨소프트가 게임업계 맏형인만큼 이번 엔씨소프트의 VR게임 개발 출격은 향후 국내 대형게임사들의 VR 게임 개발이 활성화 시키는 것에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이에 앞서 카카오는 골프·공포물 분야의 VR 게임을 출시한 바 있다.


VR 게임 개발에서는 뒷짐을 지고 있는 넥슨은 오는 4월 열릴 넥슨 개발자 콘퍼런스(NDC)에서 VR을 주요 주제로 처음 다루는 것으로 밝혔다.


NDC는 넥슨의 차세대 사업방향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에, VR게임에 대한 중장기 전략도 공개될 전망이다. 인수합병(M&A) 방식으로 덩치를 불려온 넥슨이 VR 사업 진출 관련해서도 M&A를 염두에 두지 않겠냐 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 VR 게임 산업은 중소 규모의 개발사가 정부 투자를 받으며 이끌어왔다.


엠게임은 정부 투자를 토대로 '포켓몬고'와 비슷한 증강현실(AR) 게임 '캐치몬'을 출시하고 이어 열혈강호 IP를 활용한 VR 액션 게임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대형게임사들의 입장은 달랐다. 리스크를 안고 VR 개발을 하는 것 자체를 꺼려했다. 당장 수익이 날 모바일 게임에만 집중하며 연구 개발을 뒷전으로 미뤄 지탄을 받아왔다.


하지만 업계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미국과 일본 개발사들의 VR 콘텐츠가 시장을 장악하기 전에 국내 기업들의 포지셔닝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된 것. 지난해 지스타를 기점으로 인식 변환이 이뤄졌다.


전 세계적으로 신드롬을 만들어낸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 고'의 성공도 AR·VR 게임에 대한 시장 가능성에 대한 해석을 바꿔놓았다.


이로 인해 올해 VR에 집중하는 중소개발사를 중심으로 M&A가 활발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박찬 게임빌 일본 지사장은 “한국보다 콘솔 시장이 중심인 일본에서 VR이 급성장하면서 올해가 VR 원년이라는 말도 나온다”며 “우리 역시 VR에 대한 준비를 차근차근 해야할 시점이 다가오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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